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우리 이혼했어요' 톺아보기

무릎꿇고 비는 어린 아들까지.. '우이혼2' 달라진 게 없다

너의길을가라 2022. 4. 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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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에는 이혼한 부부가 출연한다. 나이부터 관계의 양상까지 각양각색이다. 해묵은 갈등으로 감정의 골이 깊은 사이도 있고, 미운 감정까지는 아니지만 서로에게 마음을 닫고 지내는 관계도 있다. 그런가 하면 자녀를 위해 부모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주기적으로 교류하는 이들도 있고, 쿨한 관계를 유지하며 전략적으로 활동하는 커플(?)도 있다.

처음에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이혼한 부부가 관찰 예능에 출연해 자신들의 내밀한 사연을 공개한다는 건 너무 '할리우드' 식이었다. <우리 이혼했어요>는 이 파격을 통해 이혼에 대해 좀더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고, 이혼 이후에도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선우은숙-이영하, 박재훈-박해영 부부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았다. 출연자의 '재결합'을 맹목적으로 응원하는 MC들의 보수적인 가족관, 화제성을 좇은 과도한 설정과 자극적인 편집, 마무리 되지 않고 반복되는 출연자들의 지루한 갈등은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양육비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김동성의 출연을 강행하면서 프로그램의 진정성이 훼손된 게 뼈아팠다. 이 무리수는 결국 <우리 이혼했어요>의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덕분에 시즌1이 종영한 지 1월 2개월 만에 시즌2가 첫 방송됐다. 아무래도 출연자의 면면에 많은 관심이 쏠렸는데, 아이돌 그룹 '유키스' 출신 일라이와 레이싱 모델 출신 방송인 지연수, 배우 나한일과 유혜영이 등장했다. 시청률은 1회 6.677%, 2회 6.69%, 3회 6.934%(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시즌 1에 비하면 하락했지만, 나쁘지 않은 성적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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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진짜 우리 엄마 쫓아낸 거 아니지?"
"쫓아낸 거 아니야. 그렇게 느끼고 그런 모습을 보여줘서 미안해."



문제는 내용이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감정의 골을 드러냈던 일리아와 지연수는 첫 만남부터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다. 자극적인 말들이 쏟아졌다. 지연수는 "나는 너네 가족에게 ATM기였어. 감정 쓰레기통이었어", "돈 안주고 써도 되는 하녀" 등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일라이를 비난했다. 그러자 일라이도 "우리 가족 사기꾼 만들지 마."라고 맞받아쳤다.

격앙된 극단적 감정 싸움을 중계한 <우리 결혼했어요2>는 갑자기 예고편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안아주고 "지금도 많이 사랑해."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물론 감정이 격해져 싸움을 할 때와 진정된 상태에서 대화를 나눌 때의 대화 방식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관찰 예능의 특성에 맞게 계획된, 첫 회의 화제성을 노린 어느 정도 계산된 갈등이라는 인상을 주는 게 사실이다.


3회에서는 2년 만에 아빠 일라이를 만난 민수의 모습이 많이 담겼다. 민수는 아빠가 오니까 좋다면서 지연수에게 '그냥 우리 집에서 살라고 할까?"라고 물었다. 일라이는 오늘 밤에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엄마와 이혼한 사실에 대해 차근히 설명했다. 그러자 민수는 "나는 아빠랑 같이 있을 거야. 왜냐면 아빠랑 같이 살 거야."라며 무릎까지 꿇고 두 손을 모아 빌었다.

물론 아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 이혼했어요2>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일라이가 한국에 돌아와 지연수를 재회한 후, 민수까지 만나는 진행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전 과정을 고스란히 방송에 내보내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닐까. 아무리 화제성을 이끌어내고 싶다고 해도 미성년자인 자녀의 모습을 가감없이 중계하는 건 신중해야 할 일이다.

한편, <우리 이혼했어요2>는 예고편에서 일라이와 지연수가 다시 극렬하게 싸우는 장면을 포함시켜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막장 드라마도 이런 막장이 없을 듯하다. 싸움과 화해를 오가는 널뛰기 편집은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자아낼 뿐이다. 결국 <우리 이혼했어요2>는 시즌1의 단점을 극복하기는커녕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영약함을 장착한 채 돌아온 셈이다.


시즌 1에 출연했던 유깻잎-최고기가 (게스트로 출연했다고 하지만) 다시 등장한 대목도 생뚱맞았다. 당시 화제를 모았던 시아버지와 유깻잎의 만남을 재추진한 부분은 연출 냄새가 너무 노골적으로 나서 불편하기까지 했다. 물론 프로그램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유깻잎-최고기 커플의 재등장이 의미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와 같은 '울궈먹기'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그림은 아니다.

관찰 예능의 최대 강점은 진정성이다. 연출과 설정이 최소화될 때 출연자의 매력이 살고, 시청자들의 공감이 커진다. 하지만 최근의 관찰 예능은 진정성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SBS <동상이몽>은 과도한 설정으로 비난받고 있고,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사업체 홍보 방송으로 전락했다. 새롭게 출발한 <우리 이혼했어요2>는 화제성만 좇느라 여념이 없어 보인다. 관찰 예능,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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