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프 라무르는 『걷기의 철학』에서 '산책'을 '우연에 내맡긴 걷기'라 정의한다. 즐거움을 위해 자신의 발걸음을 어디론가 옮기는 '산책자'에게는 서두름이 없다. 조급함이 없다. 얽매임이 없다.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거리가 주는 느낌들을 만끽한다. 그리하여 "사람은 걸을 때마다 힘을 모두 써버리고 다시 새로운 원기를 얻는다."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가 성립된다면, '여행'은 '산책'과 동의어로 읽어도 무방하다. 파리에는 산책을 부르는 거리가 숱하게 많고, 그곳을 걷는 여행자는 새로운 원기를 잔뜩 얻고 돌아간다. 파리는 '골목의 도시'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아름답고 분위기 있는 '거리'가 차고 넘치지만, 굳이 몇 군데를 꼽아보라면 '몽마르트르 지역'과 '마레 지구(Mar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