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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도 나무에서 떨어지나? ‘장사천재 백사장’에 몰입된다

너의길을가라 2023. 4. 1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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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장사를 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언어 문제부터 그 사회의 제도와 시스템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 두 개가 아니다. 그뿐인가, 현지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곳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심지어 배척당할 가능성도 있다.

모로코로 ’갑자기‘ 떠난 tvN ’장사천재 백사장‘이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 그 때문이다. 촬영 장소를 미리 결정하고 함구했던 제작진과 달리 백종원은 공항에서 비행기가 출발하기 직전에 그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이장우와 뱀뱀 등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 ‘급작성’을 통해 백종원의 ‘장사천재’로서의 면모를 확인하고자 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이슬람 문화권인 모로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발생할 문제를 간과했다는 점은 아쉽다. 가령, 바닥에 엎드려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제작진이 왜 저기 엎드려 있어?“라고 웃는 장면은 모로코인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 실제로 그와 관련해 ‘이슬람 문화를 무시했다’는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좀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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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할 수 있는 건 다 동원하는 거야." (백종원)


16일 방송된 ‘장사천재 백사장’에서는 현지인 직원 라밥까지 출근을 완료해 ‘완전체’가 되어 영업에 나선 상황이 방송됐다. 현지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한 라밥의 합류로 장사는 훨씬 수월하게 진행됐다. 백종원이 현지인 알바를 써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손님들의 컴플레인을 알아듣고 빠르게 반영하다는 게 중요하다는 게 그의 장사 지론이었다.

백종원은 신메뉴 ‘떡갈비 버거’를 개시했다. 뭉친 고기를 풀며 고기를 굽자 손님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백종원은 뒤집개를 놓고 나무 주걱을 손에 쥐고 요란하게 고기를 다졌다. 그가 늘상 강조하는 ‘쇼맨십’을 위한 퍼포먼스였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 모습에 흥미를 보였고, 참지 못하고 떡갈비 버거를 주문했다. 포장뿐만 아니라 매장을 찾는 손님들도 늘어났다.

늦은 시간에도 가족 단위의 행인들이 눈에 많이 띠었다. 해가 진 직후 기도를 올리고 가족들이 다 모이는 8시쯤 뒤늦은 저녁을 즐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모로코가 전통적으로 가족중심적 사회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9시가 되니 주변 상점들도 하나씩 문을 닫았다. 모로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음식을 소개하며 판매에 도움을 주는 등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이런 게 되게 중요해. 동네 사람한테 이미지가. 보란 듯이 청소해 놓고 가야 해. 깨끗하게.” (백종원)

드디어 완판이었다. 준비해온 재료를 모두 소진한 백종원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피로를 호소하면서도 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철판 청소에 나섰는데, 일부러 과장되게 할 필요도 있다며 더 열심히 철판을 닦았다. ‘척’을 하다보면 몸에 배 생활이 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도 솔루션 과정에서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과연 2일 차 매출은 얼마일까. 총 1,680디르함, 한화로 약 22만 원이었다. 전일 대비 82.6%가 상승한 수치였다. 물론 ‘텃세’로 장사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문을 닫아야 했던 어제와 직접적인 비교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가격을 절반이나 내렸음에도 괜찮은 매출이었다. 백종원은 초반에 현지인 없이 부딪혀 본 게 주효했다며, 수익성이 적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자평했다.

"진짜 중요한 시점은 내일이야." (백종원)


백종원은 오픈 다음 날이 장사의 진짜 시작이라며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을 강조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백종원은 “우리가 갔던 동네는 조그마해서 소문이 났을 거”라며 “오늘 갔는데 줄을 서거나 정말 더 많이 온”다면 성공한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메뉴로 갈비찜을 추가했는데, 매운 버전까지 준비해 손님들이 기호에 맞게 즐길 수 있게끔 했다. 과연 둘째 날 영업은 어떨까.

급하게 구한 가게에서 첫날 선방했지만, 둘째 날은 어찌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각, 백종원은 마음을 다잡고 철판에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오픈한 지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았다. 무슨 까닭일까. 백종원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떡갈비 버거를 만들어 직접 시식하며 이목을 집중시키려 했다. 가장 좋은 호객 방법이었다.

간헐적으로 손님들이 찾아왔다. 신메뉴인 매운 갈비찜을 주문한 손님은 모로코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다며 ‘탄지아’를 떠올렸다. 숯불째 항아리에 구워내는 탄지아는 오랫동안 익혀서 연한 육질이 특징이다. 백종원은 첫날 모로코에 왔을 때 탄지아를 먹어본 직후 갈비찜을 떠올렸고, 모로코에서 갈비찜이 통할 거라 생각했었다. 전략은 주효했다. 손님들은 별다른 이질감 없이 갈비찜을 즐겼다.

"좀 핫한 동네였으면 뭐, 난리 났을 건데.. 이게 현실이지." (백종원)

음식에 대한 반응은 좋았다. 손님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하지만 손님들로 북적이던 어제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5시 50분이 됐지만, 거리는 한산한 편이었다. 백종원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어제의 야시장을 떠올렸을까. 현실을 자각한 백종원은 떡갈비를 뒤적이다 말고 다시 고기 다지기에 나섰다. 맨 철판을 내려치며 퍼포먼스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끊긴 손님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무슨 까닭일까. 백종원의 우려처럼 동네에 소문이 나쁘게 난 걸까. 비싸기만 한 음식이라고 부정적 피드백이 돌았던 걸까. 하지만 모로코 사람들의 식사 시간에 대한 라밥의 설명을 들으니 상황이 이해가 됐다. 라밥은 모로코인들은 점심은 오후 2~3시, 저녁은 밤늦게 먹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장사 시간이 문제였던 셈이다. 모로코 사람들에게 오후 4~5시는 식사를 하기에 너무 애매했다.  

"장사에서 제일 중요한 건 그 상권의 골든 타임이에요." (백종원)


그제야 백종원도 자신의 실수를 이해했다. 전날 장사가 잘 됐던 것에 착안해서 좀더 일찍 오픈하면 장사가 더 잘 될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마라케시의 골든 타임을 몰랐기에 발생한 판단 미스였다. 백종원은 차라리 더 일찍 와서 점심 장사를 하고 쉰 다음에 늦은 저녁 장사를 해야 했다고 자책했다. ‘그 상권의 시간대별 소비력을 분석하라’는 장사의 기본을 잠시 망각했던 것이다.

천하의 백종원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는 걸까. 백종원은 “옛날에 직접 분석하고 했던 것을 최근에 잊고 있었”다며 “십몇 년 만에 하려니 힘들”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필드에서 뛰려니 착오가 있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아직 장사는 끝나지 않았다. 백종원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되새기며 더욱 진지하게 장사에 임했다.

오후 6시 45분,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다시 마라케시의 골든타임이 찾아왔다. 절치부심한 백종원은 과연 이 골든타임을 어떻게 보낼지 궁금했다. 백종원이 장사에 몰입하는 만큼, 시청자들도 ’장사천재 백사장‘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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