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를 둔 동갑내기 부부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을 찾았다. 방송 출연을 의뢰한 건 엄마의 친구였다. 육아 고민을 상담했더니 발 벗고 나서 신청을 해준 것이다. 아빠는 아이 문제는 모두 부모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부모 공부'를 하러 나왔다고 밝혔다. 아이들에 대한 고민도 많아 보였고, 그만큼 배움에 적극적이었다. 그런 아빠의 태도에 오은영도 의욕을 드러냈다.
금쪽이는 막내였다. 주체할 수 없는 공격성과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둘렀다. 망치를 드는 모습까지 보였다. 엄마는 "너무 예뻐라 예뻐라 해서 그런지 형과 누나에게 폭력적이고 하지 말라고 해도 귓등으로 듣는"다고 설명했다. 금쪽이는 어린이집에서도 부정적인 면에서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다.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니고, 기분이 나빠지면 친구를 때렸기 때문이다.
일상의 모습은 어떨까. 아빠는 새벽 일찍 출근을 했고, 워킹맘 엄마도 정신없는 아침을 맞았다. 아이들은 차례차례 일어났다. 금쪽이는 둘째(누나)에게 난데없이 이불 공격을 가했다. 이불로 덮고 주먹질을 하는 식이었다. 장난이라고 보기에는 좀 과해 보였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느라 상황을 잘 모르는 엄마는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래!"라며 둘째를 야단쳤다.
금쪽이의 괴롭힘은 계속 이어졌다. 이번엔 누나의 머리에 털썩 앉았고, 주먹질에 발길질까지 했다. 방 안에서 투닥거리는 소리에 화가 난 엄마는 "둘 자 저쪽 가서 손 들어!"라며 공평하게(?) 벌을 줬다. 억울한 둘째는 "맨날 나한테만 그래."라며 눈물을 쏟았지만, 엄마는 "네가 오버스럽게 하잖아."라며 탓하기만 했다. 누가 봐도 둘째가 억울하고 답답한 상황이었다.
저녁 시간의 육아는 퇴근한 아빠가 담당했다.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을 케어했다. 출퇴근 시간이 자른 부부는 자연스럽게 육아 분담을 하고 있었다. 맞벌이 부부의 현명한 육아 노하우였다. 아이들이 잠들고 난 후 부부는 머리를 맞대고 육아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뭔가를 심각하게 들어다 봤다. 금쪽이를 담당하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보낸 문제 행동 동영상이었다.
"화를 내며 자신이 놀고 있던 블록을 집어 던진다."
"친구의 부모에게 '이 X멍청아!'"
"교사의 손을 꼬집고, "돼지XX"
선생님이 작성한 일화 기록에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이런 문제 행동이 더 심해진 계기가 있었을까. 엄마는 작년 하반기부터 심해졌다면서 당시 금쪽이가 신장 수술을 받았다고 답했다. 안쓰러운 마음에 원하는 걸 가급적 다 들어주게 됐고, 퇴원 후에도 아픈 금쪽이 위주로 가족들이 배려하고 양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 분위기가 금쪽이를 안하무인으로 만든 걸까.
"공격적 행동을 함에도 분노나 적개심이 별로 안 보여요. 애는 명랑하고 쾌활해. 근데 행동에 거침이 없는 거 같아요." (오은영)
오은영은 금쪽이가 조절 능력이 없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거침 없는 것이다. 거침 없는 아이들의 특징은 사고 진행이 널뛰기하듯 이어진다는 점이다. 목이 마르면 냉장고 문을 벌컥 열고, 이왕이면 얼음물이 좋겠다 싶으면 얼음물을 꺼내고, 꽝꽝 얼어 있으면 망치를 찾아 깨기 시작하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위험한 적도 많았다. 킥보드를 타다가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금쪽이는 왜 그러는 걸까. 오은영은 엄마의 미숙한 대처를 지적했다. 망치와 송곳으로 얼음을 깨려는 금쪽이를 발견한 엄마는 그냥 뺏어서 다급히 치우기 바빴다. 위험성을 경고하고, 조절과 억제를 가르치지 못했다. "너를 못 믿는 게 아니라 위험하기 때문이야."라고 안 되는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했다. 안전하고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는 가르침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거친 말을 할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먼저 금쪽이가 기분이 안 좋다는 걸 인정해주고 거친 말에 대한 조절과 억제를 가르치라고 조언했다. 그 중에서도 외모에 관한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얘기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둘째와의 갈등 상황에서는 그 현장에서, 그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좀더 적극적인 육아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엄마 아빠의 고민은 금쪽이만이 아니었다. 잠시 후 첫째의 문제 행동도 드러났다. 동생들과 함께 키즈 카페에 간 첫째는 어울리기보다 혼자 놀려고 했다. 집에서와 마찬가지로 바깥에서도 그리 행동했다. 아빠는 첫째가 친구가 없어서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4학년인데 아직 한글을 떼지도 못했다. 과거 생업에 바쁜 탓에 첫째를 신경쓰지 못했었다며 '아픈 손가락'이라 칭했다.
