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자정리(會者定離), 유종지미(有終之美)


방송을 보는 내내 몇 개의 사자성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는 법이고, 가급적 그 '이별'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한번 시작한 일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로 매조지하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 그래야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는 또 하나의 필연(必然)을 반가이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그 과정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거기에 억지스러움이 묻어있다면 사람들은 감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편함을 느낄 뿐이다.


다름 아니라 2월 종영을 앞둔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이하 <런닝맨>) 이야기다. <런닝맨>은 방송국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초보적이며서도 최악의 실수를 저질렀다. 7년동안 프로그램을 함께 했던 원년 멤버를 가벼이 여긴 것이다. 시즌 2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김종국과 송지효에게 일방적으로, 그것도 며칠 전에야 하차를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런닝맨>의 오랜 팬뿐만 아니라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던 대중들도 분개토록 만들었다. 결국 '종영'이 결정됐고, 남은 2개월 동안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으로 입이 맞춰졌다.



그래서 준비한 프로젝트가 '멤버스 위크'였던 모양이다. 멤버들을 위한(?) 방송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것이 제작진의 바람이었을까. 그 첫 번째 주자는 에이스 송지효였다. 멤버들과 '하나가 되는' MT를 떠나고 싶었다던 그의 바람대로 제작진은 멤버들을 강원도 평창으로 불러냈다. 대관령 양떼 목장에서 한바탕 슬랩스틱도 하고, 바비큐 파티로 배도 채웠다. 마지막은 캠핑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캠프파이어로 꾸려졌다. 멤버들은 7년 동안 서로에게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미.고.사) 타임'을 통해 털어놓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송지효를 제외한 6명의 멤버들은 '연결고리 줄'에 묶여 '하나'가 돼야 했다. '논란'이 벌어지기 전이었다면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로 비춰졌겠지만, 지금에 와선 '하나'를 강조하는 그 모양새가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런닝맨> 멤버들의 우애, 즉 그들이 '하나'라는 건 이미 증명이 된 사실이나 다름 없는데, 제작진이 나서서 멤버들로 하여금 '우리는 하나다'라 외치도록 만드는 모양새는 불쾌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부자연스러움은 이날 줄곧 계속 됐다. 




"7년동안 묵묵히 그 자리에서 지켜주셔서 고맙고 사랑합니다." (송지효)

"섬세하지 못한 오빠들 옆에서 잘 챙겨주지도 못하고 그랬는데.. 7년 동안 진짜 옆에서 잘 견뎌주고 재밌게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하하)

"나한테 가족 같은, 친누나 같은 누나가 돼줘서 고마워." (이광수)

"다른 배우들 나올 때, 재미를 위해서 꽝 취급한 거 진심 아닌 거 알지? 그게 마음에 걸리긴 했었거든." (지석진)


그 절정은 바로 '미.고.사'였다. 멤버들은 모닥불 앞에서 두 손을 맞잡고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고백하는 시간을 가졌다. (억지) 감동을 끄집어 내려는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일종의 구색 맞추기나 다름 없었다. 제작진의 약은 꾀가 눈에 훤히 보여 시작부터 마뜩잖았다. 물론 7년의 노하우와 호흡으로 단련된 멤버들은 각별한 우애를 드러내며 '웃음'과 '훈훈함'을 이끌어냈긴 했지만, 과연 그 상황에 멤버들이 얼마나 몰입했는지는 의문이다. 저들의 우정마저도 방송의 재료로 써먹으려는 방송사의 가벼움이 한없이 구차해 보였다. 


