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알면 그걸 세상에 전할 용기는 있고?"


''모든 것'에서 '모든 것'을 배운다' 어린 나를 성장시켰(다고 믿)던 한마디. 어떤 대상이든 간에, 배울 점이 있기 마련이 아니겠는가. 설령 '배울 것 없음'으로부터도 반면교사(反面敎師)를 이끌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그 모든 것에 '드라마'가 포함된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실제로 '현실'을 반영하게 마련인 드라마는 '배우기에' 매우 훌륭한 '텍스트'다. 물론 대놓고 '가르치는' 드라마는 달갑지 않다. '계몽'을 부르짖는 드라마는 반(反)시대적일 뿐 아니라, 그 노골적인 목소리에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SBS <낭만닥터 김사부>는 좀 다르다. 마치 '우화(寓話)'처럼 보이는 구성과 설정이 도드라지고, 오그라드는 내레이션을 통해 '교훈'을 주려는 의지가 엿보이지만, 그다지 부대끼지 않다. 오히려 시청자들은 김사부와 그 주변 인물들이 강퍅(剛愎)하고 강고(强固)한 현실과 벌이는 '싸움'을 응원하고, 그들이 주는 메시지에 공감한다. 지난 2일 방송에선 각자도생을 꾸짖고, '팀'이라는 가치를 말하는 김사부의  메시지가 또 한번 시청자들을 감복시켰다. 


그 부분도 인상 깊었지만, 좀더 눈길이 갔던 포인트는 '예고편'에서 김사부의 대사였다. 자신의 뒤를 캐려 하는 기자가 "사람들은 진실을 원한다"고 말하자, 김사부는 그에게 "진실을 알면 그걸 세상에 전할 용기는 있고?"라고 되묻는다. 누구나 '진실'을 요구한다. 상대방에게 '진실하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그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을까? 그리고 그걸 세상에 전할 용기가 있는 걸까? 김사부의 일갈(一喝)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니까 말이다. 



지난 1월 1일, 박근혜 대통령은 '갑자기'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신년 기자 간담회를 열겠다고 통보했다. 탄핵소추로 인해 '직무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개최가 '헌법 위반'이라는 법적인 해석은 차치하고 이야기를 진행해보도록 하자. 박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자신에 대한 의혹들에 대해 구구절절 해명을 늘어놓았고, 자신의 탄핵 사유에 대해 반박했다. 뇌물 혐의와 관련해서는 "(특검이 날)완전히 엮었다"고 발언하는 등 오리발을 내밀었지만, 모든 증거들은 그의 혐의를 더욱 확실케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박 대통령은 '기자 간담회'가 아니라 '특검'에 나갔어야 했다. 문제는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박 대통령의 기자 간담회 쇼에 '이용' 당하는 언론의 '바보스러움'이었다. 언론들은 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장들을 고스란히 싣는 한심스러운 모습으로 일관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원내대표는 "여기 이용당하는 분들은 또 뭐냐. 범죄에 이용되는 데도 뉴스 가치가 있으니 써준다는 것에 대해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비판했다. 그나마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반박 보도를 했던 JTBC만이 체면치레를 했다.




지난 2일 <뉴스룸> 손석희 앵커는 "어제 대통령의 기자 간담회는 여러가지로 논란거리인데, 기습적으로 열면서 일방적으로 전달한 방식에도 문제가 많다"며 포문을 열더니, 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던 윤설현 기자를 데스크에 불러놓고 질문 공세를 쏟아붇기 시작했다. 질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긴 했지만, 행간을 들여다보면 분명 '혼내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다. 입을 맞춘 뻔한 질문과 대답이 아니라, 시청자의 입장에서 정말 '궁금한 것'을 묻고야 마는 손석희 앵커의 '태도'는 바로 앞에 앉은 기자를 당황시키고야 말았다. 물론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 "어제 간담회는 전혀 예고된 게 아니었다면서요?"

▲ "어제는 청와대 기자단의 간사가 이런 식으로 하겠다, 그러니까 노트북도 안 가지고 가고, 녹음도 안 하는 걸로, 그렇게 하는 걸로 통보하는 상황이었다면서요?"

▲ "그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는 없었습니까?"

▲ "근데, 녹음도 하지 말자는 걸 그냥 수용했다는 건 이해가 안 가는데요?"

▲ (기자의 대답이 본질을 피해가자) "근데 녹음도 하지 말자는 건 왜 다 받아들였습니까?"

▲ "질문이 정해져 있었던 건 아니죠? 그렇지 않았다면 '연설문 유출', '최 씨의 이권 개입' 이런 질문들은 왜 안 나왔을까요?


