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왜 망치게 하려는 거야? 엄마는 내 인생의 걸림돌이야"
2021년 마지막 금쪽이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형제였다. 지난 12월 31일 방영된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에 찾아온 엄마(아빠는 일이 바빠 출연하지 못했다.)는 게임 홀릭인 금쪽이들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일상은 갈등의 연속이었다. 말리는 엄마와 조금이라도 게임을 더 하려는 금쪽이들은 매일같이 다퉜다. 금쪽이들은 게임에서 지면 화풀이를 했고, 말투도 점점 사나워졌다.
엄마는 3년 전 같은 문제로 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얘기했다. 당시에 괜찮아지는 듯 했지만, 다시 휴대전화 중독에 빠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사춘기까지 겹쳐 더 심해졌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과연 어느 정도일까. 쌍둥이 중 형은 눈을 뜨자마자 게임을 시작해 화장실에서도 휴대전화를 놓지 않았다. 밥을 먹으면서도 게임에 몰두했다. 어린애답지 않은 집착이었다.
그런 금쪽이가 못마땅한 엄마는 잔소리를 한바탕 늘어 놓았지만, 금쪽이는 뒷등으로 들으며 신경쓰지 않았다. 동생도 등교 시간이 임박했음에도 게임 영상을 시청하며 넋을 놓고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형제는 집에 오자마자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2시부터 시작해 해가 질 때까지 주구장창 게임만 했다. 동생은 게임에서 지자 형의 얼굴을 할퀴기는 등 폭력적 성향을 보였다.
마침 일터에서 복귀한 엄마는 쌍둥이 형제가 게임만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훈계를 시작했다. 하지만 금쪽이들을 혼내는 엄마의 말은 권위가 없었다. 금쪽이들은 엄마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무시했다. 결국 막말과 실랑이로 이어졌다. 엄마와 쌍둥이들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했다. 동생이 도를 넘는 욕설을 내뱉자 엄마 역시 화가 잔뜩 났다. 보는 사람까지 진이 빠지는 광경이었다.
쌍둥이들의 게임 홀릭은 작년부터 더 심각해진 상태였다.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을 하게 되면서 휴대전화와 태블릿PC를 줄 수밖에 없었고, 아이들은 수업을 핑계로 하루종일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오은영은 디지털 미디어 기기를 사용하는 게 요즘 세상에서 불가피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너무 빠르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뇌가 충분히 발달하기 전의 어린 아이들은 발달 단계에서 충분히 생각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만 24개월 전후는 물론, 초등학교 입학하는 만 7세, 중학교 입학하는 만 13세 역시 대뇌의 급성장 시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는 생각하는 연습을 방해할 가능성에 매우 크다. 금쪽이들처럼 하루종일 게임에 빠져 있으면 체계적으로 생각하는 경험을 못 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을 일컬어 '팝콘 브레인'이라고 한다. "강한 자극이 넘쳐 나는 첨단 디지털 기기의 화면 속 현상에만 반응할 뿐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느리게 변화하는 진짜 현실에는 무감각"해지는 걸 뜻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다른 사람이 길게 말하면 듣기 싫어하고, 참을성이 떨어지며,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저하된다. 현재 금쪽이들의 상태는 매우 우려스러웠다.
사실 게임을 안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결국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너무 많이 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게임을 즐기는 자신만의 중용을 찾아야 한가. 그렇다면 '너무 많이'의 기준은 얼마일까. 오은영은 일반적으로 주 25시간 이상이면 과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3.5시간 꼴이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쌍둥이들은 사실상 게임 과몰입 위험 수준이었다.
- 게임 과몰입군 체크 리스트
1. 게임을 하지 않을 때는 초조하거나 불안히거나 슬프다.
2. 게임을 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3. 게임하는 것을 줄이려고 해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4. 이전에 했던 게임이 계속 생각나거나 게임을 할 생각에 몰두한다.
5. 사회적, 심리적으로 문제가 생겨도 계속해서 게임을 과하게 한다.