방송이 나간 직후, <런닝맨>과 관련한 여러 기사에 달린 댓글들의 맥락은 '제작진이 싸놓은 똥(!)을 멤버들이 치우느라 애쓴다'로 수렴됐다. 논란이 일단락된 후 제작진은 방송 마지막에 사과 자막을 내보내는 등 시청자들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번 무너져버린 믿음이 어찌 하루아침에 다시 원상복구 되겠는가.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멤버스 위크'라는 기획을 들고 나오고, 억지스럽게 '하나'를 외칠 수밖에 없는 미션들을 강요하는 건 시청자 입장에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분투하는 멤버들의 마음이 애처롭기만 하다. 2010년 7월에 만나 무려 7년을 함께 달린 7명의 멤버들, 그들은 여전히 '7명의 영원히 하나'를 외치고 있다. 그 외침이 참으로 짠하고 안타깝다. 회자정리는 필연이라지만, 그 이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당사자들의 몫일 것이다. 부디 <런닝맨> 제작진이 멤버들의 외침을 헛되이 만들지 않길 바란다. 결자해지(結者解之)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선 억지스러운 감동을 걷어내고, 보다 담백해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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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천재적 재능을 뽐냈던 이성은은 "천재를 제도권 안에 들여 놨을 때 느낌"라는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가까스로 승리하긴 했지만, 그의 천재성을 어떻게 다룰지는 프로그램의 숙제로 남겨졌다. '초토화' 시켜버리겠다던 홍정민, 한별, 이가도 어린이 3인방은 "귀여운 것, 그 이상을 평가하긴 어려운 무대"라는 혹평을 받아야 했다. 결국 한별을 제외한 두 명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전민주와 김소회라는 절대 강자와 맞붙었던 고아라와 이도윤은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불안한 무대를 펼쳤다. 결국 무대에 서기엔 마음이 연약한 이도윤의 탈락이 확정됐다. 



▲ K팝의 미래 - 김종섭, 박현진


3라운드 팀 미션 서바이벌 매치가 끝났다. 기대와 실망이 교차했다. 탈락자가 속출했고, 아쉬움도 컸다. 하지만 진정한 실력자들만 남게 돼 '옥석'이 가려지고 있다는 느낌도 강하게 들었다. 지난 8일 방송된 <K팝스타 시즌6 더 라스트 찬스>는 또 한번의 '진검 승부'로 꾸려졌다. 전반부에선 어벤져스급 실력을 선보이며 "K팝의 미래"라는 찬사를 받았던 어린이 참가자들 간의 맞대결이 펼쳐졌는데, 박현진과 김종섭은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보이프렌드(Boyfriend)'를 완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 무대를 장악했다.


개인이 가진 재능만으로도 인정을 받았던 두 사람이었지만, 한팀을 이루자 시너지 효과가 생기며 훨씬 더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게다가 마치 오래 전부터 함께 연습을 해왔다고 착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호흡이었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 냉정한 자기분석, 침착한 태도도 돋보였다. 지드래곤과 태양을 연상케 하는 잠재력을 가진 두 사람이 팀을 이뤘을 때,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하던 심사위원들의 기대를 100% 충족시켰다. '팀 미션'의 좋은 예라고 할 만 했다. 


무대를 지켜본 박진영은 "6년이 지나고 나서야 프로그램 제목이 왜 <K팝스타>인지 알게 한 무대다. 초등학생 5학년 두 명이 이런 무대를 한다? 이들은 정말 K팝의 미래다."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양현석은 "어린 친구들이 어떻게 저런 춤과 표정이 나오지? 만약 YG 오디션에 왔다면 연습해보자고 했을 것 같다"며 극찬했는데, 두 소년의 모습에서 '제2의 빅뱅'을 발견한 듯 했다. 만 11세의 동갑내기 두 소년, 김종섭과 박현진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 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들이 부른 노래 제목처럼, 몇 년 후에는 대한민국의 보이프렌드가 되어 나타나지 않을까?


▲ K팝의 현재 - 전민주, 김소희


후반부에선 '걸그룹'을 목표로 부단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연습생들(데뷔를 했던 전민주는 예외지만) 간의 충돌이 이어졌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혔던 크리샤 츄의 탈락(심사위원 만장일치 와일드카드로 부활)에 충격을 받아서인지 긴장감은 더욱 팽배했다. 하지만 승부는 생각보다 쉽게 갈렸다.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고아라와 이도윤은 이미 멘탈에서 밀렸고, 전술에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전민주와 김소희는 자신들의 재능과 피나는 연습의 위력을 카메라 앞에 고스란히 펼쳐보였다. 가히 'K팝의 현재'라고 할 만한 무대였다.


태티서(소녀시대의 태연 · 티파니 · 서현이 결성한 유닛)의 '할라(Holler)'를 선곡한 두 사람은 노래 중간에 자신들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댄스 브레이크'를 넣어 무대를 더욱 화려하게 수놓았다. 이미 1, 2 라운드에서 외모뿐만 아니라 가창력, 춤, 태도 등 모든 면에서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걸그룹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줬던 두 사람은 '팀'으로서도 환상적인 하모니를 연출했다.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과 격한 안무에서 흔들림 없는 음정은 그들이 얼마나 혹독한 훈련을 소화했는지를 증명했다. 



