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버락킴's 오래된 공책 (38)

너의길을가라 2014. 4. 3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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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사람이야. 어쩔 수 없잖아.>

팔리탐이 갑작스럽게 말했다.

<제가 참을 수 없는 것은 제비뽑기에서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뭐가 자네를 화나게 만드는 건가?>

<그들 중 누구도 저 여인에게 선사받은 목숨을 귀하게 쓰겠다고 다짐하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입니다. 그들 중 난폭한 이들은 자기가 운이 좋다고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그 차들보다 더 구역질 나는 것은 선량한 자들입니다. 그들은 보나마나 잠자리를 뒤숭숭하게 만드는 죄의식이 싫어서 아에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 겁니다. 고의적으로 잊어버리겠지요. 어미 잃은 어린 것을 절에 보내는 것은 어디에도 없는 신의 품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자꾸 죄의식이 떠오르게 만드는 요인을 치워 버리는 겁니다. 그게 그 언필칭 선량한 자들이 선을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잊어버리는 거죠.>


- 이영도, 『피를 마시는 새』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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