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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 연예

김수미의 구수한 손맛, <수미네 반찬>에 반할 수밖에!



"후추! 조금 눈둥만둥. 눈둥만둥 뿌려! 네, 그게 내 레시피입니다~"


오로지 '김수미의 힘'이다.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내로라하는 전문 셰프들을 제자로 거느리고, 그들을 '맛'으로 감동시키는 능력이라니! 이건 신개념 쿡방이라 불릴만 하다. 김수미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엉뚱함으로 출연자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를 쥐락펴락한다. 구도 자체가 신선하다보니 눈길이 가고, 무려 40년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정감 있는 반찬들에 시선이 꽂힌다. 


'엄마의 맛'을 만들어 내는 김수미를 앞세운 tvN <수미네 반찬>은 첫회만에 3.526%(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2회에서는 4.504%로 껑충 뛰어 올랐다. 기세가 보통이 아니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쿡방인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의 4.196%를 뛰어넘는 시청률이다. 이쯤되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수미네 반찬>은 과연 '쿡방(요리 프로그램)'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갈 수 있을까?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수미네 반찬>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던 요리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이다.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할까,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할까. 기존의 요리 프로그램들이 비슷한 포맷과 출연진들로 안주하며 스스로 침체기를 야기했다면, <수미네 반찬>은 '역발상'을 통해 쿡방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 역발상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쿡방의 큰 흐름을 정리하자면, 앞서 언급했던 <냉부>와 tvN <집밥 백선생>이 큰 뼈대를 형성한다고 할 수 있다. <냉부>가 전문 셰프들의 요리 배틀의 성격을 띠고 있다면, <집밥 백선생>은 백종원이라는 특출난 요리전문가가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이를 일반 방송인들이 배우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기존의 쿡방은 전문가들에 철저히 의존한 방송이었다. 



"식초하고 간장 비율이 어떻게 돼요?"

"알아서 해서 찍어 먹어봐."


그런데 <수미네 반찬>은 결이 다르다. 전문 셰프가 아닌 방송인이 주(主)가 된다. 오히려 전문 셰프들(여경래 셰프, 최현석 셰프, 미카엘 셰프)은 보조적인 역할(제자)을 자처한다. 김수미를 사부로 깍듯이 모시며, 그의 레시피를 배우려 애쓴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대표적인 전문가들이 비(非)전문가의 비법에 존경을 표하는 모습, 이와 같은 전복은 시청자들에게 묘한 쾌감을 준다. 


이런 전복, 역발상이 가능한 건, 역시 김수미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기가 센 언니'를 자처했던 노사연조차도 한 수 접고 들어가고, 시건방진 캐릭터로 잘 알려진 장동민마저도 김수미 앞에선 꼼짝도 하지 못한다. 김수미라는 배우가 평생에 걸쳐 쌓아올린 독특한 캐릭터, 그 카리스마에 대한 공감대가 널리 형성돼 있다는 점은 김수미의 활동 반경을 무한하게 만든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요리 프로그램에선 '요리'가 중요한 법이니까. 그런데 김수미의 손맛은 전문 셰프들도 감탄을 할 정도다. 김수미표 '고사리 굴비 조림'이라든지 '묵은지 볶음'은 엄마의 맛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고향의 아련한 향수를 상기시킨다. 김수미의 자신감 있는 조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의 요리는 단기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40년 동안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깊이가 남다른 음식이다.


<수미네 반찬>은 김수미가 갖고 있던 기존의 캐릭터(이를 테면 '욕쟁이 할머니', 욕쟁이 엄마')와 주변의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결합되면서 왠지 모를 따스함과 구수함을 동시에 끓여내고 있다. 평소 쿡방을 즐겨봤던 시청자들이라면 색다른 구도의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낄 테고, 쿡방이라면 손사래를 쳤던 시청자들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양상의 예능 프로그램을 반기가 될 것이다.



"이게 선생님이 가르쳐준 레시피는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니까 배우기가 더 좋아요. 실제로 하게 되니까. 그런데 (정확한 수치의) 레시피는 그것만 외우다 보면 발전이 안 되는 거예요."


한편, <수미네 반찬>의 가장 핵심적인 재미는 김수미만의 레시피와 사투리 섞인 언어에 있다. '는둥만둥, 쪼꼼만, 노골노골, 군둥내, 자박자박'과 같은 표현들은 기존의 쿡방에선 듣도보도 못한 것들이다. 이를 듣는 셰프들(특히 미카엘 셰프)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또, 김수미는 정확한 계량보다는 '이만치', '요정도', '적당히', 적당히' 등 생활과 경험에서 비롯된 레시피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여기에는 김수미 사부의 놀랍고도 깊은 뜻이 숨겨져 있었으니, 대한민국에 팽배한 주입식 교육의 폐해마저 지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경래 셰프의 말처럼 정확한 수치가 나와 있는 레시피를 외워서 음식을 하기보다 스스로 양을 조절하면서 어느 정도를 넣어야 하는지 경험해 봐야 언젠가는 김수미처럼 자신만의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음식을 다 마치고 밥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면서 김수미는 말한다. "사실 먹는 시간이 자는 시간보다 일하는 시간보다 제일 짧긴 짧아. 짧은 시간동안 좋은 사람들과 먹는다는 게 얼마나 인생에서 행복한 시간이야?" 정말 그렇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 김수미의 행복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제대로 된 진국을 맛본 느낌이랄까. 우리가 배고파 있던 '엄마의 손맛'을 재현한 <수미네 반찬>을 챙겨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