"정말 좋았다"고 칭찬의 포문을 연 박진영은 "민주 양의 무대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성장하는 모습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오늘 70~80%정도 본 것 같다. <K팝스타>에서 100%까지 다 봤으면 좋겠다"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유희열은 "다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이돌 그룹들이 훈련으로 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훈련으로 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걸 깨닫게 해줬다.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지만 된다라는 걸 느꼈다"며 감탄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와일드카드를 쓰면 전민주에게 한번의 기회를 더 부여했던 양현석의 눈은 정확했던 셈이다.


점점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전민주에게 포커스가 맞춰지긴 했지만, 김소희는 이번에도 그야말로 '끝판왕'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춤에서는 대적할 사람이 없었고, 어려움을 겪었던 고음도 이젠 편안해졌다. 두 사람이 보여준 '시너지'와 '조화로움'은 K팝스타표 걸그룹의 탄생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만약 전민주, 김소희, 크리샤 츄, 이수민, 고아라 등이 하나의 팀을 형성한다면 그 파괴력은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KPOP의 현재가 아니겠는가. 


<K팝스타6>가 마지막 시즌을 시작하면서 다소 엄격히 적용되던 '참가 자격'을 허물고, 다른 소속사와 계약이 돼 있는 연습생들에게도 기회를 준 선택은 신의 한수였다. 그리하여 <K팝스타6>에는 KPOP의 현재와 미래가 공존한다. 매번 놀라운 무대가 펼쳐진다. 그들의 천재성에 감탄하고, 그들의 노력에 감동한다. 오로지 아쉬운 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것, 그것뿐이다. '재능'들은 어김없이 '꽃'을 피울 텐데, 그들이 걸을 꽃길을 준비해주던 방송이 사라진다는 건 너무 아쉬운 일이다. 1년마다 방송하는 게 어렵다면, 격년으로 제작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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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크리스토프 라무르는 『걷기의 철학』에서 '산책'을 '우연에 내맡긴 걷기'라 정의한다. 즐거움을 위해 자신의 발걸음을 어디론가 옮기는 '산책자'에게는 서두름이 없다. 조급함이 없다. 얽매임이 없다.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거리가 주는 느낌들을 만끽한다. 그리하여 "사람은 걸을 때마다 힘을 모두 써버리고 다시 새로운 원기를 얻는다."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가 성립된다면, '여행'은 '산책'과 동의어로 읽어도 무방하다. 파리에는 산책을 부르는 거리가 숱하게 많고, 그곳을 걷는 여행자는 새로운 원기를 잔뜩 얻고 돌아간다.


파리는 '골목의 도시'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아름답고 분위기 있는 '거리'가 차고 넘치지만, 굳이 몇 군데를 꼽아보라면 '몽마르트르 지역'과 '마레 지구(Marais)'를 먼저 얘기하게 된다. 다만, 파리의 북부에 위치한 몽마르트르 지역은 언덕 지대라서 조금만 걸으면 숨이 차기 때문에 걷기에 아주 적합하지 않은 편이라 개인적인 '첫 순위'는 마레 지구의 차지다. 또, 예술적 감각이 구석구석 배어 있는 마레 지구는 파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지역으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 그 어떤 곳보다 활기가 넘치고 낭만도 넘친다.


우선, 바스티유 광장,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보주 광장, 빅토르 위고의 집, 생폴 생루이 성당, 피카소 미술관, 카르나발레 박물관 등 볼거리가 즐비할 뿐 아니라 골목의 아름다움을 가장 절실히 보여주는 '로지에르 거리'를 비롯해 곳곳에 숨어 있는 골목들은 여행자의 발걸음을 쉽사리 놓아주지 않는다. 예두발을 멈춰 한참을 쳐다보게 만들고, 카메라의 셔터를 수없이 누르게 된다. 어쩌면 마레 지구야말로 가장 파리다운 곳이 아닐까. 그럼 지금부터 마레 지구를 한번 걸어보도록 하자. 

     


마레 지구를 걷는 '첫걸음'을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바스티유 역(Bastille)에서 바스티유 광장(Place de la Bastille)을 훑어보고 곧바로 진입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추천하는 루트는 르드뤼 롤랭 역(Ledru-Rollin)에서 내려 '플랑테 산책로(Promenade Plantee)'를 걸어 바스티유 광장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플랑테 산책로는 철로가 있던 다리 윗부분에 조성된 산책로인데, 총 길이가 1.75km 정도로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물론 중간에 진입할 수 있는 계단이 있으므로 전체를 다 걷지 않아도 된다.)


