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솔직한 맛집] 77. 강릉 여행의 별미, '정선이모네식당' 콧등치기 국수가 뭐야?
강릉에 또 다녀왔습니다. 첫 여행의 기억이 워낙 좋았던 터라 3시간이 훌쩍 넘는 운전도 망설일 이유가 없었죠. 한달음에 갈 수도 있지만, 점심 시간도 껴있어서 홍천군에 있는 '금수강산 막국수'에 들렀습니다. 맵지 않으면서도 절묘한 간을 맞춘 비빔막국수가 일품이고, 감자전도 준수했습니다.
강릉 여행의 첫날 숙소는 '세인트존스 호텔'로 정했고, 저녁 식사는 이미 한 차례 방문했던 적이 있는 '미트컬처'를 예약했습니다. 원래 강릉에서 이름난 식당인데, 새로 오신 셰프님이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 출연('청와대 셰프')해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하더라고요.
둘째 날은 율곡로 쪽을 둘러봤는데요. '레드망치'라는 소품샵을 구경할 생각이었죠. 주택을 개조한 가게였는데, 아기자기한 주방용 소품들을 판매하고 있더라고요. 위쪽으로 250m만 걸어가면 2호점도 있으니 구경하기에 좋습니다. 이렇듯 강릉은 감각있는 인테리어 소품샵들이 많죠.
사실 이 날 '율곡로'라는 거리를 처음 알게 됐는데, 멋스러운 주택들이 양쪽 길을 따라 자리잡고 있더라고요.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이런 곳에 살면 좋겠다'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성있는 건물들도 훌륭한데, 감각적으로 꾸며진 정원도 눈에 쏙 들어왔죠.
즐겁게 구경을 하다보니 어느새 배가 고플 시간이 됐나봅니다. 근처에 있는 '정선이모네식당(감자옹심 콧등치기 국수)'으로 이동했죠. 역시 강릉 여행에는 장칼국수, 옹심이 아니겠어요? 어젯밤에 파스타 같은 양식을 먹었으니 아무래도 이번에는 토속적인 음식 차례죠.
정선이모네식당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강릉대로223번길 11 1층 콧등치기
영업 시간 : 10:00-16:00
휴무 : 화요일
주차 : 공영주차장 이용 가능
강릉 교동, 그러니까 강릉역 인근에 위치한 '정선이모네식당'은 '콧등치기 국수'로 유명한 곳이기도 한데요. '콧등치기'란 메밀국수를 일컫는 정선지역의 사투리라고 합니다. 국숫가락이 억세서 후루룩 먹을 때 콧등을 철썩 치며 올라온다고 해서 그리 불렀다고 하네요.
근데, 식당 이름도 그렇고, '콧등치기'란 명칭도 그렇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맞습니다. '정선이모네식당'은 원래 정선 읍내에 있었다고 합니다. 김선자 사장님이 정선메밀을 홍두깨로 직접 밀어서 국수로 만드는 맛집으로 유명했다고 하더군요.
평일 오후인데도 식당에 손님들이 제법 있더라고요. 강릉은 주말에 관광객 손님이 많고, 월요일부터 한산한 편이거든요. 식당 내부는 정돈되어 있고 깔끔했는데, 산만한(?) 팝송이 나와서 토속적인 음식을 파는 식당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옹심이와 콧등치기 둘 중 하나도 놓칠 수 없어서 감자옹심 콧등치기 국수(10,000원), 감자옹심 콧등치기 장칼국수(10,000원), 파전(10,000원)까지 세 개를 주문했습니다. 기본 반찬으로는 배추 김치와 길쭉한 깍두기가 나왔죠. 배추, 고춧가루, 감자, 쌀 등 식재료들이 국산이라 안심되더군요.
중국집을 가도 탕수육이 먼저 나오듯, 파전이 먼저 준비됐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재료가 많이 들어가 있지도 않고 평범할 것 같았는데, 먹어보니 식감과 맛의 밸런스가 굉장히 잘 맞는 파전이었답니다. 에피타이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습니다.
이어서 국수 타임! 먼저 국물부터 맛을 봐야겠죠? 감자옹심 콧등치기 국수는 국물이 자극적이지 않아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옹심이의 식감도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것이 역시 강원도 감자는 남다르다는 생각을 했죠.
개인적으로 매운 맛을 즐기지 않는데, '정선이모네식당'의 장칼국수는 얼큰하고 칼칼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아서 젓가락이 쉼없이 움직였다. 게다가 텁텁하지 않고 개운하다. 약간은 쌀쌀했던 기온 탓에 긴장했던 몸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랄까. 매콤한 국물 덕분에 체온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한때는 자극적인 맛에 이끌릴 때가 있었더랬죠. 그런 음식을 먹어야 뭔가 먹은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자극적이지 않은 맛, 그러니까 자연스러운 맛을 추구하게 되더라고요. 슴슴하면서도 깊이 있는 맛, 음미할수록 기분 좋고 충만해지는 맛 말이죠.
'정선이모네식당'의 음식들이 그랬습니다. 욕심내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정직한 맛이었죠. 물론 강릉에는 맛집이 많은 동네이고, 여전히 가보고 싶은 식당 리스트가 많은데요 그래도 율곡로에 올 때면 '정선이모네식당'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듯합니다. 면발이 뜨거워서 콧등치기는 못했지만, 다음에 한번쯤 도전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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