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감청 영장 거부한다는 다음카카오, 문제는 잃어버린 신뢰

너의길을가라 2014. 10. 1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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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청영장에 응하지 않겠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다음카카오가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13일,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서울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 이 대표는 "본인의 안이한 인식과 미숙한 대처로 사용자에게 불안과 혼란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카카오톡 사용자들의 계정이 검찰에 의해 감청되었고 카카오톡 측이 정부의 정보요청에 대한 거부 불가 방침을 천명하자 즉시 40만명의 사용자들이 떠나버렸다. 그들이 러시아 출신 개발자들이 만든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으로 지난 일주일 동안 150만명이 망명했다"


-영국 BBC, '한국인들이 국내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를 떠나는 이유(Why South Koreans are fleeing the country’s biggest social network)' -


자그마치 150만 명이다. (10월 1주차에는 262만4788명으로 증가) 물론 카카오톡의 전체 이용자 수는 2800만 명에 이른다. 단순 수치로 따지면 5.3% 정도에 불과하다. "에이, 뭐 그 정도 가지고~"라고 가벼이 넘길 숫자일까? 그렇다면 다음카카오 대표가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공개사과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5.3%가 단순한 5.3%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다음카카오가 공식 합병한 10월 1일은 공교롭게도 노동당 정진우 부대표가 '경찰이 사생활과 지인 3,000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카카오톡 대화를 들여다봤다'고 밝히면서 사이버망명이 본격화된 시점이기도 하다. 당시 16만 6,500원이던 주가는 13일 현재 12만 8,400원까지 추락했다. 10조 원 규모의 다음카카오 시가총액은 주가 급락 탓에 8조 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물론 주가 하락의 모든 원인을 '카카오톡 이용자 이탈'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장 카카오톡의 매출도 상당히 떨어졌을 것이다. '미래 가치'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이슈에 민감한 150만 명은 단순한 가입자가 아니라 '지갑'을 여는 알짜 고객들이고, 여론을 주도하는 주체들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국민 메신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언제 '싸이월드', 네이트온', MSN'등의 전철을 밟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네이버를 견제하겠다'는 장밋빛 미래를 꿈꿨던 다음카카오 입장에서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도 당혹스러울 것이다. "보안을 철저히 하고 관련 법 제도를 따르는 것만으로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있다고 자만했다. 카카오톡을 아껴준 사용자의 불안한 마음을 더 빨리 깨닫지 못하고 최근 상황까지 이른 것을 진심으로 반성한다"는 이석우 대표의 '고해성사'는 다소 안쓰럽기까지 했다.


좀더 빨리 이런 태도를 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8일 다음 카카오의 법률 대린이 구태언 변호사가 "자신의 집에 영장집행이 와도 거부할 용기가 없는 중생들이면서 나약한 인터넷 사업자에게 돌을 던지는 비겁자들"이라는 비난글을 올려 이용자들의 신뢰를 잃고, 10일에는 다음 창업주이자 다음카카오의 대주주인 이재웅 씨가 "국가권력의 남용을 탓해야지. 국가권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기업을 탓하나"라는 글을 올려 또 한 번 신뢰를 갉아먹은 것은 결정적이었다.



이석우 대표는 "지난 10월7일부터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고 향후에도 응하지 않을 계획이다. 영장 집행 과정에서 최소한의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절차와 현황에 대해 외부 전문가와 함께 정보보호자문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잃었던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영장을 거부한다? 일단 현실적인 질문이 앞선다. 과연 가능할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2012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카카오톡 서버저장 대화는 통신비밀보호법 대상이 아니므로 정보통신망법 상의 개인정보로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에 향후 감청영장을 들고오는 검찰에 대해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결국 다음카카오가 감청영장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남은 것은 다음카카오의 '의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더욱 중요한 것은 '신뢰'다. 이미 불신은 팽배해 있고, 다시 신뢰의 탑을 쌓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다음카카오가 감청영장을 거부한다고 밝혔지만, 과연 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여전히 정부가 '사이버 검열'에 대한 의지를 접지 않고 있는 마당에 '나약한 사업자'인 다음카카오가 무슨 힘이 있어 끝까지 버틸 수 있겠는가?


나름대로 쇄신의 모습을 보여준 다음카카오에게 다소 야박한 이야기였을까? 물론 다음카카오가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진정성을 갖고 프라이버시 보호를 최우선으로 할 요량이라면,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서버를 외국으로 이전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방법이다. 다수의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들이 '텔레그램'으로 옮겨간 것도 '완전한 보안(안전)' 때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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