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기분 좋은 로맨틱 코미디 <좋아해줘>, 어떤 커플이 가장 빛났을까?

너의길을가라 2016. 2. 1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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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대세'라는 유아인에, '언니들' 이미연과 최지우 그리고 '포스톤즈'의 멤버 '강하늘'까지! (사실 가장 톡톡 튀는 건 '이솜'이고, 영화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건 김주혁이지만..) <좋아해줘>는 우선 캐스팅에서 점수를 왕창 따고 들어간다. '쟤 때문에 보기 싫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만큼 대체로 '호감형'인 배우들이 포진한 탓에 이 영화가 캐스팅을 탓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잘 나가는 작가 조경아(이미연)와 더 잘 나가는 스타 노진우(유아인), 사랑 잃은 노총각 정성찬(김주혁)과 집 잃은 노처녀 함주란(최지우), 연애 초짜 작곡가 이수호(강하늘)와 밀당 고수 PD 장나연(이솜), 이 세 커플은 SNS(주로 '페이스북'를 통해) '사랑'을 만들어가고, '사랑'을 쟁취하고, '사랑'을 깨닫는다. 그 과정이 '옴니버스(omnibus)' 식으로 엮어졌는데, 무리스럽지 않고 적당하다. 



사실 이런(?) 영화에 대해선 '리뷰'가 많지 않다. 글이란 '청탁(請託)'(이라는 말 자체는 부정적인 의미가 전혀 없다) 아니면 '자발(自發)'에 의해 쓰여지기 마련인데, 청탁이 아니라면 '굳이' 이 영화에 대해 쓸 이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쓸 '건덕지('건더기'의 방언)'가 별로 없다. 포털에서 <좋아해줘>를 검색해서, 영화 정보를 확인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애초에 이 영화는 열렬한 홍보의 대상도 아닌 듯 하다.


'대스타' 유아인이야 <육룡이 나르샤> 촬영으로 바쁘다고 하더라도, 이미연과 최지우는 홍보 전선에서도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그나마 막내 배우인 강하늘과 이솜이 라디오(정오의 희망곡)에 출연하거나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를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강하늘은 <동주>에 주연으로 출연하지 않았던가? 아무래도 무게 중심이 그 쪽으로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그들은 '연기'에 있어서는 그 어떤 소홀함도 보이지 않았다. '소년'과 '남자'라는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유아인은 '순수함'과 '느끼함'을 그 어떤 위화감도 없이 자연스럽게 표현해낸다. 다만, 이미연은 '몰입도'를 높이기에 역부족이었는데, 그것이 어색한(그녀의 연기를 지적하게 될 줄이야) 연기 탓인지 캐릭터 때문인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예기치 못한 '동거'를 시작한 김주혁과 최지우 커플은 SNS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가식적인 이미지를 창조해내는 SNS의 성질을 정확히 포착해낸다. 그러고 나서 내린 결론은 이런 것이다. '허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내 옆의 그 사람이 가장 좋다!' 김주혁의 수더분한 연기와 최지우의 깜찍하게 발랄한 연기가 생각보다 좋은 궁합을 이룬다. 



무엇보다 가장 돋보이는 커플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강하늘과 이솜 커플이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장애(障碍)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수호(강하늘)는 구화(口話)를 통해 사람들의 말을 '듣는데', 솔직담백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나연(이솜)과 사랑에 빠진 그는 한편 설레지만 걱정이 앞선다. 자신을 숨긴 채 살아왔던 그로서는 이 벽을 깨는 것이 쉽지 않다.


유일하게 '몰입'을 이끌어내는 이 커플 덕분에, 관객의 입장에서 '과연 두 사람은 이 문제를 잘 극복할 수 있을까?'라며 나름 초조하게 바라보게 된다. 강하늘은 이미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했고, <마담뺑덕>에 출연했던 이솜은 이번 작품에서 자신에 딱 맞는 캐릭터를 입었다. 두 청춘 스타의 미래가 기대된다. 아, 드라마 <네멋대로해라>의 '고복수'와 '전경'이 이름을 다시 듣게 돼 반갑기도 했다. 


그것이 '청탁'이든 '자발'이든 간에 이런 영화에 대해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우겨 넣어야'만 하는데, 얼추 분량을 채운 것 같다(이런 추잡한 이야기를..). 굳이 '교훈' 하나를 끄집어내자면, 결국 SNS는 사랑에 사소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람과 사람의 '(직접적인)만남'이고, '(격렬한 혹은 소소한)부딪침'이라는 것 정도일까? <좋아해줘>는 다소 유치하지만, 기분을 좋게 하는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해낸 것 같다.


P.S. 그나저나 주커버그, '페이스북'에 '싫어요' 버튼은 안 만들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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