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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자신의 꿈을 강요한 꼰대 아빠, 이영자도 포기했다 본문

TV + 연예

딸에게 자신의 꿈을 강요한 꼰대 아빠, 이영자도 포기했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9. 7. 30. 12:27

​"그럼 두 분이 도와주시면 되겠네. 빨리 뜨게.
"우리 딸 자제시키려고 하지 말고 그냥 놔두세요. 가수 하게."

사실상 방송 사고에 가까웠다. 딸에게 자신의 꿈이었던 가수의 길을 걷기를 강요하는 아빠는 KBS2 <안녕하세요>의 MC들에게 청탁을 하기 시작했다. 딸이 빨리 뜰 수 있게 도와달라는 아빠의 부탁은 경악스러웠다. 이영자는 이쪽 일이라는 게 누가 도와준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아빠는 들으려하지도 않고 "아이고, 우리나라는 그게.."라며 말을 끊었다. 아마도 실력과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말하려 했던 모양이다.

그러더니 딸을 자제시키려고 하지 말고 그냥 놔두라며 고함을 치더니 손에서 마이크를 놓아 버렸다. (내용으로 보아 중간에 있었던 대화는 편집된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다고, 자신의 뜻을 조금도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매우 고압적인 태도였다. 온국민이 지켜볼 방송에서, 처음 만난 MC들에게도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집에서 딸에겐 어떻게 대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고민을 털어놓으러 나온 딸이 왜 자신의 아빠를 무대포라고 설명했는지, 아빠를 보면서 왜 그리도 겁을 내는지 알 수 있었다. 딸은 "(아빠가) 저렇게 생겼어도 사람은 참 좋거든요."라고 말했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그의 아빠를 좋은 사람의 범주에 넣기는 힘들어 보였다. 별의별 사람들을 상대해 봤을 MC들도 어찌할 바를 몰라 했고, 패널들은 당황스러운 상황에 얼어붙어 버렸다. 급기야 제작진도 편집을 포기하고 곧바로 투표로 넘겨버렸다.


"아빠(의) 꿈을 포기한다고 내려놓으면 딸이 아니지."

고민 주인공의 아빠는 전형적으로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최악의) 부모였다. 일반적으로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말로는 그런 게 아니라고 둘러대기 마련인데, 고민 주인공의 아빠는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예 대놓고 딸은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딸로부터 일종의 대가를 받는 것(딸이 자신의 꿈을 이뤄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정작 딸은 가수가 될 생각이 없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자신은 그럴 능력도 없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게다가 옷가게를 운영하며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소형 연예 기획사를 경영하고 있는 아빠였다. 그는 딸을 (자신의 꿈이었던) 트로트 가수로 만들기 위해 강제로 앨범 녹음을 시키고 행사 스케줄을 잡아 불러내는 아빠였다. 딸은 아빠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있었다. 왜 단호하게 거부할 수 없었던 걸까?

딸은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울컥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그 울음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선, 딸은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당신의 꿈을 주입하는 아빠의 강압적인 태도 때문에 굉장히 힘겨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면 벌써 도망을 쳤을 것이다. 그런데 딸은 아빠를 향해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거듭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건 죄책감으로 보였다.

자식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으려 하는 아빠의 바람을 이뤄주지 못했다는 생각은 딸을 매일같이 괴롭혔을 것이다. 같은 압박을 받았던 남동생이 취업을 하면서 아빠의 사정범위에서 벗어나자 고통은 더욱 커졌다. 모든 관심이 자신에게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빠는 딸의 삶을 존중하지 않았다. 가수가 되지 못한 딸, 아빠의 꿈을 이뤄지지 못한 딸은 실패한 인생 취급을 받았다. 딸은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게다가 아빠는 딸을 가수로 만들기 위해, 딸을 가수로 키워주겠다는 사람들에게 속아 (확인할 길은 없지만) 무려 10억 원 가량의 사기를 당했다고 한다. 덕분에 딸은 갖지 않아도 될 미안함과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했다. 모든 게 자신 때문인 것처럼 느껴졌으리라. 딸의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은 이런 복합적인 상황 때문이었다. 그러나 끝내 아빠는 딸의 눈물을 외면했다.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는 딸을 말을 묵살했다.

진심으로 화를 낸 아빠로 인해 방송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고민상담이 마무리된 경우가 또 있었던가? 이후 좀더 대화가 이어졌는지, 아니면 그대로 종료됐는지 여뷰는 편집되누벙송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소통이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매우 극단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이쯤되면 아빠가 왜 <안녕하세요>에 출연하려 했는지 의심스럽다. 정말 방송을 통해 홍보 효과를 누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딸은 계속해서 아빠의 꿈을 위해 살아야 하게 됐다.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아빠의 호출을 받고 무대 의상을 챙겨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진 않을까? 억지로 무대에 올라 즐겁지도 않은데도 노래를 부르며 웃고 있진 않을까? 돌아오는 길에 허탈한 마음을 어쩌지 못해 혼자 눈물을 흘리진 않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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