불과 15분 전에 기자 간담회를 열겠다고 한 것부터 이상하지만, 노트북도 안 되고 녹음도 안 된다며 '제한'을 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선 전원책 변호사조차도 "마지막으로 놀란 것은 카메라, 노트북을 들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얼굴 주사 바늘 등 때문에 카메라에 과민해 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소통에서 제한을 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백악관 회의나 간담회에서 이런 제한을 한 경우는 없다"고 꼬집었을 정도다. 그런데 더 놀라야 할 대목은 이러한 '제한'들을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순순히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청와대가 공개한 기자 간담회 전문을 살펴봐도, 기자들의 질문에 진실을 끄집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또, 엄청나게 '길게' 이어지는 박 대통령의 답변을, 저 비문(非文)과 저 엉터리 답변을 얌전히 듣고만 있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이용당한'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문득 이런 궁금증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 자리에 이상호 기자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주진우 기자였다면 어땠을까? 두 사람의 논조와 행동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진실'을 추구하는 그들의 '용기'와 '집념'을 존중하기에 드는 생각이다.



"사전에 15분밖에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평소에 사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기자들이라 하더라도 이런 간담회가 있으면, 그게 불과 15분 전에 통보가 되면, 여러가지로 바쁜 상황이 되고, 여러가지 질문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하겠죠. 곧바로 급작스럽게 게다가 기록을 위한 어떠한 장치까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상황에서 기자들로서는 상당히 불리했던 것은 이해가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석희 앵커는 마지막에 주어진 시간이 지나치게 짧았기 때문에(다시 말해서 박 대통령의 전략이 매우 성공적이었던 셈이다) '한계'가 있었다는 '쉴드'를 치면서도 젊은 기자에게 하나의 '힌트'를 더 건넨다. "또 간담회를 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간담회가 이뤄진다면 기자들로서는 참석하기 좀 어려운 게 아닌가 합니다." 저런 막무가내식 기자 간담회는 '거부'할 수 있는 깡다구가 필요하고, 만약 참석하기로 했다면 기자로서 제대로 된 질문을 던져 '진실'에 근접하고자 했어야만 했다. 


지상파 언론들의 '몰락'의 빈틈을 비집고, JTBC가 괄목할 만한 성장과 활약을 보여주곤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JTBC는 '손석희'라는 '한 사람'이 끌고 나가고 있다. 만약 그가 사라지면 JTBC는 '진보 마케팅'을 끝내고 본색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물론 장사가 잘 된다면 지금의 상품을 계속 팔겠지만, 역시 '손석희'라는 선장을 잃었을 때 JTBC가 지금의 주목을 계속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루빨리 좋은 언론인들을 키워내는 일이 중요하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뤄질 일은 아니다. 


손석희가 언제까지 '필드'에서 활약할 수 있을까. 믿기지 않겠지만, 그의 나이가 벌써 62세(56년생)다. '원로'의 이름으로 불려도 무방할 나이가 아닌가. 김사부의 일갈과 손석희 앵커의 존재로부터 '카타르시스'와 '희망'을 발견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생각이 마음 속에 먹구름처럼 껴있다. "진실을 알면 그걸 세상에 전할 용기는 있고?", "그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는 없었습니까?" 두 가지 질문이 오버랩되며 번민을 깊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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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전 변호사님. 전 변호사님? 전 변호사님!"


브레이크가 고장난 전원책 변호사의 귀에 손석희 앵커의 목소리가 들어올 리 없었다. 거듭해서 전 변호사의 이름을 부르던 손 앵커도 실소를 터뜨렸다. '어디 하루이틀인가?' 보다 못한 유시민 작가는 "진짜 보수는 잘 안 듣는구나, 그런 오해를 유발하게 돼요"라며 말리고 나섰다. "우리 썰전할 땐 인정할 건 인정하고 하잖아요"라며 억울해하는 전 변호사에게 유 작가는 일침을 놓기에 이른다. "우리는 편집을 하니까 그렇죠" 머쓱해진 전 변호사의 표정이 다시 떠올라 웃음이 난다.



지난 1월 2일, JTBC는 신년특집 대토론 '2017년 한국, 어디로 가나'를 기획하고, 유승민 개혁보수신당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유시민 작가, 전원책 변호사가 패널로 초대했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을 맡은 데다 진보와 보수, 양쪽 진영에서 급부상한 대선 후보들과 '고구마' 같은 시국의 '사이다'와 같은 <썰전>의 두 패널까지, 가장 뜨거운 인물들을 모아놓으니 시청률은 대박이 터졌다. 무려 11.894%라니! 가장 신뢰받는 언론 JTBC는 2016년의 영광을 2017년에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말도 안되는 소리" 전원책, 손석희·유시민 만류에도 막무가내..생방송 토론 태도 지적 빗발쳐 <전자신문>

▲ JTBC '신년토론' 전원책, 막무가내 토론 태도 논란..'이재명 시장 저격?' <서울경제>

▲ 전원책, 토론 태도 논란..손석희 만류에도 '버럭' <enews24>

▲ 전원책 변호사, '토론 태도' 두고 네티즌 지적 이어져 <중앙일보>


토론이 끝난 후 언론에는 전원책 변호사의 토론 태도를 비판하는 기사들로 가득 채워졌다. 그 아래 달린 댓글들도 전 변호사를 힐난하는 내용들이 대다수다. '토론에 적합한 자질을 갖추지 못한 듯 보인다'는 지적이 많았고, 다소 과격한 어조의 비아냥도 상당수였다. 또, '제목을 바꿨어야 했다. '2017 전원책 어디로 가나?' 라는 댓글은 촌철살인급이었다. 이러한 반응들을 살펴보면서 드는 생각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데, 왜 이럴까?'였다. 그래서 오히려 이와 같은 반응들이 놀라웠다. 



