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게 가장 민감한 부분은 무엇일까? 아마도 ‘연기력’에 대한 펑가 아닐까? 그렇다면 배우에게 가장 듣기 좋은 칭찬은 뭘까? 역시 연기력에 대한 극찬일 것이다. 배우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고, 연기를 잘해야 배우답기 마련이니까. 연기력을 칭찬하는 말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와닿을 만한 것을 골라보자면 ‘신뢰’와 ‘기대’가 아닐까? “OOO의 연기는 믿고 볼 수 있어.”, OOO의 연기는 매번 기대가 돼.”
이런 칭찬은 ‘노력’이 뒷받침될 때야 가능한 일이다. 보통의 노력으로는 어렵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도전정신’도 필요하다. 끊임없이 자신의 가능성은 타진하고,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는 자세는 타인을 감동시키기 마련이다. 자신만의 특화된 분야를 확장해 나가면서도 그 안에 매몰되지 않는 균형감도 중요한 덕목이다. 우리는 그런 배우를 ‘좋은 배우’라고 부른다.
"<미녀는 괴로워> 이후 심리적으로 되게 힘들었고 그렇게 멘붕의 시기를 2년 겪었어요. 그러다가 '뭔가를 알고 있어야 내가 똑바로 작품을 선택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작가, 연출가, 배우들은 어떤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는지를 공부했죠." 조이뉴스24, 김아중, 작품 선택을 잘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런 조건을 갖춘 여러 배우 가운데 한명이 바로 김아중이다. 영화 <어깨동무>(2003)로 데뷔했던 김아중은 <미녀는 괴로워>(2006)에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소위 말하는 ‘출세작’이 제법 빨리 찾아온 셈이다. 연예계에서 일약 스타가 반짝 스타가 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김아중 역시 깊은 부침을 겪었다. 대중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기 위해 애썼지만, 상황과 여건이 녹록치 않았다.
미숙함은 실수를 낳았고, 실수는 자신감을 갉아먹었다. 좌절할 법도 했지만, 김아중은 무너지길 거부했다. 오히려 ‘공부’에 매진했다. 그는 배우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작품이 좋지 않으면 허사라고 강조하면서 "캐릭터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서 세번째 순위다. 첫번째는 작품 자체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그리는지를 본다. 그 다음에는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한다.
적절한 시기에 무언가를 깨달았던 김아중은 출세작이 ‘인생작’이 되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또, 스스로를 ‘미녀 배우’라는 프레임에 가두지 않았다. 연예인이라는 스타성에 목매지 않고, 배우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꾸준히 탐구해 나갔다. 그리하여 김아중은 ‘장르퀸(그냥 ‘킹’이라 불러도 된다!)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대중은 김아중이라는 배우에게 신뢰와 기대를 보내기 시작했다.
김아중은 SBS <싸인>(2011)에서 감정적이면서 저돌적인 국과수 신참 법의관 고다경 역을 맡았고, SBS <펀치>(2014-2015)에서는 7살 딸을 키우는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신하경 역을 카리스마 있게 소화했다. 그리고 SBS <원티드>(2016)에선 아이를 납치당한 톱배우 정혜인 역을 맡아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를 선보였다. 여성의 자리가 점차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아중의 존재감은 더욱 빛난다.
장르물에 화룡점정을 찍은 김아중은 tvN <명불허전>(2017)에서 현대의학을 신봉하는 의사 최연경 역으로 돌아왔는데, 냉온을 오가는 감정 연기로 판타지와 로맨틱 코미디까지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김아중은 신뢰를 받는 배우이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이다. 그런데 한 가지 더 덧붙일 칭찬이 있다. 그가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줄 아는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6월 29일 김아중은 서울 지역의 한부모 가족(한국한부모가족복지시설협회와 서울 모자의 집, 성심모자원, 해오름빌, 애란원 등)에게 옷 1000벌을 선물했다. 김아중은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을 위해 꾸준히 기부 활동을 해 왔다. 2009년 12월에는 아동복지기관인 '한국 펄벅 재단'에 1억 원 상당의 의류를 기증했고, 2015년 11월에도 한부모 가정의 엄마들에게 여성으로서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시계를 전달했다.
"여성 인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요. 여성을 어떻게 그릴지 충분히 연구해야죠. 성적인 대상화로만 만들지 않고, 극을 전개하는 매개로만 쓰지 않았으면 해요. 여성 영화제를 가보면 여성 캐릭터가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거든요. 그런 기획이 많이 나온다면 좋겠어요." 한국일보, 김아중 "스크린, 여배우 설 자리 정말 없다"
이와 같은 김아중의 따뜻한 선행은 평소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여성인권’과 연결된다. 그는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진행한 ‘스쿨미 캠페인’의 대사를 맡아 빈곤과 차별로 인해 제대로 된 교육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아프리카 소녀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또,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 17, 18회에선 페미니스타로 활약했고, 19, 20회에서는 명예집행위원으로 계속해서 인연을 맺고 있다.
외모지상주의를 풍자한 <미녀는 괴로워>라는 프리즘을 거쳤던 김아중이 여전히 성별이 여성인 배우를 ‘여배우’라는 특수한 이름으로 부르는 사회에서 이리저리 부딪치는 선택을 한 건 운명과도 같은 일일지 모르겠다. 여전히 여성을 위한 기회가 부족하고, 차별이 버젓이 존재하는 연예계에서 김아중이라는 배우가 주는 든든함은 생각보다 크고 단단하다. 좋은 배우이자 좋은 사람인 그가 승승장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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