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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박은빈의 수상소감을 모독하는가! (feat. 김갑수)

너의길을가라 2023. 5. 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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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화제가 됐던 드라마 속 대사를 꼽으라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박연진(임지연)을 향한 박동은(송혜교)의 도발일 것이다. "멋지다, 연진아!" 4월 28일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 조연상'을 수상한 임지연은 무대 위에 올라 저 대사를 시원하게 내뱉었다. 활짝 웃는 그의 모습이 멋있기만 했다.

인상적인 장면은 또 있었다. 'TV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송혜교는 드라마 속 자신의 (또 다른) 명대사를 패러디해서 "나 상 받았어,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위트있게 수상의 기쁨을 표현하는 동시에 팬서비스도 제대로 한 셈이다. 그뿐인가. '영화 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탕웨이는 여전히 기품있었고, 그의 수상소감은 역시 우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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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선정하라면, TV부문 대상의 주인공으로 배우 박은빈이 호명되는 순간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대상 수상자로 이름이 불린 박은빈은 깜짝 놀란 후 한참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이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 96년, 그러니까 5살 때부터 아역 배우로 연기를 시작했던 그에게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박은빈에게 있어 굉장히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편견에 의문을 던졌고, 다양한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켰을 정도로 센세이션한 드라마였다. '우영우'가 기록한 최고 시청률 17.5%(닐슨코리아 기준) 신생 케이블 채널의 한계를 뛰어넘는 엄청난 성적이었다. 연기의 보폭을 넓힌 박은빈은 백상예상대상의 유력한 후보였다.

“어린 시절에 제가 배우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간 대상을 받을 수 있는 어른이 되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 꿈을 오늘 이룰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박은빈)


다만, '더 글로리'가 국내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판세를 점치기 어려웠다. 따라서 대상으로 호명되기 직전의 긴장감, 대상으로 호명됐을 때 느꼈을 감동은 상상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박은빈의 수상을 축하하는 만큼, 그의 눈물과 떨림이 충분히 이해됐다. 감정에 충실하게 반응하며 수상 소감을 이어가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웠고, 더할나위 없이 소중했다.

감정이 북받쳐 오른 와중에도 박은빈은 똑부러지게 수상소감을 이어갔다. 그는 "제가 세상이 달라지는데 한몫을 하겠다라는 그런 거창한 꿈은 없었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적어도 이전보다 친절한 마음을 품게 할 수 있기를, 또 전보다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들을 다름으로 인식하지 않고 다채로움으로 인식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연기를 했"다고 말해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박은빈은 소감 막바지에 드라마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 한 구절을 인용했다. 바로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였는데, 그는 "나는 알아도 남들은 모르는, 또 남들은 알지만 나는 알지 못하는 그런 이상하고 별난 구석들을 영우가 가치 있고 아름답게 생각하라고 얘기해 주는 것 같았"다고 말해 깊은 울림을 줬다. 누구보다 성숙하고 멋진 수상소감이었다.

하지만 박은빈의 수상소감을 '삐딱하게' 본 사람도 있었던 모양이다. 바로 문화평론가 김갑수이다. 지난 1일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의 '한낮의 매불 코너'에 출연한 김갑수는 쓴소리를 좀 하고 싶다며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스피치가 딸려서 모든 시상식에서 감사합니다로 끝나는 건 이제 포기 상태"라고 운을 띄웠다.

결국 김갑수가 저격하고 싶었던 대상은 뜬금 없게도 대상을 수상한 박은빈이었다. 그는 "시상식이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도 타인 앞에서 감정을 격박해서는 안 되"는 거라며 "언제부터 그렇게 자빠지고 팡파르가 터지고 막 이러고 나와서 울고. 품격이라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18살도 아니고 30살이나 먹었으면 송혜교씨한테 배워"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면, 김갑수가 배우로서 박은빈을 폄훼하려는 이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품격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특정 배우를 지목하면서 그가 수상자로서 감동을 느끼는 것까지 평가하려 든 건 매우 무례한 태도이다. 또, 선을 넘는 일이기도 하다.

10분 남짓한 박은빈의 수상소감 영상은 공개된 지 4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507만 회를 넘을 정도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박은빈의 수상소감을 들으며 감동을 받았다. 또, 김혜수를 비롯한 많은 선배 배우들도 박은빈의 수상소감을 SNS에 올렸을 정도로 귀감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갑수는 꼬투리 잡고 ’울고불고‘ 등 비하의 뉘앙스로 깎아내린 것이다.

이쯤되면 김갑수가 자신의 감수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지난 3월에도 폭행 전과자 황영웅을 감싸는 발언으로 한 차례 물의를 일으켰던 그가 어떤 '문화'를 다루는 '평론가'인지 모르겠으나, 그가 자신의 생각이 대중 및 일반적인 상식과 상당히 괴리되어 있다는 걸 빨리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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