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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의 결정적 장면, 유재석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너의길을가라 2019. 8. 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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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무한도전> 시즌2 아닌가요?'

MBC <놀면 뭐하니?>에 대한 일부 시청자들의 (뼈 때리는) 반응이다. 유재석이 카메라 2대 중 1대를 하하에게 건넸을 때, 하하가 양세형(과 양세찬)에게 그 카메라를 전달했을 때 김태호 PD도 어느 정도 예상하지 않았을까? 물론 양세형이 유세윤을 찾아간 건 조금 의외의 그림이었다. 그러나 유재석의 또 다른 카메라가 유희열과 정재형을 거쳐 장윤주로 흘러간 건 다소 전형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달리 말하면 다분히 <무한도전>스러웠다고 할까? 이 구도는 과거 <무한도전>이 '못친소 페스티벌' 등의 기획을 통해 친구들을 불러모았던 방식과 매우 닮아 있었다. 방송을 통해 확인했다시피 <놀면 뭐하니?>에서 카메라를 전달받은 연예인들은 대부분 <무한도전>에 출연했던, 사실상 넓은 의미의 <무한도전> 멤버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그러니 '무한도전 시즌2가 아니고 무엇이냐?'는 항변은 충분히 제기될 만 했다.

물론 변론의 여지는 있다. 애초에 <무한도전>은 거대한 인맥의 집합체였다.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연예인들이 출연했었던 프로그램이었다. 일부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기존에 알고 지냈던 지인들이었고, 일부는 전혀 생뚱맞은 색다른 인물들이었다.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점은 <무한도전>의 방송 기간이 13년이라는 사실이다. 이쯤되면 무한도전>을 거쳐가지 않은 연예인을 찾는 게 오히려 쉬울지도 모르겠다.

유재석이 굳이 하하를 불러내 카메라를 전달하고 유희열을 찾아가 카메라를 놓고 온 건 아쉬운 판단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광의의) <무한도전> 멤버들이 방송 초반에 출연하게 되는 건 어찌보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유재석의 입장에서도 처음 방송이 시작되는 마당에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마음 편히 카메라를 전달할 수 있는 가까운, 게다가 인지도까지 있는 지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좀더 아쉬웠던 대목은 지상파의 익숙한 형식을 벗어나 있던 '릴레이 카메라'를 지상파에 수용하는 방식이었다. 휴식기를 갖고 돌아온 김태호 PD는 '릴레이 카메라'의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선공개하며 주목을 받았는데, 이는 플랫폼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려던 김PD의 고심이 담긴 신선한 시도였다. 그만큼 형식 파괴적이었던 '릴레이 카메라'였지만, 지상파로 소환되자 평범한 관찰카메라의 형식으로 소화될 수밖에 없었다.

<놀면 뭐하니?>의 경우, 조세호의 집에서 (당연히 조세호와 함께) 유재석을 중심으로 유노윤호, 딘딘, 태항호, 데프콘이 차례로 찾아와 '릴레이 카메라' 영상을 보며 코멘터리를 다는 식이었다. 중간중간 캐릭터에 바탕을 둔 잡담이 섞여 있었다. 장소가 조세호의 집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최근 방송되고 있는 여러 관찰카메라 형식과 다를 게 없었다. MBC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작가 시점>, SBS <미운 우리 새끼>를 떠올리면 좋을 것이다.

물론 형식의 차용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가장 적합한 형식을 가져오는 건 오히려 칭찬받아야 할 일이다. 김태호 PD라고 해서 매번 새로운 것을 창조할 필요는 없다. 정작 문제는 코멘터리를 다는 멤버들조차 익숙한 얼굴들, 다시 말해서 지나치게 <무한도전>적인 인물들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릴레이 카메라' 속 사람들도, 그 영상에 수다를 채워넣는 사람들도, 심지어 웃음을 이끌어내는 방식조차 <무한도전>과 판박이였다.

그러나 낙담은 이르다. 오히려 희망적이다. 어디에서 한줄기의 강렬한 빛을 찾을 수 있냐면, 유재석이 유희열을 찾아가 "나는 제일 아쉬운 게 그거야. (...) 뭔가 계속 이어질 수 있으려면 결국 새로운 사람들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나올 만한 프로그램들이 없어."라고 말했던 대목이다. 이 대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놀면 뭐하니?> 속에서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새로운 예능 캐릭터를 바라는 건 대중들만이 아니다. 예능 PD도, 국민MC 유재석도 원하는 일이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질 때, 더욱 다양한 예능인들로 가득찰 때 예능도 풍성해진다. 그러나 섹대교체야말로 갑자기 될 일도 아니고, 강제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유재석의 말처럼, 포털 메인에 걸리느냐로 성패가 갈리는 환경 속에서 웬만한 인지도가 아니면 메인에 걸리지도 않는 마당에 무턱대고 아무나 데려올 순 없는 일이다.

결국 프로그램이 단단해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들을 위주로 <놀면 뭐하니?>의 파이를 키우는 게 우선이다. 그런 다음에 차츰 유재석이 그토록 바라는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기에 누구에게 카메라가 전달될지 예측할 수 없는 '릴레이 카메라'는 더할나위 없는 포맷이다.

시청률 4.6%로 시작한 <놀면 뭐하니?>가 앞으로 어떤 예능으로 진화할지, 또 어떤 새로운 사람들을 불러다 모을지 기대가 된다. 그러기까지 약간의 시간은 필요해 보인다. <무한도전> 시즌2와 비슷한 느낌은 분명 있지만, 그 안에 새로운 가능성이 엿보이는 만큼 좀더 느긋하게 기다려보는 건 어떨까? 김태호와 유재석, 누구보다 예능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두 사람이 분명 신박한 답을 찾아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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