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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로다'와 '환승연애'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는가

너의길을가라 2022. 9. 18. 22:48

좋든 싫든, 우리는 '연애 리얼리티'의 시대를 살고 있다. 증거? 프로그램 수가 증명하고 있다. 방송사와 OTT마다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론칭한 상태다. 화제가 되면 곧바로 시즌제로 띄울 분위기다. '왜 남의 연애 이야기에 그토록 열광하는가.' 누군가는 삐딱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 이들은 역사 속에 피어났던 위대한 로맨스 소설을 한 번도 읽지 않고, 멜로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았으리라.

원래 인간은 사랑에 열광하게 마련이고, 그것이 설령 남의 사랑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모든 공감력을 발휘해 몰입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지인의 연애 상담에 얼마나 진심인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이해할 수 없는 사랑도 있다. (사실 그조차도 공감과 몰입 때문이다.) '왜 저래?'라며 시청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심지어 어이없고 화가 나서 분통이 터질 때도 많다.

ENA PLAY <나는 솔로> 9기 광수-옥순-영숙의 삼각관계는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징크스'를 운운하며 시종일관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광수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런 광수를 오매불망 바라보는 영숙의 눈물도 납득되지 않았다. 첫 선택에서 꼬여버린 관계에 답답했던 옥순은 분통을 터뜨렸다. 광수는 결국 영숙을 선택했고, 질긴 삼각관계는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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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2>에서 자신의 X(전 연인)와 함께 출연하는 대담한 출연자들을 보면 놀랍기도 하면서 의아함도 든다. 과연 저들은 진정으로 '환승'이 필요한 걸까. 제한된 공간과 기간, 특정한 상황 속에서 설렘과 질투를 느끼는 출연자들의 감정은 드라마틱하다. 가령, X인 규민에게 여전히 매달리는 해은이나 희두에게 강렬한 질투를 느끼는 나연의 모습은 흥미롭다.

시즌이 마무리된 MBN <돌싱글즈3>에서는 또 하나의 커플이 탄생했다. 조예영-한정민은 초반부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직진했다. 윤남기-이다은 커플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였다. 둘은 '롱디' 커플의 한계를 뛰어넘어 결혼을 진지하게 고려할 만큼 깊은 감정을 나눴다.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이 있겠지만, 진정성 있는 관계를 보여주며 <돌싱글즈3>라는 프로그램에도 큰 힘을 실어주었다.

kakaoTV <체인지데이즈2>에는 이별을 고민하는 여러 커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상대를 바꿔 데이트를 하며 자신이 하고 있는 연애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나와 연인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다. 내 연인이 다른 사람과 함께 웃고 교감하는 상황을 인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정은 널뛰고, 관계는 연약하며, 사랑은 무력하다.

"제각기 다르게 사랑하면서도 누구나 '사랑한다'는 한 가지 표현을 쓴다. 사랑하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 말고 다른 말로 표현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랑한다'고 같은 말을 하면서 다르게 사랑한다. 다르게 사랑하면서 똑같이 사랑한다는 한 가지 표현을 쓴다. 백 쌍의 연인이 있으면 백 개의 각기 다른 사랑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한 가지 표현을 쓰므로, 쓸 수밖에 없으므로, 오해가 생긴다. (...) 자기와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이 아니라고 말해선 안 된다."

이승우, <사랑의 생애>, p. 146


'연애 리얼리티'를 보면서 사랑은 참으로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걸 여실히 깨닫는다. 아마도 그건 사랑을 하는 사람이 다채롭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가 이승우는 <사랑의 생애>에서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다르게 사랑하"는데도 "'사랑한다'는 한 가지 표현을" 쓰기 때문에 생기는 필연적 오해를 언급했다. 우리에게 사랑을 표현할 언어가 오직 사랑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백 쌍의 연인이 있으면 백 개의 각기 다른 사랑이 있"다면서 "자기와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이 아니라고 말해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승우의 선언에 기대어 9기 광수-옥순-영숙의 삼각관계를 보며 혀를 끌끌 찼던 나를 반성한다. 해은의 답답함을 이해하고, 나연의 연약함도 받아들인다. 정민의 속옷을 손빨래했던 예영의 지고지순함도 수긍해본다.


'연애 리얼리티'가 재미있는 까닭은 그것이 '진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사람과 관계 그리고 다채로운 사랑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보여주는 방식,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속도,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와 행동, 교감의 깊이나 농도, 문제를 풀어나가는 태도, 이별을 받아들이는 자세 등 모두 제각각이다. 세상의 그 어떤 사랑도 같은 모양이 없다.

설령, 일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이를테면 테프콘도 실드에 실패한 <나는 솔로다> 10기 영식의 과도한 스킨십이나 '그대라이팅' 공격처럼 말이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연애 리얼리티'를 통해 배워야 할 건 아마도 사랑을 이해하는, 사람을 이해하는 관대함이 아닐까. 나와 같은 사랑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 존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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