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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난 박서준과 박민영, 잘 나가는<김비서가 왜 그럴까>

너의길을가라 2018. 6. 1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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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지 않나? 나한테서 나오는 아우라"

"사람이 어떻게 무능할 수가 있지? 노력하고 쟁취한다. 대체 왜 못하는 거지?"


자기애로 똘똘 뭉친 남자주인공, 재력과 외모, 능력까지 어디 하나 부족한 게 없다. 모든 것을 갖춘 그는 기고만장하기까지 하고, 잘난척이 하늘을 찌른다. 게다가 오글거리는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댄다. 상상을 초월하는 밥맛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웬만하면 짜증이 났을 텐데, 저 경악스러운 대사를 듣는데도 피식 웃음이 났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빠져든다. 그제서야 실감했다. 이 드라마 제대로다. 보통이 아니다. 


물론 불편한 눈으로 보자면 껄끄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완벽한 조건을 갖춘 남자 주인공은 젊은 나이에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고, 그 비서는 어김없이 연하의 여성이다. 이 뻔하고 상투적인 구도는 그것이 현실의 반영이라 할지라도 식상하다. 또, 여자 주인공은 예외없이 가난하지만 씩씩하고 밝다. 극중 직업상 어찌할 수 없다 하더라도 남성은 하대를 너무도 쉽게 한다. 그 무례함이 박력처럼 둔갑하는 건 씁쓸한 일이다. 


그럼에도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재미있다. 부대끼지 않는다. 웃어넘길 수 있는 너그러움이 샘솟는다. 왜 그럴까. 눈부신 원작의 아우라 때문일까. ‘웹소설 누적 조회수 5천만 뷰, 웹툰 누적 조회수 2억 뷰’라는 놀라운 성적표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허투루 볼 수 없게 만든다. 그만큼 이야기의 구도가 탄탄하고 짜임새가 있다는 이야기니까. 혹은 워낙 만화적이라 위화감이 덜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첫회 시청률 5.747%, 2회에는 조금 떨어졌지만 5.403%.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기세가 매섭다. 동시간대 방송되고 있는 MBC <이리와 안아줘>(4.5%)와 SBS <훈남정음>(4.4%)을 단숨에 제치고, 1위 KBS2 <슈츠>(9.2%)를 뒤쫓고 있는 형세다. 케이블 가입자가 75%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지상파 1위 <슈츠>를 보다 가까이에서 추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세는 역시 원작의 존재 때문일까. 생각해보면 원작이 있다고 해서 매번 성공률이 높은 건 아니다. 굳이 제목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실패한 작품들을 떠올리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또, 섣불리 원작과의 차별화를 꿰하거나 워작의 분위기를 훼손하면서 혹평을 받는 사례도 많다. 그래서 일까.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한다. 스토리와 캐릭터, 웹소설과 웹툰 특유의 자유분방함까지. 


연출을 맡은 박준화 PD는 "원작 안에 여심을 자극할 만한 코드가 함축돼 있다. 원작과 차별화하기보다는, 싱크로율이나, 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디테일한 설정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회가 끝난 후, 이영준(박서준)을 너무 순둥이로 그렸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박서준의 매력은 그 우려를 찬사로 바꿔버렸다. ‘김비서’ 김미소 역의 박민영은 완벽한 싱크로율로 원작의 팬들을 감동시켰다. 



그러고보면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가장 강력한 힘은 주연 배우들에게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작을 가진 재창작물의 경우에 원작의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맞지 않아 시작부터 실망감을 안기거나 배우의 연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경우가 허다했다. 반면,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그런 뒷말이 없다. 이토록 원작의 팬 모두를 만족시켰던 드라마가 있었던가. 


나르시시즘으로 가득한 왕재수 캐릭터를 저리 매력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건 박서준의 연기 내공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박서준은 MBC <킬미, 힐미>(2015)에서 천재 추리 소설가 오리온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기고, MBC <그녀는 예뻤다>(2015)를 통해 단숨에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또, KBS2 <쌈, 마이웨이>(2017)를 통해 청춘들의 애환을 그려내면서 로맨틱 코미디의 장인으로 자리잡았다.


박서준은 진중한 모습과 코믹한 모습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데, 그와 같은 변화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매순간 전력을 다 쏟아붓는 연기는 설득력이 있고 호소력이 있다. 매 작품마다 성장하는 잠재력은 배우 박서준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tvN <윤식당>에서 보여준 성실함과 진솔함은 다양한 연령층에 어필했는데, 광범위한 대중적 인기를 얻은 것도 박서준에겐 든든한 자산이자 힘이다. 



박서준 못지 않게 박민영의 활약도 돋보인다. 철두철미하고 똑부러지는 ‘비서계의 인간문화재’, 까다로운 상사를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게 케어하는 프로페셔널한 김비서 역할이야말로 드라마의 맛깔스러움을 더하는 중요한 캐릭터다. 박민영은 더할나위 없이 완벽히 캐릭터에 녹아 들었다. 그의 다채로운 표정과 능수능란한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만찢녀(만화를 찢고 나온 여자)’라는 호평이 아깝지 않다. 


왜 이제야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했는지 묻고 싶을 만큼 박민영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사실 본격적인 로맨틱 코미디가 처음일 뿐, KBS2 <성균관 스캔들>(2010), SBS <시티헌터>(2011), KBS2 <힐러>(2014) 등에서 박민영은 충분히 로맨틱한 모습과 사랑스럽고 코믹스러운 연기를 펼친 적이 있다. 그동안 착실히 쌓아왔던 내공이 자연스럽게 발산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지 않을까. 박민영 역시 로코의 장인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1, 2회만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확 사로잡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이영준은 9년 만에 퇴사를 결정한 김비서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김미소는 누군가의 비서로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 ‘나’를 찾아 떠날 수 있을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만큼이나 인생 캐릭터를 만난 박서준과 박민영의 클래스 있는 연기도 관심의 대상이다. 더불어 봉세라 역을 맡은 황보라의 존재감 넘치는 감초 연기도 드라마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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