6. 게임으로 인해 다른 취미나 오락 활동에 대한 흥미가 줄었다
7. 가족이나 주위 사람에게 게임한 시간을 속인 적 있다.
8.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게임을 한다.
9. 과도한 게임으로 인해 중요한 인간관계나 해야 할 일을 그르친 적이 있다.
게임 과몰입군 체크 리스트 결과 형은 7개, 동생은 6개 항목에 해당됐다. 게임 과몰입 증상은 3단계로 나뉘는데, 1단계는 게임 이용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나 여가 활동이 지나치게 게임에 집중되는 단계이다. 2단계는 게임으로 인해 정서적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타인에게 공격성을 보이고, 지나치게 내향적으로 바뀌는 등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편, 3단계는 게임 과몰입군인데, 이때부터는 일상의 모든 우선순위가 게임으로 맞춰진다. 게임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단계이다. 일상생활이 망가지고 심각한 정서적 문제 발생한다. 게임 결과에 따라 감정 변화가 동반되고, 학생들의 경우 기초 학습의 부진이 뒤따른다. 현재 금쪽이들은 2단계에 속하는 상태였다. 어른들의 적극적인 개입과 도움이 필요했다.
오은영은 게임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다면서 엄마의 훈육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오은영은 엄마가 아이들에게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며, 마치 빠른 자극이 오고가는 게임을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엄마의 경우 우선 말의 양이 너무 많았다. 아이에게 하나도 입력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기억에 남는 건 불편했던 감정뿐이었다.
"엄마랑은 언제부터 사이가 안 좋아졌어?"
"게임하기 전에는 엄마 말을 잘 들었는데 게임하고부터 엄마 말을 안 듣기 시작했어."
다행히 형은 갈등의 시작을 알고 있었다. 게임 때문에 성격이 변했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다.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게임을 하기 전에는 화도 안 내고 욕도 안 했다며 씁쓸해 했다. 금쪽이들은 게임을 줄이면 싸우지 않을 것 같은데 줄이기가 어렵다며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될 마큼 힘들어진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막중한 책임감에 오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금쪽이들이 문제 인식을 하고 있다는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 오은영은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엄마와 소통하지 못해는 점에 대해서 안타까워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금쪽처방은 '강철 솔루션'이었다. 강철처럼 단단한 마음을 가지라는 의미였는데, 관건은 문제 상황에서의 감정 조절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을 걷어내고, 말수를 줄이고, 목소리를 낮춰야 한다.
만약 감정이 조절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은영은 쇠털같이 많은 날들이 있으니 준비가 될 때까지 훈육을 미루라고 조언했다. 그러지 않으면 소모적인 감정 싸움만 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충동적 무력에는 충동적 반응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또, 힘으로 휴대전화를 뺏는 건 중학교 가면 통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물리적 통제보다 규칙을 만들어 스스로 지키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임 시간을 줄이는 문제로 갈등이 있었고, 약속을 한 뒤에도 고통스러운 실랑이가 이어졌다. 시간 제한 앱을 깔았음에도 절제는 쉽지 않았다. 엄마는 눈물을 쏟으며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오은영의 말마따나 강철 같은 마음이 필요한 때이다. 엄마는 촬영 영상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되짚어보며 말투 개선 훈련에 나섰다.
엄마는 그동안 아이들과 나눴던 유일한 대화 시간이 훈육 시간이었음을 떠올리고 자책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았다. 본격적인 솔루션이 진행됐다. 게임 과몰입 극복을 돕기 위해 근력 운동을 진행하는 한편, 가족들이 함께 놀이를 하며 관계 개선에 나섰다. 또, 약속한 게임 시간을 다하면 금고 안에 휴대전화와 태블릿을 넣어두기로 했다. 과연 금쪽이들은 달라졌을까?
그동안 완전히 자제력을 잃어버렸던 금쪽이들은 규칙을 지키는 법을 배워나갔다. 엄마의 노력은 금쪽이들을 변화시켰다. 엄마는 달라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방해자가 아닌 조력자가 되기로 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가족들이 많은 상황에서 <금쪽같은 내새끼>가 들려준 이야기는 매우 희망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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