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국정감사의 풍경, 비키니에 이어 오늘의 웹툰(만화)까지

너의길을가라 2014. 10. 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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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동 비키니'는 이번 국정감사 최고의 히트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8일,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 도중 권선동 의원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외국 여성 모델(플레이보이 모델인 티파티 토스)의 사진을 '감상'하는 장면이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 사진은 <머니투데이>의 이동우 기자의 작품이었는데, 그는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됐던 국회의원들의 유사한 행동이 공식 석상에서 다시 반복되는 것은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사진을 기사화했다고 한다.



권선동 의원의 경우에는 '국정감사 도중 비키니 사진을 봤다'는 사실 자체로도 충격적이었지만, "환노위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 잘못 눌러 비키니 사진을 보게 됐다"는 어처구니 없는  해명이 더욱 상황을 우습게 만들어버렸다.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국정감사 일정이 촉박하게 잡혔고, 피감 기관은 역대 최다인 672곳에 달해 준비 부족이 심각히 우려됐던 이번 국정감사였다. 보좌관들은 밤새 자료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뉴스 보도가 연일 방송을 타기도 했었다.


애초에 '기사를 검색하다 잘못 눌렀다'는 변명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 한가롭게 기사나 검색하고 있을 시간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평소 수업시간에 '다른 짓'을 하던 학생들도 학부모가 참관 수업을 한다든가 누군가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면 바른 자세로 수업을 잘 듣는 척이라도 할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기본 심리다. 특히 국정 감사에 나선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등 뒤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을 기자의 존재를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그 카메라가 곧 국민의 시선이라는 것을 망각한 것일까?



'비키니'에 이어 이번에는 '웹툰(만화)'이다. 16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청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이 '오늘의 웹툰'을 감상하고 있는 장면이 기자의 카메라에 딱 걸렸다. 쌓여 있는 현안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자료를 한 장이라도 더 검토하고,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정리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 귀한 시간에 '오늘의 웹툰'이라니 이게 웬말인가?


'권선동 비키니' 사진을 찍었던 이동우 기자는 사진을 찍은 후 '내적 갈등'을 경험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파행으로 진행된 국정감사가 '정책'은 실종되고 '가십'으로 넘쳐나는데 이런 사진기사가 일조할 수 있다는 염려'가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원들의 책임의 무게를 일깨워주"기 위해 사진을 기사화했다고 한다. 물론 '대박 아이템'을 건진 기자들의 생리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최대한 선의로 이해하기로 하자.


이동우 기자의 말처럼, 국회(혹은 국회의원)를 비판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들의 권력이 두렵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칫 정치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대학생들이 가장 불신하는 집단으로 정치인(85.3%)이 뽑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되지 않았던가? 비단 대학생뿐이겠는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이처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그득한 상황에서 국정감사에서 '비키니 사진'이나 넋놓고 바라보고 있고, '오늘의 웹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어떻게 비춰지겠는가? 대답은 뻔한 것 아닐까?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참 곤혹스럽기만 하다. 그렇다고 해서 특권 집단인 정치인에 대한 비판을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이렇게라도 해야 그들이 조금이나마 '꼼지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산마리노의 국회의원은 의회에 참석하면 수당으로 하루 103유로(약 15만 원) 정도를 받습니다. 수당이 적어도 저희는 모두 직업을 따로 가지고 있고, 정치는 오직 열정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오늘도 산마리노의 국회의원들은 시민들과 함께 생업 전선에 뛰어든다. 마테오 의원은 슈퍼마켓 직원으로, 엘레나 의원은 농부로, 글로리아 의원은 세탁소 주인으로. 모두들 그렇게 평범한 시민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그들은 자신만의 자리에서 시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민심을 반영하며 내일의 국회를 열어갈 것이다.


- 『권력이란 무엇인가』-


유럽의 작은 독립국가 산마리노의 국회의원들을 닮기를 희망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바람일까? 그들의 열정, 봉사의 정치를 본받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정녕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은 진정으로 국민들을 대변하고 있을까? 아니, 권력의 원천인 국민들을 두려워하긴 하는 것일까? 권력이 누구로부터 오는 것인지, 그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오늘도 자신에게 위임된 권력을 마치 자신의 것인양 마음대로 남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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