과거 MBC <100분 토론>, KBS1 <생방송 심야토론>을 비롯해서 전원책 변호사가 그동안 출연했던 토론들을 되새김질 해보면, 그의 토론 태도가 '늘' 이러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어제의 토론에서 그가 보여준 태도는 '애교' 쯤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드는데, 그가 '역정'을 내지 않았던 토론이 있었던가? 원래 그랬던 전 변호사에 대한 '새삼스러운 반응'들, 그에 대한 '오해'는 JTBC <썰전>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썰전>을 통해 엄청난 인기를 얻은 전 변호사의 '대화 방식' 혹은 '토론 방식'은 윽박지르기에 가깝다. 화도 잘 내고, 우기기도 잘 한다. 그런데 '예능'에 기반을 둔 <썰전>에서는 다양한 편집 등을 통해 이 부분이 '웃음'으로 승화되곤 하지만, '쌩얼'이 그대로 노출되는 생방송 토론에선 그런 기법들이 전혀 가미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는 편집을 하니까 그렇죠"라고 맞받아친 유시민 작가의 말은 핵심을 찌르고 있다. 그러고보니 그런 전 변호사를 '케어'하고 있는 유 작가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패하고 무능한 권력자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 대통령은 인형에 불과했다. 우리의 대통령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며 강경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그는 대중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물했다. 건강한 보수의 존재가 그리운 시민들은 그의 존재가 반가웠고, 또 다른 측면에서 '보수'가 '보수'를 시원하게 '씹어대는' 내부의 싸움이 재밌게 느껴졌을 대중들은 그의 존재에 환호했다. 농담을 좀 섞어보자면, 어쩌면 전원책 변호사야말로 진정한 표퓰리스트가 아닐까?



전원책 변호사의 '실체'에 대해 알아버린 대중들은 그의 토론 태도를 꾸짖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가 '광분' 상태였던 건 아니다. 오히려 초반에 열을 올리는 유시민 작가에게 "아무데서나 열 받지 마십시오. <썰전>에서만 열 받으면 되지"라고 하며 점잖은 자세를 취하기도 하지 않았던가. 물론 '법인세 실효세율' 문제로 이재명 성남시장과 각을 세우면서 감정 조절에 실패했지만 말이다. 달리 본다면, 자신의 '롤'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패널들을 '점잖게' 보이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토론 후반에 던진 이 질문은 전원책다웠다.


"유승민 의원이 과거에는 어땠느냐.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분이에요. 최소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에 몰리고 권력을 사유화하고 민주주의 시스템을 파괴한 것이 드러났다면, 그러면 유승민 의원이 비서실장 시절에는 박근혜 의원이 대단한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을 가지고 있었고, 정확히 정치인으로서 지도자로서 행동을 했느냐. 난 아니라고 봅니다. 비서실장이 누구못지 않게 잘 알 거예요. 그걸 모를 리가 있겠어요? 당 대표의 비서실장인데. 그런데 첫째,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문제에 어떤 책임도 없다는 것. 난 그게 의심스럽고, 둘째 그 당시에 도대체 알고 뭘 했느냐 할 말을 했다고 방금 말씀을 하셨단 거거든요. 비서실장 할 때, 과연 그 때도 정윤회가 없었느냐. 다 있었단 말이죠. 정윤회가 누굽니까. 최순실이 남편이잖아요. 그때는 왜 한마디도 안 하셨는지, 만약에 아셨다면 책임져야 되고, 그땐 몰랐어요 라고 한다면 무능한 거고. 어떻습니까?" 



이 질문은 "제가 좀 입장 곤란한데, (유승민 의원이) 중학교 2년, 대학교 같은 과 2년 선배 거든요"라며 몸을 사렸던 유시민 작가가 하기는 어려웠던 '돌직구'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끝내 새누리당을 박차고 나와 개혁보수신당이라는 새집을 만든 유승민 의원에게 가장 뼈아팠던 질문은 바로 '당신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했던 사람이 아니냐?'라는 '원죄론'이었을 게다. 앞뒤 재지 않고, 눈치 보지 않는 전원책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질문이었던 셈이다.


전원책 변호사의 '폭주'는 토론의 질을 일부 떨어뜨리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토론의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속시원한 포인트이기도 했다. 손석희 앵커라고 전원책 변호사의 스타일을 모르겠는가. 그럼에도 그를 섭외했다는 건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터. 전원책 변호사는 자신에게 부여된 '롤'을 맡아 '열일'을 했을 뿐이다. 그러니 앞으로 전 변호사가 또 이런 막무가내식 토론을 한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놀라진 말자. 원래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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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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