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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을 다하지 않는 보호자, 강형욱의 과한 분노가 이해됐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20. 9. 8. 21:04


"말려요! 말려야지, 지금 뭐하는 거야. 뭐하는 거예요? 말려야죠. 왜 나한테 미안해요. 얘네들한테 미안해 해야지."

4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보호자의 집은 위생 상태가 엉망이었다. 집 안 곳곳에 반려견들의 소변과 대변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부패한 음식과 쓰레기가 방치돼 있었다. 이경규는 무례를 무릅쓰고 냄새가 난다고 지적했고, 강형욱 훈련사는 이대로는 안 된다며 경악했다. (사람은 물론) 개의 건강에 나쁜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청소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일단 집은 깨끗해졌다. 물론 앞으로도 청결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보호자들의 변화 여부에 달린 일이다. 어찌됐든 이제 훈련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찾아온 강 훈련사는 또 한번 역정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시청자들이 깜짝 놀랄 만큼의 역대급 분노를 쏟아냈던 까닭은 반려견들끼리 싸움이 벌어졌는데도 형 보호자가 말리기는커녕 넋놓고 바라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강 훈련사의 분노가 너무 과했다는 지적도 있다. 또, 제작진이 용기를 내서 출연한 보호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설득력 있는 의견이다. 다만, 당시 강 훈련사의 입장을 조금 이해해 보자면, 누구보다 개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그에게 보호자가 싸움을 방치하는 상황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보호자는 자신의 앞에서 싸우는 건 처음 봐서 당황했다고 해명했다.)


강 훈련사가 평소보다 심하게 분노했던 건 아마도 솔루션 과정에서 화가 조금씩 누적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수월한 훈련을 위해 반려견을 두 마리씩 나눠 순차적으로 산책을 시키고자 했다. 그런데 보호자가 산책용 목줄을 찾지 못하고 해매는 게 아닌가. 그것이 의미하는 건 한 가지뿐이었다. 답답했던지 강 훈련사는 "산책을 얼마나 안 했으면 줄이 어딨는지 몰라요?"라며 타박했다.

일주일에 한번(또는 두번) 산책을 나간다는 보호자에게 말이 곱게 나가긴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보호자를 공적(公敵)으로 만드는 건 지양해야 할 일이다. 과도한 편집도 마찬가지이다. 허나 매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띄엄띄엄 넘어갈 수도 없고, '모르니까 그럴수도 있지'라고 이해할 수도 없다. 반려견의 보호자는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에 대한 무게를 깨달아야만 한다.

"강아지는 이미 훌륭하니 인간이 더 훌륭해지자." (오오기 히토시)

강 훈련사가 찾아와서 개들의 행동을 단시간 내에 변화시키는 건 실로 마법 같은 일이지만, 그런 솔루션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KBS2 <개는 훌륭하다>를 통해 제작진과 강 훈련사가 던진 일관된 메시지는 정작 바뀌어야 할 건 개가 아니라 보호자라는 것이었다. 부끄럽게도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지 않은 건 언제나 보호자였다. 우린 그걸 깨닫지 못한 채 살아왔다.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런 교육이 되어 있지 않았다. 입양 등을 통해 안타까운 처지에 놓인 개들을 품는 착한 심성과는 별개로 전문적인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은 보호자들은 끝내 자신의 반려견을 불행하게 만들곤 했다. 보호자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건 반려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 아닐까. 내 반려견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말이다.


바람직한 반려견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노력과 개인적 노력이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한다. 한편, <개는 훌륭하다>는 '제1 회 개정상회담'이 열어 다양한 의견들을 청취했다. 미국 대표로 참석한 타일러는 한국의 반려 문화가 미국과 다른 부분이 많다면서 그 중에 하얗고 작은 개를 선호하는 점이나 사람처럼 부르는 호칭(우리 아가, 엄마 등)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독일 대표인 다니엘은 독일에선 개를 키우면 훈트슐레(Hundeschule)라고 하는 반려견 학교를 가서 기본적인 교육부터 소통 교육까지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자발적 노력을 통해 반려견 문화를 점차 발전시켜 온 것이다. 현재 우리의 실정은 어떠한지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교육 기관은 물론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보호자들의 인식도 현저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2019년 기준으로 591만 가구에 달한다. 이는 2018년보다 80만 가구가 증가한 수치이다. 또, 591만 가구 중 495만 가구(598만 마리)가 반려동물로 개를 키우고 있다. 반려 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사람과 반려 동물(특히 개)의 공존은 더욱 큰 화두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제도적 정비는 물론이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개는 훌륭하다>는 '개 물림 사고시 가해 보호자에 대한 처벌', '집합 건물(오피스, 아파트형 공장, 오피스텔,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 주택 등)에서 맹견을 키우는 것'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의견이 제법 갈려 팽팽한 구도를 형성했다. 찬반을 가려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대화와 토론이 이뤄졌다는 게 고무적이다. 더 많은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이경규는 운전면허증을 탈 때 교육을 받듯이 반려견 의무 교육 후 반려견 면허증을 도입하자는 신선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만큼 보호자가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결국 행복해지고 싶어서 반려견을 기르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그 행복을 반려견도 누리고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올바른 반려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개는 훌륭하다>가 정말 큰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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