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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보물창고 <굿 와이프>, 나나에 이어 김서형까지 만개하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6. 8. 18. 10:09


이야기의 '균형'이 무너진 드라마는 온통 '주인공'들의 독무대가 된다. '이야기'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말은 곧 '캐릭터'균형이 무너졌다는 말도 동의어다. 각본 속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구축하는 데 실패한 작가는 자신의 무력감을 갖추기 위해 더욱 '주인공 위주'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조연'들이 자신만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면, 그들은 '주인공의 친구', '주인공의 가족'에 불과한 포지션으로 전락한다. 주인공의 촬영 비중은 더욱 늘어가고, 이야기는 점점 단순해진다. 



결국 이야기는 '캐릭터'가 이끌고 가기 마련이다. 초반에 인물들이 그 존재감을 획득하고,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이면 이야기의 전개는 스텝을 밟듯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또, 캐릭터 간의 다양한 조합과 변주가 가능하다. 그때부터는 자유자재다. 과장하면 그때부터 작가는 특별히 할 일이 없다. 그저 캐릭터들의 춤사위를 '기록'하면 그뿐이다.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드라마가 '균형'을 맞추는 데 실패한다. 예외적으로 몇 편의 드라마가 떠오른다. tvN <미생>, tvN <응답하라 1988>, tvN <디어 마이 프렌즈> 정도 일까?


공교롭게도 tvN 드라마만 예로 들게 됐는데(그만큼 최근 tvN의 강세가 매우 두드러졌다는 방증이리라)tvN <굿 와이프>도 예외에 속하는 드라마다. 김혜경(전도연)뿐이라고 생각했던 드라마는 이태준(유지태)과 서중원(윤계상)으로 확장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MJ로펌의 자료조사원 김단(나나)과 MJ로펌의 공동대표이자 서중원의 누나인 서명희(김서형)로 번져가고 있다. <굿와이프>의 한상운 작가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김단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분명하다. 우선, 능력이 뛰어나다. 중요한 순간에 한방을 해낼 줄 아는 기지(機智)를 가졌다. 직업정신도 투철하고, 판단력도 뛰어나다. 한마디로 완벽하다. 그가 '양성애자(兩性愛者)'로 그려진 건, 그의 다양한 능력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그의 '경계없음'이라는 인간적 특성을 암시한다. 그에겐 '합법/불법'의 경계가 없고, '적/친구'의 관계 설정도 없다. 필요에 의해 움직이고, 필요하다면 이용할 뿐이다. 그런 그가 '김혜경'을 만나 변화하는 과정들은 제법 의미있게 다가온다.


"윤계상 선배가 자신도 아이돌 출신 이미지를 벗기 쉽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마음도 이해한다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노력해야 하겠지만 기 죽지는 말라고 격려해 줬어요." (나나)


어떻게 보면 '나쁜 X'일 수 있는 김단이라는 캐릭터는 '나나'라는 적합한 연기자를 만나 더할나위 없이 만개(滿開)했다. 연기 도전에 나선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나나도 '김단'을 통해 '연기돌'로 자리를 잡고 있으니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고 보는 게 좋겠다. 나나 스스로도 "김단과의 싱크로율. 저는 90%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한 것처럼, 그의 연기는 매우 자연스럽다. 물론 '투영'에 가까운 연기의 한계는 뚜렷하겠지만, 그가 지금의 산뜻한 출발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편, 전도연, 유지태, 윤계상 등 화려한 주연 배우들과 신스틸러 김태우, 나나에 밀려 한걸음 뒤에 빠져 있던 김서형의 존재감은 드라마가 중후반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점점 더 그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애초에 김서형이라는 중견 배우에게 지나치게 작은 '롤'이 부여된 것 아니냐는 말이 쏙 들어갔다. 이는 전환기를 맞은 드라마의 전개에 있어 매우 큰 힘이 되고 있다. MJ로펌 대표 서명희는 비록 적은 분량이지만, 극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인물이다. 


15년 만에 변호사로 복귀해 사회로 나온 김혜경에게는 하나의 표본이자 멘토이고, 서중원에게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하나뿐인 누나이자 든든한 지원군이다. MJ로펌의 공동대표이자 실질적인 경영자인 만큼 로펌과 관련된 인물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갖지 못했던 서명희가 이태준의 변호를 맡으면서 전면에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11회에서는 제약사 MRG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김혜경과 공동 변호를 맡으며 변호사로서의 그 진가를 드러냈다.


김서형의 연기는 원래 정평이 나 있었다. SBS <아내의 유혹>에서 희대의 악역을 통해 연기자로서 자리 잡는 데 성공한 그는 MBC <기황후>, KBS2 <어셈블리> 등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이처럼 '강한 캐릭터'들만 연기한 탓에 스펙트럼이 좁다는 선입견이 생기기도 했는데, 다양한 색깔을 가진 <굿 와이프>의 서명희 역할을 통해 그 벽을 넘어서고 있다. 차갑기도 하고 때로는 우아하고, 한편으로는 귀엽기까지 한 서명희를 김서형은 100% 이상으로 연기해내고 있다.



물론 '의도적인 분량 늘리기'라고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시청자들의 호평과 언론의 찬사가 이어지자 <굿 와이프> 측은 눈에 보이게 '김단'과 '서명희'의 분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 의도성이 지나치게 눈에 띄어 조금 민망하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캐릭터에 흠집이 생기기도 한다. 가령, 이십대 중반의 나이인 김단이 모든 것에 통달한 것마냥 행동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불쑥 조언을 건네는 건 아무래도 어색한 일이다. 내로라하는 변호사들도 오로지 김단만 바라보고 있다. 이쯤되면 변호사가 왜 필요한지 모를 지경이다. 


서명희는 어떠한가. 재판 과정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로펌의 수장'의 그것이 아니다. 생각보다 서투르고, 조잡하다. 또, 냉철한 이성을 지닌 이지적 여성이었던 그가 갑자기 '사랑스러운 여자'로 비춰지는 설정은 다채롭다기보다는 어색하다. 굳이 필요 없는 '러브라인'까지 만들어내는 건 오버스러운 것 아닐까? 그럼에도 나나의 가능성과 김서형에 대한 재조명이 반갑다. <굿 와이프>에서 그들의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 신중한 접근을 해줬으면 좋겠다. 캐릭터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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