학교에서 첫째의 문제 행동을 알려왔지만, 엄마는 아이가 다르다는 게 사실이 될까봐 검사를 받는 게 두려웠다고 말했다. 뒤늦게 검사를 했더니 지체장애와 ADHD 진단이 나왔다고 했다. 친구들에 비해 뒤처지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첫째는 손톱을 뜯어 손톱의 절반이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지금은 특수반에서 수업을 받아 자신의 속도에 맞게 공부를 하고 있고 훨씬 나아져 있었다.
오은영은 첫째의 이해력이 부족한 건 언어 지연 때문일 거라 진단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금쪽이네 삼남매가 전체적으로 산만하다고 지적했다. 금쪽이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첫째는 너무 느렸다. 첫째의 경우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단어 탐색이 되지 않아 매 순간이 당황 그 자체였다. 말로 해결한 경험이 거의 없다보니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혼자 있으려 했던 것이다.
한편, 둘째는 속 깊은 딸이었다. 온라인 수업도 혼자 척척해냈고, 학교에 다녀온 오빠를 위해 손수 라면을 끓여주기도 했다. 어른스러운 면이 있었다. 오은영은 둘째가 타고난 달변가라고 칭찬했다. 또, 사람과의 관계가 너무 중요한 아이라고 덧붙였다. 마음이 따뜻하고, 배려심도 많았다. 다만, 말에 거침이 없다는 점은 문제였다. 과유불급이라고 할까. 적절히 조절만 된다면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오빠랑 다니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오빠가) 친구도 없고 답답할 텐데 자신이 참아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부모가 일터에 나갔을 때 오빠를 살뜰히 챙겼던 것이다. 반면, 어떨 때 가장 속상하냐는 질문에는 동생이 자신의 마리를 깔아뭉갤 때라고 대답했다. 왜 자신만 참아야 하는지 속상했던 것이다. 모든 일을 척척 해내지만 속은 영락없는 10살이었다.
"난 아직.. 마음도 아프고 말도 못 하는 오빠라서.. 동생도 (나 때문에) 힘들잖아요. 전 그 마음도 모르고.. 나도 엄마 아빠를 위해서 뭘 도와주고 싶지만.. 그게 너무 어려워서 잘 못했어. 점점 심해지고 그랬어."
첫째는 둘째가 울 때마다 속상하다고 말했다. 동생이 자신 때문에 힘들 거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엄마 아빠를 위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답답하다고 고백했다. 삼남매는 바라는 게 뭐냐는 질문에 똑같이 "사랑해라는 말"이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엄마 아빠는 눈물을 흘렸다.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닌데 왜 그 말을 평소에 많이 해주지 않았는지 후회했다.
오은영은 가족 모두를 위한 금쪽처방을 나렸다. 온 가족이 함께 조절과 억제를 연습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욱하는 경향이 있는 동갑 부부를 위해서 존대를 해보라고 조언했다. 산만한 아이들을 위해서 힘 조절 훈련을 제시했다. 점토를 있는 힘껏 쥐어보고, 동그란 공 모양도 만들어 힘의 강약을 제어할 수 있게 도왔다. 또, 꼬깔 크기에 맞게 소리를 조절하는 방법도 배웠다.
물론 집에서 연습을 할 때는 쉽지 않았다. 금쪽이가 지시를 잘 따르지 않아 실패로 돌아가기도 했지만, 엄마 아빠는 포기하지 않고 끈기를 갖고 노력했다. '손 무릎'을 익힌 금쪽이는 이제 차분히 기다릴 수 있게 됐다. 또, 만두를 빚어보며 힘 조절을 계속 익혀나갔다. 그리고 금쪽이네 가족들은 역할을 바꾸는 역할극 놀이를 통해 서로의 고칠 부분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어린 나이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아이를 낳아 제대로 신경써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왔던 엄마 아빠가 이제 그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버리길 바란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만으로도 이미 삼남매에게 최고의 부모인 셈이니 말이다. 앞으로는 '사랑해'라는 말을 더욱 자주하며 삼남매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살아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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