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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여자? '우이혼' 유깻잎은 왜 악플에 시달려야 했나

너의길을가라 2021. 2. 2. 10:15

"첫날에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머리가 띵했는데, 지금은 괜찮다." (유깻잎)

지난 1일 방송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에는 최고기-유깻잎 커플이 '또 다시' 등장했다. 지난 주 방송에는 아버지를 찾아가 담판을 지은 최고기가 유깻잎에게 재결합을 제안했고, 유깻잎은 "나는 무엇보다 오빠가 남자로 안 느껴진다. 오빠한테 이제 사랑이 없다."며 단칼에 거절하는 장면이 담겼다. 그로부터 (촬영 기준) 2주가 지난 시점에 두 사람의 뒷이야기가 '굳이' 공개된 것이다.

최고기의 집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악플'에 대한 이야기를 기탄없이 꺼냈다. 최고기는 심리상태가 괜찮냐고 물었고, 유깻잎은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괜찮아졌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악플의 내용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최고기의 '절절한' 재결합 제안을 거절한 유깻잎을 두고 '이기적인 여자'라고 힐난하는 내용의 상당수였다.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도 많았다.

심지어 유깻잎의 모성을 비난하는 악플도 있었다. 선을 넘은 언어폭력이었다. 그로 인해 충격을 받았을 유깻잎은 "내 주변 사람들은 내 마음을 다 알잖아. 내 속사정을 다 알잖아. 그 사람들만 알아주면 됐지."라며 달관한 듯한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내밀한 속사정을 방송에 모두 꺼내놓을 수 없기에 불가피한 일이기도 했다. 한편, 유깻잎은 최고기에 대한 서운한 마음도 조심스럽게 꺼내 놓았다.


"재혼에 대해 용기 내서 말한 건 알겠는데 방송에서 말한 건 좀 그랬거든. 반 친구들 다 모아놓고 촛불 이벤트 열어줬는데 그 사람이 거절했어. 그럼 거절한 사람만 나쁜 사람 되는 거잖아." (유깻잎)

유깻잎은 최고기가 용기를 내서 재혼을 언급한 건 알겠지만, 방송을 통해 말한 건 아쉽다고 말했다. 그건 마치 반 친구들을 모아 놓고 촛불 이벤트를 열어주는 것과 같았다고 비유했다. 정작 이벤트를 받을 사람이 마음은 고려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거절한 자신만 나쁜 사람이 되어 버렸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시청자들은 "받아주지, 저렇게까지 했는데.."라며 감정이입을 해버렸다.

방송의 힘을 빌리고 싶었던 최고기의 마음을 모르지 않지만, 분명 그 상황은 성급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분별없는 <우리 이혼했어요> 제작진이었다. 그들은 최고기의 부탁을 받아 일방적인 재혼 요구의 들러리가 되어 주었다. <우리 이혼했어요>는 최고기를 주연 배우로 삼아 재혼 시나리오를 드라마틱하게 풀어냈다. 양쪽의 입장을 공평하게 담아내야 하는 책임감을 망각했다.

만약 유깻잎의 입장을 진지하게 들어 봤다면 최고기가 재혼 의사를 언급하더라도 자제시키거나 방송으로 내보내는 데 조심해야 했다. 설령 프로그램이 화제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자본주의적' 판단이 있었다고 해도 최소한의 균형은 잡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무게 중심 없이 최고기를 위한 드라마가 되길 자처했고, 물색없는 MC들은 그 드라마에 푹 빠져 최고기를 응원하고 나섰다.


그 드라마 속에서 유깻잎은 '빌런'이 되어 버렸다. 힘겹게 용기를 낸, 가정을 회복시키고 싶었던 '가장' 최고기이 제안을 거부한 이기적인 여자로 비춰졌다. 실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 것이다. 그 때문에 유깻잎은 어이없는 악플과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단지 그건 시청자들만의 잘못일까. 유깻잎의 입장은 무시한 채 최고기를 일방적으로 응원했던 MC들과 제작진도 공범이 아닐까.

사실 최고기-유깻잎의 드라마는 한참 전에 끝났어도 무방했지만, <우리 이혼했어요>는 그들의 분량을 엿가락마냥 계속 늘려 왔다. 물론 그조차도 (양측 모두의) '자본주의적' 판단일 것이다. 지난 1일 방송에는 '배드파더스'에 이름을 올린 김동성의 분량이 결국 공개됐는데, 김동성은 <우리 이혼했어요>에 출연하게 된 이유에 대해 솔직히 말했다. 그건 다름 아닌 경제적 문제였다.

김동성은 양육비를 줘야 하는데 출연료가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방송 출연을 강행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엄마조차 아직 방송에 얼굴을 비칠 때가 아니라고 우려했지만, '자본주의적' 판단이 우선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리 이혼했어요> 출연자 중 다수는 비슷한 이유에서 치부를 드러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최고기도 이혼 이후 수입이 1/10로 줄어 패물까지 팔았다고 고백하지 않았던가.


처음에는 도발적으로 느껴졌던 <우리 이혼했어요>의 콘셉트는 조금씩 억지스러워지고 있다. '이혼 이후'라는 신선한 질문을 던졌던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는 인상을 받는다. 선우은숙-이영하의 드라마는 종영되지 않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고 있고, 예고편에 등장한 이하늘은 샤워 중 전 아내에게 등을 밀어달라고 하는 등 보기에 난감한 장면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진정성이 사라지고 가십만 남은 <우리 이혼했어요>의 시청률은 6.635%(닐슨코리아 기준)로 곤두박질쳤다. 제작진의 성찰이 필요한 시기이다. 말 그대로 '리얼 타임 드라마'를 쓰고 싶었다면 진정성을 필사적으로 붙잡아야 하고, 그게 마땅치 않다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시나리오를 잘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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