라벤더 등 다양한 식물들로 가득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자연스레 마레 지구의 분위기에 젖어들게 된다. 아래쪽에는 교통량이 제법 많은 도로가 있어 한적하고 여유로운 산책로의 매력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상쾌한 기분 속에서 조금만 걸으면 어느새 바스티유 광장과 그 옆에 세워진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Bastille Opera)이 눈에 들어온다. 바스티유 광장에 가면 '바스티유 감옥'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바스티유 감옥은 1989년 7월 14일 프랑스 대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헐어지고 오페라 극장으로 탈바꿈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바스티유 광장 한가운데에는 7월 혁명(1830년)을 기념하는 기념탑인 7월의 기둥(Colonne de Juillet)이 세워져 있다. 51.5m의 높이의 기둥 꼭대기에는 프랑스의 세밀화가 중 한 사람인 뒤몽(François Dumont)이 조각한 자유의 수호신이 올려져 있다. 탑의 기둥에는 혁명 당시 희생됐던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기둥 아래에는 희생자 504명의 유골이 안치돼 있다고 한다. 누군가의 죽음을 기억하는 행위, 그건 세상을 먼저 떠난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렇고,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이다. 



 'Rue St. Antonie'를 따라 걸으면 '보주 광장'이 곧 나타난다.



보주 광장(Place des Vosges)은 1612년 완성됐는데,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광장이다. 또,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 불린다. 사각형 모양의 공간은 완벽한 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광장의 중앙에 위치한 조각상은, 프랑스를 유럽의 강대국으로 키워갔던 루이 13세의 기마상(1818년 재건)이다. 광장의 외곽을 형성하고 있는 건물에는 카페와 갤러리를 비롯해서 빅토르 위고, 리슐리외, 알퐁스 도데 등 유명인들의 집이 있다.



'빅토르 위고의 집'은 보주 광장에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나온다. 


그렇다. 바로 저 유명한 『레미제라블(Les Miserable)』을 쓴 그 빅토르 위고의 집(Maison de Victor Hugo)이다. 실제로 그가 1832년부터 1848년까지 16년 동안 살았고, 『레미제라블(Les Miserable)』의 대부분을 이 곳에서 집필했다고 한다. 빅토르 위고와 함께 '장 발장'과 '자베르'도 함께 이 공간에서 살아 숨쉬었을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기 시작한다. 개관 시간은 10시부터인데, 아예 작정을 하고 기다리고 있던 터라 그날의 첫 관람객이 되는 기쁨까지 누렸다. 



이 곳에는 빅토르 위고의 자필 원고를 비롯해 편지, 조각, 그가 손수 만들었다는 가구 등 다양한 유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 촬영도 가능하고, 근거리에서 유품들을 볼 수도 있어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빅토르 위고와 그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비단 빅토르 위고의 집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모든 미술관과 박물관은 관람객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었다. (다만, '플래시'와 '셀카봉'은 금지.) 이러한 프랑스의 전시 문화는 '불안감(!)' 때문에 어떻게든 관람객을 제약하는 우리와는 확연히 달랐다. 


대신에 층마다 직원이 여러 명씩 배치돼 있어 왠지 모를 엄숙한 분위기가 흘렀다. 지켜보고 있는 눈빛이 강렬히 느껴져 처음에는 왠지 쭈뼛쭈뼛하게 됐다. 문을 열자마자 찾아온 여행객을 기특하다 여겼는지, 그들 중 한 명이 부지런히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는 나에게 다가와 '빛'이 안 들어오는 각도를 알려주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피사체가 되길 권하기도 했다. 그렇게 말과 미소를 나눈 덕분인지 한결 편하게 그 공간에 머무를 수 있었다. 서툰 언어 속에서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한 접근, 그 '소통'이 주는 따스함이 마음을 녹였으리라.


이처럼 별것 아닌 것에 위로를 얻고, 별것 아닌 것에 위안을 얻는다. 돌이켜보면 '여행'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그러했던 것 같다. 빅토르 위고의 집에서 얻은 '원기'를 안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본다. 지금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마레 지구의 '골목'들을 누빌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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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