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셰프런’을 소개하면서 그곳이 1순위가 아니었다고 얘기했었다. 월요일이 휴무라 문을 닫아 갈 수 없었다고 아쉬워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일요일에 한번 더 합정역 근처를 들렀다. 이번에는 과연 문을 열었을까?
합정역 3번(혹은 4번) 출구로 나와서 작은 골목길(양화로 8로)을 따라 걷다보면 ‘이런 곳에 먹자골목이 있단 말이야?’라는 의심이 든다. 골목마다 예쁜 상가가 들어서 있는 연남동 골목과 달리 어둡고 후미진 탓이다.
그래도 조금만 인내하자. 그러면 곧 분위기가 사뭇 달라질 테니 말이다. 이번에 소개할 파스타집은 ‘프란(fran)’이라는 이탈리안 비스트로(Bistro)인데, 이철헤어키커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정확한 주소는 서울 마포구 독막로 3길 28(지하)이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들렀던 식당도 비스트로라는 간판을 붙여 놓았다 -
흔히 작은 술집이나 작은 레스토랑을 비스트로라고 한다. 심순철은 『프랑스 미식기행』에서 “일반적으로 작고, 자유스럽고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을 비스트로라고 부른”다며 비스트로라는 명칭에 대해 소개했다.
벌써부터 분위기가 남다르다. 푸른빛의 강렬한 조명이 감각적이다. 외벽에 놓인 메뉴판이 눈길을 끈다. 단출하면서도 깔끔하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촛불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내부의 은은한 조명이 왠지 모르게 식욕을 자극한다.
내부는 그리 넓지 않다. 테이블 6개가 들어갈 사이즈다. 인테리어는 깔끔한 편인데, 현대 미술관을 연상케 한다. 벽면에 잔뜩 걸린 팝아트의 독특한 분위기가 흥미롭다. 구석에 놓인 화병 속 장미꽃은 로맨틱하다.
메뉴는 그리 다양한 편은 아니었다. 메뉴판의 왼쪽 상단이 식사 메뉴인데, 파스타는 종류가 4개였다. 나머지는 와인 안주라고 생각하면 된다. 직원의 추천 메뉴는 ‘명란 파스타’와 ‘라구 파스타’였다. 프란은 크림보다는 오일이 주력이라고 한다.
심사숙고 끝에 명란 파스타와 해산물 크림 파스타를 주문했다. 직원(은 굉장히 친절했다)의 추천은 추천이고, 먹고 싶은 건 먹고 싶은 것 아니겠는가? 한 종류만 고르는 것보단 오일 하나, 크림 하나를 고르는 편이 낫다는 게 지론이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해산물 크림 파스타가 먼저 나왔고, 요리를 받자마자 그 맛깔스러운 플레이팅에 자연스레 탄성이 나왔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새우와 먹음직스럽게 칼집이 들어간 새하얀 오징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접시 끝을 따라 놓인 조개도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다. 해산물에 크림 소스가 적절히 스며들어 있었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해상물의 싱싱함과 잘 조화돼 있어 한 접시를 순식간에 비워냈다. 역시 파스타는 양이 너무 적다!
명란 파스타의 비주얼은 더 충격적(?)이었다. 해산물 파스타에 들어있는 것보다 훨씬 큰 오징어들이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게 아닌가? 또, 파스타 면 위로 뿌려진 명란과 바삭거리는 튀김 가루가 식감을 돋웠다.
오징어는 잘 삶아져서 부드러웠고, 명란과 튀김 가루가 들어간 덕분에 오일 파스타의 느끼함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요리였다. 다만, 짠맛이 조금 있는 편인데, 거기에 민감한 분들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요리는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남자 분께서 하셨는데, 식사 후에 와인을 끓여 증류한 음료를 주셨다. 달짝지근하면서 끝맛에 계피맛이 살짝 느껴졌다. 식후에 먹는 쌍화차 같은 느낌이라면 너무 분위기 깨는 설명일까?
맛 : ★★★☆
친절도 : ★★★★★
청결도 : ★★★★★
분위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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