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는 어떤 일이 너무도 갑자기 닥쳤을 때, 우리는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그 자리에 멈춰 선다. 그렇게 할 말을 잃는다. 감정은 그 후의 문제다. 얼마 뒤 시간이 다시 본연의 움직임을 되찾으면 그제야 감정의 파도가 시작된다. 물밀듯이 몰려와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박살내기도 하고, 때론 서서히 스며들어 이내 헐고 내려앉게 만든다. 김주혁의 죽음이 그랬다. 본래 죽음이란 예고 없는 일이고 때를 가리지 않지만, 45세의 젊디젊은 그에게 지나치게 이른 듯 보였다. 또, 너무도 가혹했다. 지난 30일 저녁께 '김주혁 교통사고로 사망'이라는 기사를 접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업데이트 되는 추가 보도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사고의 경위를 담은 자세한 내용의 기사들이 쏟아졌고, 그제야 그의 죽음은 부정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