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맘의 정보통 1688 4368에서 발췌-
'홍대'는 젊음의 상징과 같은 곳입니다. 젠트피케이션(gentrification) 등으로 인해 '예전의 홍대가 아니다'는 인식이 팽배해졌지만, 여전히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블랙홀임에는 틀림없죠.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사라진 자리에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들어섰습니다. 골목이 사라지고, 거리가 들어섰죠. 서글픈 이야기입니다만, 아직까지 홍대만큼 (젊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뜨거운 활력이 반갑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기도 하죠. 만약 주말 저녁에 홍대를 들렀다면 그 말을 절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인간 지옥'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발 디딜 틈이 없으니까요.
사람들로 북적이다 못해 터져 나가는 홍대, 그런 곳에 분위기가 괜찮은 식당이 있긴 힘들겠죠. 아무래도 빠른 회전율로 많은 손님을 받는 게 중요할 테니까요.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도 시끌벅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홍대에서 근사한 분위기를 갖춘 식당을 찾기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어쩌면 그건 이율배반적인 요구일지도 모르겠네요. '홍대는 타오르는 불꽃이야! 홍대에서 분위기 타령이라니!'
- 에르바 오스테리아(erva osteria)
주소 :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4길 30
영업 시간 : 평일 18:00 - 02:00, 토요일 18:00 - 02:00
인스타그램 : www.instagram.com/erva_osteria
그런데 에르바 오스테리아는 무슨 뜻일까요?
에르바 = 잔디(이탈리아어)
오스테리아 = 풀(포르투갈어)
이름 그대로 풀(식물)이 주는 친숙하고 편안한 이미지의 레스토랑의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홍대에도 근사한 레스토랑(와인바)이 있으니까요. 물론 '중심'으로부터 조금 벗어나야 합니다. '걷고싶은 거리'의 반대편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까요?
홍대입구역 1번 출구 방향으로 나가서 하나은행과 CGV 건물 사이의 길로 쭉 직진하면 동교로가 나오는데요. 길을 건너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면 우리가 찾는 그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에르바 오스테리아'가 나옵니다.
왠지 모르게 가게 이름에서부터 남다른 분위기가 풍기지 않나요? 간판이나 내외부 인테리어도 고급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긴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자, 이제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죠.
내부 분위기가 제법 근사하죠? 전체적으로 아늑한 공간 구성에 조명도 은은합니다. 인테리어도 신경을 쓴 티가 역력합니다. 소개팅 장소로 활용하거나 특별한 날을 맞이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이었습니다. 어떤 음악이 흘러나오느냐가 분위기를 좢우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날의 경박스러운(?) 선곡은 실망스러웠습니다.
분위기 스캔이 끝났으니 메뉴판을 살펴봐야겠죠?
흠, 아무래도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죠? 파스타만 해도 까르보나라가 16,000원, 봉골레가 17,000원이니 살짝 부담스럽긴 합니다. 토마토가 들어간 폴로 알라 디아블라, 라구 파스타도 17,000원입니다.
주문을 하면 기다리는 동안 먹도록 제공해 주는 에피타이저입니다. 이탈리아의 스폴리아띠네 글라사떼(sfogliatine glassate)라는 과자인데, 우리나라에는 '누네띠네'라는 이름의 과자로 친숙해졌죠.
저의 선택은 에르바 오스테리아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할 수 있는 '트러플 크림 뇨끼'와 '에르바 미트볼'이었습니다.
트러플 크림 뇨끼는 트러플을 이용해 만든 진한 크림 뇨끼 파스타인데요. 트러플(Truffle)은 세계 3대 식재료 중 하나인 송로버섯인데요. 강하면서도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어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죠.
그렇가면 뇨키(gnocchi)가 뭘까요? 감자나 세몰리나 밀가루 반죽을 빚어 만든 덤플링(dumpling)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수제비와 비슷하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좀더 작고 일관된(?) 모양을 갖고 있습니다.
맛은 굉장히 독특(!)합니다. 강렬한 송로버섯의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죠. 부드럽고 쫄깃한 뇨끼의 식감도 매우 흥미로운데요. 개인적으로는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습니다. 같이 갔던 분은 '트러플 크림 뇨끼'에 완전히 매료 됐더군요.
'에르바 미트볼'은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이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입니다. 비주얼도 인상적입니다. 어찌 주문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굽지 않고 튀겨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죠. 일반적인 미트볼과는 다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추천할 정도까진 아닙니다. 일단, 느끼했습니다. 특제 소스가 느끼함을 다소 잡아주긴 하지만, 역부족이란 생각이 듭니다. 애초에 양이 적었지만, 더 먹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인 거죠.
총평을 하자면,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만족. 트러플 크림 뇨끼도 합격점을 줄 수 있었습니다. '에르바 미트볼'은 좀 아쉬웠고요. 차라리 다른 파스타와 한께 트러플 크림 뇨끼를 한번 더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려면 재방문을 해야겠죠?
아, 참고로 훤칠한 남자 직원 분이 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시니 이것저것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맛 : ★★★★☆
친절도 : ★★★★★
청결도 : ★★★★★
분위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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