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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환승연애2', 태이에게도 봄이 오는가(박나언 투입 효과)

너의길을가라 2022. 9. 1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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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바닥을 찍었던 태이에게도 마침내 봄이 찾아 오는 걸까. 그는 <환승연애2> 내의 선량한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초반부에 빠르게 친해졌던 최이현의 (규칙 위반으로 인한) 퇴소에 큰 충격을 받았고, 민기마저 숙소를 나갔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눈물을 쏟았다. 그 이후부터 다른 여성 입소자들과 별다른 관계의 진전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미 판도가 짜인 탓이기도 하다.

태이와 이현이 보여준 친밀도는 그들이 X(전 연인) 관계일 것이라 예단하게 만들 정도였다.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MC들(이용진, 유라, 쌈디, 김예원)조차 착각하게 만들었다. 노골적으로 둘의 관계로 '낚시'를 한 제작진 입장에서는 호재였다. 둘의 '티키타카'로 시청자들은 헷갈렸고, 덩달아 화제성이 높아졌으니 말이다. 그런데 '규칙 위반 사건'은 판을 완전히 뒤흔들어버렸다.

이현과 민기의 퇴소 이후 <환승연애2>의 드라마는 규민-나연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물론 새로운 입주자 해은과 희두가 합류하면서 좀더 복잡한 관계망이 형성되기는 했다. 규민의 X인 해은의 절절한 사연과 눈물, 희두와 지연의 썸이 추가됐다. 이후 희두를 향한 나연의 질투가 더해지며 '아침 드라마급' 구도가 형성됐다. 그 과정에서 원빈과 지수, 태이는 점차 소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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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태이의 존재감이 가장 애매했다. 지수는 규민에게 호감을 표현했던 적이 있고, 원빈은 테라스를 수호하며 식물들과 케미(?)를 발휘하고 있다. (최근 나연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면, 태이는 낯을 가리는 성향과 독특한(?) 성격 탓에 겉돈다는 인상을 줬다. 다른 입주자들과 친해지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태이의 방황을 지켜보던 지연은 안타까워하며 연민을 보내기도 했다.

이와 같은 불균형은 방송 분량에서도 현격한 차이로 나타났다. (반드시 분량을 맞춰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환승연애2>가 다소 지루해진 건 그 영향도 컸다. 하지만 9일 공개된 12, 13화에서는 'X룸(X커플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공간)'을 통해 출연자 8명의 방송 분량이 비교적 균등히 분배됐다. 또, '메기' 역할을 할 새로운 입주자의 등장으로 상황이 반전됐다.

메기 효과(Catfish effect)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


홍대 법학과에 재학중인 박나언은 토킹룸에서 4명의 남성 출연자와 차례로 비밀 대화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고민끝에 데이트 상대로 태이를 선택했다. 관심사가 일치하고 대화의 티키타카가 잘 되는 부분에 높은 점수를 준 듯했다. 얼굴을 대면한 두 사람은 서핑 데이트를 가기로 결정했다. 잠시 후, 평창동 숙소에 입주한 나언은 환영을 받았고, 태이도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환승연애2>는 새로운 입주자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나언은 정체되어 있던 흐름에 활력이 될 전망이다. 한편, 여성 입주자가 추가됐으니 곧 남성 입주자도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의 X가 두 명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아직 섣부른 수라고 생각된다. 시즌이 거듭되면 파격적인 룰을 적용할 수 있겠지만, 당장은 그런 과감한 상황은 만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승연애>는 출연자들에게 3주라는 기간을 부여하는데, 다른 연애 리얼리티에 비해 몇 배는 길다. 관계를 형성하고, 친밀감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너무 긴 기간이기도 하다. 이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밤새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며, 인터뷰를 하는 것뿐이니 말이다. 어쩌면 이 긴 기간은 <환승연애>의 치명적인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3주라는 기간은 자신만의 드라마에 몰입한 입주자에게는 설렘과 질투로 정신없는 시간일 테지만, 새로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입주자에게는 지루한 시간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무의미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승연애>는 시즌마다 소강 국면을 흔드는 장치로 '매기'를 활용했다. 해은과 희두의 투입은 제작진 입장에서 신의 한 수였다.

이처럼 기간이 경과할수록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는 <환승연애>에서 '메기' 투입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 시즌 1에서는 제주도로 이동했을 시점에 남녀 2명이 추가됐지만, 시즌2에서는 그보다 많은 인원(현재까지 3명)이 투입됐다. 이현-민기의 퇴소로 인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는지, 애초에 예정된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메기'의 투입조차 패턴화된다면 그조차도 식상해질 수 있다.


한편, <환승연애2>라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출연자들에게 지나친 '정서적 학대'를 가하는 건 아닐까. 사실 X와 한 공간에 머무는 상황을 만든다는 것 자체도 잔혹한데, X의 존재를 밝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서로의 눈치를 보게 만들고, 설렘과 질투 사이에서 고통받게 만듦으로써 어떤 긍정적 효과가 발현되는 건지 의문스럽다.

원빈처럼 X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게 된다면 이상적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관계에 있는 이들에게는 <환승연애2>가 지옥과도 같은 시공간일 수밖에 없다. 어쨌든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환승연애2>는 다시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과연 <환승연애2>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이 프로그램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자리잡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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