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묻는 입

우경화는 태도이자 자세.. 부감적 사고가 필요하다

너의길을가라 2013. 4. 2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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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서 밝히지만, 이 글은 조금 불편한 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열렬한 호응을 얻는 방법은 간단하다. 특정인 혹은 특정 국가를 지목해서 열심히 '까'면 된다. 필자도 나름 잘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그런 글이, 본인을 비롯해서 그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는가? 적대심을 유발하고,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글이 어떤 호용성을 가지는가? 


필자가 포스팅했던, '우경화와 역사 전쟁, 역사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라는 글에 달린 일부 댓글을 발췌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이러한 댓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조하는 편인가? 속이 시원한가? 옳은 말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필자는 글에서 '우경화'는 일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도 진행되고 있다고 썼다. 일본은 나쁜 국가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응징'을 가하는 것은 '정당'하고 '정의'로운 일이라고 강변하고 싶은가? 그래서 일본에 지진이 생기거나, 쓰나미가 몰려와도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우선, 일본이라는 국가와 일본인을 동일시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사고라고 말하고 싶다. 반대로 묻고 싶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은 동일한 존재인가? 우경화의 조짐을 여러가지로 파악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강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두 가지는 다른 개념이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국가와 민족이 동일한 범주에 있었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혼용해서 쓸 수 있을 듯하다. 대한민국에서 민족주의(국가주의)가 강하게 표출된 시기는 아무래도 2002년의 월드컵이었을 것이다. 물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국민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하는 마음이고, 그러한 마음이 어느 정도 실체화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가와 개인을 동일시하는 단계에 이르면 문제는 조금 심각해진다. 


위에서 인용한 댓글을 쓰는 사람과 그러한 댓글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일본인'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일본인'과 인간적인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을 것이다. 단지, 국적이 '일본'일 뿐, 그들은 우리와 같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명의 사람이다. 그저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고, 문화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다. 중국인이라고 다르지 않고, 미국인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러시아인이라고 다르지 않고, 프랑스인이나 이라크인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거듭 묻게 된다. 이러한 개인을 국가와 동일시 할 수 있는 것일까? 


이제 초점을 대한민국으로 맞춰보자. '대한민국 VS 일본'의 대립구도, 다시 말해서 '우리 VS 너희'의 대립 구도는 대한민국 정치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여(與)와 야(野)의 극심한 대립을 이야기해보자. 우선,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새누리당의 존재를 긍정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있는 시민들을 보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을 지지하거나 새누리당에 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모두 새누리당과 새누리당의 국회의원과 동일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사람들 중에는 나의 가족이 있을 수도 있고, 친척이나 동료, 친구들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선량하고 마음씨 좋은 지역 주민일 수도 있다. 이들은 결코 '악'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을 향한 분열적인 언어들이 쏟아지고 있는 현실은 무엇인가? 이해와 설득이 아닌, 비난과 멸시로 일관하고 있는 현실은 무엇인가? 


이번에는 '야권'을 생각해보자. 민주당은 친노와 비노의 감정 싸움이 한계선을 넘어선 지 오래다. 문제는 이 싸움이 국회의원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각 계파를 지지하는 시민들에게까지 번져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김한길을 비롯한 비주류에 호의적인 사람들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붓는다.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겐 더 이상 '대화'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문재인에 호의적인 사람들은 안철수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마치 '일본'을 대하듯 공격한다. 그 역의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누군가 일본에 대해 욕을 하면, 그는 '애국자'라고 불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가 새누리당에 대해 욕을 하면 어떻게 될까? 혹은 민주당에 대해 그렇게 욕을 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평가는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어느 편에 서느냐는 다를 수 있지만, 명백한 것은 '분열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어느 입장에 서 있건 늘 그런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일본에 쓰나미가 몰려오길 바라는 사람은 새누리당(민주당)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친노와 비노의 프레임에서도, 문재인과 안철수의 프레임에서도 똑같은 것이다. '일본놈들 다 죽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다른 사안에 대해서 다른 입장(대화와 설득, 타협, 인내 등)을 취할 가능성은 제로다. 


'우경화'는 일본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도 우경화는 매우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우경화는 단지, 특정 정치인과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과는 결을 달리하는 개념이다. '우경화'는 '태도'이자 '자세'이다. 일본과 일본인을 동일시하는 것, '우리 VS 너희'의 구도 속에서 모든 사안을 바라보는 것, 폭력적이고 잔인한 발언에 무감각해지는 것.. 그런 것이 바로 '우경화'인 것이다. 나의 사고, 나의 태도, 나의 언어를 점검해야 한다. 무감각해져서는 안 된다.


이러한 틀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감적(俯瞰的) 사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봐야 한다. 제3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나를 타자화할 수 있어야만 한다. 또, '인간'을 생각해야 한다. '국가'와 '민족'의 시선이 아니라, 먼저 '인간'을 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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