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묻는 입 11

<밀정>의 이정출, 그의 진짜 이름 황옥은 누구인가?

김지운 감독에겐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다. 의열단 단장 김원봉을 모티브로 한 정채산(이병헌)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도 있었다. '특별출연'만으로도 엄청난 아우라를 뽐낸 이병헌의 힘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멋스러웠던 정채산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한껏 설레게 만들지 않았던가. 아니면 의열단의 단원들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선택도 가능했다. 가령,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했던 김상옥을 빗댄 김장옥(박희순)이라든지, 식민통치기관을 파괴하기 위해 폭탄을 운반하는 작전을 맡았던 김시현을 빗댄 김우진(공유)을 더 집중적으로 그릴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훨씬 더 강렬하고 뜨거운 영화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또, 영화를 홍보 하기에도 한결 수월했을 테고, 상업 영화의 존재 이유이자 제1 목표인 흥행에도 유리했을 것이다. 하지..

'광복절'이라는 태풍이 지나간 자리, 우리 앞에는 무엇이 남았나

'어제'는 8월 15일, 광복절(光復節)이었다. '대한민국'은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돼 나라와 주권을 다시 찾은 날'을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기념했다. 정부는 원로 애국지사와 독립유공자 유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하기도 했고, 대통령은 매년 그랬던 것처럼 '(건국절 축사 같은) 광복절 축사'로 국민 앞에 나타났다. 언론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광복절'과 관련한 기사들을 1면에 싣어 스스로의 '민족애(民族愛)'를 뽐냈다. 국민들은 어떠했는가. 역사의식이 부재한 한 연예인을 향해 분노의 철퇴를 내렸다. 본래 무언가를 맞이할 때는 떠들썩하기 마련이다. 또, 그 '맞이'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흐름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지나간 다음이 중요하다. 몸과 마음을 적시고 있던 흥분이 가신 후에야 우리는 ..

광복절 VS 건국절, 무엇을 위한 누구의 싸움인가?

-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 IV-12권 - A의 할아버지 춘산명세(春山明世)는 유교를 바탕으로 조선인을 황국신민으로 만들기 위해 일제가 부활시킨 경학원(성균관의 나중 이름)의 사성(司成 · 관리)을 지냈고, 친일 유학자들을 동원해 만든 조선유도연합회(朝鮮儒道聯合會) 상임이사를 역임(1939년)했다. 1941년에는 조선임전보국단(朝鮮臨戰報國團) 발기인으로 참여했는데, 조선의 젊은이들을 향해 태평양 전쟁에 나가서 일왕(日王)을 위해 싸우다 죽으라고 강변했다. 1942년에는 일제의 침략전쟁과 징병제를 찬양하는 한시와 글을 발표했고, 이러한 주장을 전달하는 강연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친일 행각을 펼쳤다. 이와 같은 전력(前歷) 때문에 A의 할아버지는 2009년 발표된 친일반민족행위 704인 명단에 포함됐고,..

이젠 더 이상 '삼점일절'의 충격 없는 3·1절이 되길..

- SBS 에서 발췌 - Q1. "3·1절을 읽어보세요" 적지 않은 중학생들이 3·1절을 '삼점일절'로, 3·1운동을 '삼점일운동'으로 읽었습니다. 어안이 벙벙해지더군요. 기사가 나간 뒤 일부 네티즌들은 댓글에서 학생 인터뷰가 조작된 것 아니냐고까지 물으시더군요. 취재진이 중학생을 만나기 위해 서울시내 중학교 5군데를 돌아다녔고요, 20명 남짓 되는 중학생을 붙잡고 물어본 결과, 20%정도의 중학생이 3·1절 읽는 법조차 몰랐습니다. 차라리 조작이었다면 저도 좋겠습니다. Q2. "3·1절은 무슨 날인가요?" '일제에 항거해 1919년 3월 1일 벌어진 우리민족 최대 독립운동'이란 답을 딱 한 명이라도 해주길 기대했습니다. 저렇게 정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행히 '대한민국 만세'정도 기억하는 ..

건국대통령 이승만, 영화 제작? 내가 알고 있는 이승만은..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서세원, 이승만 대통령 영화 연출..4년만의 복귀 '이승만 영화' 제작?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1일, 이승만 대통령을 모델로 한 영화가 제작될 계획이라는 뉴스가 전해졌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몇 가지 간단한 사실들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간단히 짚어보자면 제작은 애국프로덕션에서 맡았고, 코미디언 출신 영화감독 서세원 씨가 연출을 담당할 것이고, 시나리오는 이미 완성된 상태라고 한다. 또, 1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건국 대통령 이승만 영화 시나리오 심포지엄'을 열고, 영화의 내용 및 주제를 밝힐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이제 첫발을 내딛는, 부푼 꿈에 가슴 설렐 영화 관계자들에겐 조금 미안한 이야기를 조금 해야할 것 같다...

