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버락킴's 오래된 공책 (39)

너의길을가라 2014. 4. 3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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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의 진정한 대상은 사실상 범죄나 범죄자가 아니다. 왜냐하면 사형에는 이미 저질러진 범죄를 원상복구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살인자를 수백, 수천 번 매달아도 피해자가 부활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사형을 집행한다 해도 법리학자들의 호사스러운 말처럼 '정의가 회복' 되지는 않는다. 피해자가 죽은 상태에서 정의가 회복되었다고 부르짖어 봐야 무의미하다. 사형의 진정한 대상은 범죄나 범죄자가 아니라 아무 관계가 없는 군중이다. 다른 이들에게 살인을 저지르지 말라는 강력한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 살인자를 교수대에 매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사형은 전시성을 가진다. 교수대가 높은 것은 전시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 이영도, 『피를 마시는 새』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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