품위 있게 늙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타인의 본보기가 되는 삶을 산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동료들의 인정을 받는 선배,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어른이 되는 게 가능한 일일까. 그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생을 사는 우리들에게 그 목표는 한없이 멀어 보인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의 말에는 권위가 실릴 것이고, 사람들은 그의 조언이나 충고에 귀를 기울일 게다.
요즘 연예계가 혼란스럽다. 언제는 그렇지 않았냐고? 물론 연예계는 국회만큼이나 사건 사고가 많은 집단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완벽히 신뢰를 잃은 시절은 없었다. 미투 운동의 성과로 선량한 이미지로 자신을 분장했던 연예인들의 추악한 범죄 행각들이 드러났다. 대중의 인기가 마치 자신의 권력인양, 그 알량한 힘으로 활개쳤던 숱한 연예인들의 민낯이 씁쓸하기만 하다.
그런가 하면 드라마 제작 현장은 어떠한가. tvN <화유기> 촬영 현장에서 발생했던 스태프 추락 사고는 상징적이다. 무리한 촬영 일정과 제작비 절감에 따른 열악한 노동 환경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TF'는 드라마 제작 종사자 10명 가운데 6명이 하루에 20시간이 넘게 일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비정상적인 시스템이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묵과된다.
이런 시기에는 '어른'의 존재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위안이 된다. 단순히 나이만 많은 어른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존경을 받을 만한 존재로서의 어른 말이다. 연예계에서 그런 사람을 찾자면, 배우 이순재의 이름이 먼저 떠오른다. 젊은 세대들은 tvN <꽃보다 할배>를 통해 이순재를 '발견'하고, 그 이미지가 워낙 강해 이순재라는 배우의 존재감이 피부로 와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순재는 영화 129편, TV 프로그램 106편, 공연 59편(포털 다음 기준)에 출연한 경력의 말 그대로 '대배우'다. 얼마 전까지 MBC <돈꽃>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맹활약했고, 현재 tvN <라이브>에 출연 중이다. 또, 영화 <덕구>에서 주연 배우로 출연하며 끝없는 연기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완벽한 자기 관리로 62년 동안 현장을 지켰고, 성실한 태도 등은 귀감이 되고 있다.
"가해자들 경우는... 글쎄, 모르겠어요. 아마 거의 다 이 자리를, 이 분야를 다 떠나야 될 거 아닌가, 각 분야에서. 다 끝을 내야 되지 않겠나. 경중에 따라서 정해지겠지만 다들 자기 표현으로는 깊이 반성하고 평생을 그렇게 살겠다고 약속을 했으니까 지금 한 약속을 잘 지키고 나 죽었소 하고 평생 엎드려 있어야죠."
지난 3월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순재는 연예계에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해 입을 열었다. 우선, 피해자들에 대해서 그들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고, 당시의 상처로 인해 꿈을 접었던 피해자들이 다시 힘을 내 무대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또, 미투 운동의 가해자들, 성범죄자들에 대해서는 "이 자리를, 이 분야를 다 떠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 미투 운동의 가해자들을 두둔하고, 그들의 처지를 딱하게 여기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순재의 따끔한 일침은 속을 후련하게 해줬다. 그러면서 이순재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게 없"다면서 "더 정신 바짝 차려가지고 정말로 선후배 다 힘을 합쳐"야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방송 적폐가 바로 드라마 제작 풍토라고. 전 세계에 이렇게 드라마 만드는 데가 없다."
이순재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순재는 현재 우리의 드라마 제작 풍토야말로 방송 적폐라고 지적하면서, "드라마는 우리끼리 보고 없애는 소모품이 아니다. 생산품을 이렇게 만들어서 경쟁하겠나. 심기일전해서 모든 역량을 발휘해도 부족한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후배들의 각성을 요구한 것이다.
선배의 존재, 어른의 존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그들의 쓴소리가 구석구석까지 파고들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조언들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실천하는 것이이라. 이순재의 바람처럼, 그리고 대중들의 바람처럼 지금부터라도 연예계의 구성원들이 심기일전해서 적폐를 청산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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