김구는 민족의 자랑스러운 테러리스트이다

뉴라이트는 김구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한다. 민족주의 사학자들은 뉴라이트의 주장에 거세게 반발하며, 망언이라고 되받아친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글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준비운동부터 시작해보자. 그래야 큰 부상을 방지할 수 있으니까. 우선, '테러리즘'과 '테러리스트'에 대한 사전적 정의부터 살펴보자. '테러리즘(terrorism)'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적인 목적을 위하여 조직적ㆍ집단적으로 행하는 폭력 행위. 또는 그것을 이용하여 정치적인 목적을 이루려는 사상이나 주의(네이버 국어사전)'이다. 자연스럽게도 '테러리스트'는 '정치적인 목적을 위하여 계획적으로 폭력을 쓰는 사람' 쯤으로 정의된다. 이처럼 '테러리즘'이라는 말은 가치중립적인 용어이다. 물론 테..

'박정희는 친일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필자는 이 글에서 '박정희의 정체성'과 관련된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우선 질문지부터 확인해보자. 1. 박정희는 독재자인가? 2. 박정희는 친일파인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게 나온다. 박정희는 독재자가 맞다. 1961년 5월 16일, 박정희 소장은 군사 구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했다. 이후 박정희는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철저히 억압했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수많은 간첩 조작 사건 등을 통해 법도 무시한 채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고문을 당했다. 1972년 10월 17일에는 유신헌법을 선포(12월 27일 공포)하고 장기집권, 사실상의 영구집권을 꿈꿨다. 유신헌법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 권력구조상 대통령의 권한을 무제한 허용함으로써 독재를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쉽게 ..

일제시대는 욕하면서 군부독재는 괜찮다고?

재미있는 질문을 던져보자. (한윤형이『뉴라이트 사용후기』에서 제기한 '구멍') 일제시대와 군부독재시대(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중에 어느 쪽이 더 악랄한 시대였을까? 혹은 이렇게 질문해보자. 양쪽 중 한 쪽만 긍정하는 것은 가능할까? 가령, 일제시대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군부독재시대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혹은 반대로 일제시대는 부정적으로 인식하면서 이승만과 박정희 그리고 전두환의 시대는 찬양하는 것이 가능할까? 일단, 전자의 경우는 흔치 않은 케이스라고 여겨진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보질 못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어떨까? 문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일제시대를 긍정하는 사람들, 좀더 학술적인 용어를 쓰자면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

우경화는 태도이자 자세.. 부감적 사고가 필요하다

서두에서 밝히지만, 이 글은 조금 불편한 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열렬한 호응을 얻는 방법은 간단하다. 특정인 혹은 특정 국가를 지목해서 열심히 '까'면 된다. 필자도 나름 잘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그런 글이, 본인을 비롯해서 그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는가? 적대심을 유발하고,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글이 어떤 호용성을 가지는가? 필자가 포스팅했던, '우경화와 역사 전쟁, 역사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라는 글에 달린 일부 댓글을 발췌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이러한 댓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조하는 편인가? 속이 시원한가? 옳은 말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필자는 글에서 '우경화'는 일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도 진행되고 있다고 썼다. 일본은..

우경화와 역사 전쟁, 역사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 에서 발췌 - 이번 글에서는 일본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사건과 더불어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간단히 짚어보고자 합니다. 가뜩이나 머리가 아픈데, 지난주는 일본 때문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죠? 뉴스와 더불어 간략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일본 의원 168명 ‘야스쿠니’ 집단 참배 강행 지난 23일, 일본 국회의원 168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습니다. 최근 참배 인원이 30~80명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참가 인원이 크게 늘어난 셈입니다. 아무래도 일본의 우경화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소속 의원들이 많이 당선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고, 중국 정부도 일본 정부를 질타했습..

고종 황제가 이탈리아 왕에게 보낸 비밀 친서

고종 황제가 이탈리아 왕에게 보낸 비밀 친서가 처음 공개가 된다고.. 뭐, 내용은 '도와주세요'겠지.. 서울역사박물관은 26일부터 7월 1일까지.. 국제교류전 '로세티의 서울, 1902~1903' .. 어쩌고 저쩌고.. 시간 나면 여기나 한 번 가봐야겠다. 어쨌거나 나라를 빼앗겼을 때, 고종은 목숨을 끊었어야 한다고 본다. 결국 살아남음으로써 민중이 들고 일어설 기회조차 빼앗은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