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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

서현진이라 가능한 몰입도, 기간제 교사 다룬 '블랙독' 호평 이어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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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진이라 가능한 몰입도, 기간제 교사 다룬 '블랙독' 호평 이어져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9. 12. 21. 19:20

tvN 월화 드라마 <블랙독>의 고하늘(서현진)은 '기간제 교사'가 됐다. 기간제 교사란 '비정규직 교육 노동자'를 의미한다. 정규 교사가 휴직이나 연수 등으로 자리를 비울 경우에 그 빈자리를 채우는 역할을 한다. 교육감의 발령을 거치지 않고 학교 측과 계약을 맺는다. 비정규직인 만큼 계약기간인 1년 이후를 장담할 수 없다. '선생님은 내년에도 학교에 계실 건가요?'라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는 입장, 그것이 기간제 교사의 비애이다. 

고하늘이라고 왜 정교사가 되고 싶지 않았겠는가. 허나 임용 교시를 뚫기는 어렵기만 하고, 연달아 계속해서 낙방을 하자 자신감마저 떨어졌다. 가정 형편도 녹록치 않았다. 이대로 계속 부모님의 등골을 빼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고하늘은 사립 대치 고등학교의 기간제 교사에 지원했다. 현장 경험을 통해 경력을 쌓으며 임용고시를 계속 준비하거나 정교사 티오(TO)가 나기를 기다리는 게 최선이었다.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신입 교사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지만 학교 분위기는 '낙하산'의 존재 여부를 두고 뒤숭숭했다. 본인과는 무관한 일이라 여겼던 고하늘은 자신의 삼촌인 문수호(정해균)가 대치고등학교 교무부장으로 재직 중이라는 걸 알고 난 뒤 큰 혼란에 빠진다. 평소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던 터라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지만,이미 고하늘은 낙하산으로 낙인찍혀 있었다. 교무부장의 개입도 없었지만, 사실관계는 중요하지 않았다.

동료들의 차가운 시선이 내리 꽂혔다. 견디기 힘들었다. 누구 빽, 누구 낙하산 이런 식으로는 시작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 그만두려 했지만, "다 떠나서 어쨌든 먼저 학생 포기하는 선생은, 선생 자격 없는 거 아니"냐는 진학부장 박성순(라미란)의 말이 고하늘을 붙잡았다. 또, 자신만을 바라보며 고생하는 부모님의 얼굴도 떠올랐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해내자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사회 초년생 고하늘의 기간제 교사 입성기가 시작됐다.

"당신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눈이 어둠에 적응할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 것뿐이다."

고하늘은 왜 교사가 되려고 했을까. 그는 왜 학생들을 교단에 서려고 했을까. "먼저 학생 포기하는 선생은, 선생 자격 없는 거 아니"냐는 박성순 부장의 말은 왜 고하늘을 붙잡았던 걸까. 그건 바로 자신의 생명을 구하고 죽음을 맞이했던 김영하(태인호) 선생님 때문이었다. 고하늘은 고등학교 수학여행 당시 터널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버스에 갇히게 됐고, 이를 알게 된 김영하는 다친 다리에도 기어코 돌아와 고하늘을 구한 후 죽음을 맞이했다.

제자의 생명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숭고한 죽음이었지만, 세상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김영하의 죽음을 차별했다. 학교 측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진짜 선생이 아니라서" 보험금 지급을 회피했다. 기간제 교사는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이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 본 고하늘은 김영하의 죽음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한편 그의 희생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교사가 된 고하늘은 사회 초년생들이 겪는 어려움에 어김없이 봉착하게 된다. 진학부에 배정된 고하늘은 개학 첫날부터 만만찮은 학부모(서정연)를 홀로 상대하게 됐다. 입시에 빠삭하고 깐간하기까지 한 그는 진학부에서도 악명이 높았다. 뒤늦게 그 소식을 알게 된 박성순과 배명수(이창훈) 선생이 뛰어왔지만, 의외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능숙하게 상담을 잘 이끌어냈던 걸까. 고하늘은 첫 상담이 원활하게 끝난 것에 안도했다.

그러나 박성순의 한 마디에 고하늘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박성순은 고하늘에게 진학부의 존재 의의를 묻더니 "진학부는 최전방 공격수 같은 건데 시합도 하기 전에 다른 팀 칭찬부터 하고 앉았으니"라고 꼬집었다. 학교와 학원 양쪽에서 모두 상담을 받고 비교해서 결정하도록 권유했던 고하늘의 상담은 진학부 소속 교사로서 매우 잘못된 것이었다. 교사가 된 자신조차도 학교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학원의 시스템을 믿었다는 방증이니 말이다. 

"이게 학생들을 위한 게 아니면 어떡합니까?"

<블랙독>은 학생이 아닌 '교사'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잘 녹여냈다. 가령, 3학년부와 진학부 사이의 역학관계라든지 학교 내의 구성원 간에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도 다뤄졌다. 기간제 교사에 대한 문제제기도 시의성이 있었다. 역시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는 고하늘의 성장기일 텐데, 그가 '기간제' 교사로서 겪는 어려움과 기간제 '교사'로서 어떤 성장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고하늘 역을 맡은 서현진은 '마치 연기를 하는 것 같지 않은' 현실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극도로 끌어올렸다. 표정 하나하나에, 대사 한 글자 한 글자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서현진의 존재감은 그만큼 확고하다. 또, 고하늘의 성장을 돕는 진학부장 박성순 역을 맡은 라미란의 든든한 활약도 <블랙독>의 큰 힘이다. 그 밖에도 진짜 교사 같아서 위화감이 들지 않는 이창훈 등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구역의 또라이'라 불리는 김이분(조선주) 선생과 교과 파트너가 되면서 불합리한 요구를 받게 된 고하늘이 앞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1회 시청률 3.331%(닐슨코리아 기준)으로 출발한 <블랙독>은 높은 몰입도를 자랑하며 2회에는 4.412%까지 뛰어 올랐다. 자신의 꿈과 소신을 지키며 학교로 온 '미생' 고하늘의 고군분투기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아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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