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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사가 어디까지..” 강형욱의 내적 갈등

너의길을가라 2023. 5. 2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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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즘에 가지고 있는 고민이에요. 훈련사로서 다가갈 건지, 사회 규칙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강형욱)

22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은 진돗개 보문(수컷, 3살)이었다. 카센터 밖 구석의 견사에 살고 있는 보문이는 마치 철창을 뚫고 나올 듯 공격적이었다. 그 모습이 상당히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절에서 태어난 보문이와 3년을 함께 지낸 아빠 보호자는 ’개는 훌륭하다‘ 제작진에게 연락을 받았을 때 보문이를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다고 한다.

아빠 보호자와 형 보호자와 있을 때 순둥순둥한 보문이지만, 외부인에 대한 경계와 짖음이 매우 심각했다. 공장 직원, 택배 기사 등을 보면 어김없이 짖었고, 견사를 뛰쳐 나올 정도로 점프를 했다. 주위 사람들은 당연히 불안에 떨어야 했다. 시야를 가려주면 좋을 텐데 그런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상황을 지켜보는 강형욱 훈련사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물림 사고도 있었다. 어느 명절날, 보문이는 배달 기사가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 공격했고, 보호자가 뒤늦게 달려들어 떼어냈지만 배달 기사의 몸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CCTV 영상을 보던 강형욱은 “저건 정말 사냥”이라며 씁쓸해 했다. 강형욱은 충동적인 입질이 아니라 포식성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그 이전에도 몇 차례 물림 사고가 있었다.

산책은 가능할까. 목줄 하나를 채우는데 1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고, 입마개 착용은 아예 포기해야 했다. 고양이를 발견한 보문이는 공격성을 보였고, 이웃집 개를 본 이후의 반응도 심상치 않았다. 한 번은 목줄을 놓친 적이 있었는데, 쫓아가 봤더니 염소 엉덩이를 물고 있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보호자는 산책을 나갈 때마다 비상용 합의금을 넣은 봉투를 챙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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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있어요. 반려견 교육으로 접근해야 할지, 교육 가능 여부가 아닌 같이 살 수 있을지..” (강형욱)


강형욱은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다. 그는 ”유기견은 불쌍한데요. 짖는 옆집 개는 싫어요.”라며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매우 현실적인 말이었다. 또, 최근 들어 훈련사로서 갖게 된 본질적인 고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훈련사로서 정체성을 갖고 교육을 하는 게 우선인지, 법규나 사회 규칙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 우선인지 스스로도 많이 혼란스러운 듯했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견사 앞에서 보문이와 마주했다. 보문이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짖어댔다. 솔루션에 난항이 예상됐다. 강형욱은 카센터 안으로 자리를 옮겨 상담을 시작했고, 보문이의 공격성이 유전적 본능에서 발현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빠 개도 마찬가지로 사나웠기 때문이다. 보문이는 유전의 영향으로 예민하고 누구든 물 수 있는 포식 공격성을 지닌 개였다.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개와 같이 살 수 있을까.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바로 ‘철저한 대비’ 말이다. 강형욱은 산책 시에는 입마개 착용이 필수라고 당부했다. 두려움으로 공격성을 막는 방법도 있지만, 강형욱은 그 교육 방식이 옳은 것인지 고민스러워했다. 보호자는 그렇게라도 하겠다고 대답했지만, 강형욱은 행동 교정에 앞서 견사 환경 개선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사나운 개를 더 사납게 만드는 현재 상황을 바꿔야 했다. 타고난 본능에 환경까지 한 몫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카센터 뒤쪽에 견사를 두기에 충분한 장소가 있었다. 트여 있는 공간은 벽으로 막아야 했다. 이어서 강형욱은 핀치칼라를 사용할 것과 가슴줄도 채워 이중으로 안정장치를 할 것을 권장했다. 심각성을 인지한 보호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는 걸까.

그런데 강형욱은 보문이를 아예 만지지 않을 거라 선언했다. 지금 훈련ㅇ르 한다고 해도 두려움을 주입시키는 세뇌일 수밖에 없으므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듯했다. 이는 교육을 빙자한 또 다른 보복 행위이기 때문이다. 훈련은 환경 개선 이후의 시점이 적절할 듯싶었다. 다만, 보호자가 입마개를 착용하는 것만 지켜보기로 했다. 보호자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직접 교육하도록 지시했다.

“요즘에 돈 천만 원 가지고 합의가 안 돼요. 제 개를 물어 죽이잖아요? 제가 돈 천만 원에 합의할 것 같아요? 안락사 또는 이사가 합의죠.“ (강형욱)


강형욱은 보호자에게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며 신신당부했다. 보호자가 견사에 들어가 보문이에게 입마개를 착용시키려 했지만, 보문이는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강형욱이 예상했던 대로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람에게 입질한 전적이 있다는 건 보호자 또한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실패가 이어졌다. 급기야 보문이는 입마개를 물어뜯기까지 했다.

경계심이 높아진 탓에 훈련은 점점 더 힘들어졌다. 반복 훈련도 소용 없었다. 보호자 혼자 견사에 남아 다양한 방법으로 입마개 착용 훈련을 이어나갔지만, 보문이는 쉽사리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입마개가 깨져버려 훈련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보호자는 ”오늘 안 되면 내일, 내일 안 되면 모레, 매일 하다보면 훈련이 될 거“라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촬영이 끝난 후 따로 인터뷰를 요청한 강형욱은 훈련과 처분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그는 보문이 같은 개를 보호자에게만 맡긴다는 건 위험하다며, 이 경우 진작에 보호자로부터 격리해서 치료를 받거나 사회로부터 분리시켜 주변 사람들이 안전함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이들에게 위협되는 존재를 그대로 두는 게 맞을지 고민스럽다는 얘기였다.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개라면 해칠 수 없는 환경을 만든 후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그의 최신 입장이었다. 훈련사로서 어디까지 해줘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이해됐다. 다행히 보호자는 거듭된 훈련을 통해 입마개 착용을 할 수 있게 됐고, 견사도 옮겨 환경을 개선해 나갔다. 그럼에도 앞으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개는 훌륭하다‘는 단순히 반려견의 문제 행동을 솔루션하는 프로그램에서 반려 문화를 담아내고, 그 이면의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는 프로그램으로 변모하고 있다. 또, 훈련사 강형욱의 내적 갈등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과연 그가 어떤 해답을 찾아낼지, 그의 고민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받아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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