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16시간 근무? 과로 운전에 시달리는 마을버스, 이대로 괜찮을까?

너의길을가라 2015. 1.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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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하루에 16시간 이상을 근무한다고 하면 누구라도 깜짝 놀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되물을 것이다.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 그 질문에 대해 마을버스 기사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저도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하게 되더라고요"라고 말이다.


지난 2013년 4월 3일 휴무일을 보내고 있던 버스기사 A씨는 회사로부터 전화를 받고 출근을 하다 자신의 승용차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실려가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이틀 뒤 심부전과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버스 운전 14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A씨는 2012년 2월부터 마을버스 회사에서 격일 근무를 해왔다. 하루는 오전 6시부터 밤 10시 30분까지 16시간 30분 동안 근무하고, 그 다음날은 휴무를 갖는 방식이었다.



입이 쩍 벌어지는 충격적인 근무 형태가 아닐 수 없다. 그마저도 휴무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고, 회사 측의 요구로 특근을 계속해야만 했다.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A씨는 쓰러지기 전날에도 근무 중 실신을 해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었다. 병원에서는 입원치료를 권유했지만, A씨는 마음 편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사정이 되지 못했다. 쓰러지던 당일에도 휴무였지만, 회사의 요구를 받고 출근하다 봉변을 당하지 않았던가?


A씨의 아내는 남편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 측은 지급 거부 처분을 내렸고, A씨의 아내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4년 9월 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박연욱 부장판사)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며 A씨의 아내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지씨의 연령, 격일제 근무형태, 사망 전 근무현황 등을 종합하면 지씨가 사망할 무렵 근무 부담은 그 나이나 신체 상태보다 상당히 가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A씨는 마을버스 기사들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경우에 속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마을버스 기사들의 근무 여건은 매우 열악한 편이다. 수많은 승객들을 태운 채 위험한 도로 위를 활보하는 마을 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들은 이처럼 극심한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이쯤되면 우리의 목숨은 심각한 위기 속에 노출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실로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통안전공단(과 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의 '마을버스 기사 근로 실태' 자료를 살펴보면, 근무일(월 26일)과 근무시간(평균 9시간)에 비해 임금은 턱없이 적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범위를 서울지역으로 국한하면 버스 기사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하루 근무 시간이 10~12시간이라는 응답이 무려 65%를 차지했다.



버스 한 대당 2.64명이 배정되는 시내버스는 2.1명이 운행하는 마을버스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처럼 살인적인 업무 강도는 필연적으로 사고를 부른다.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사고가 나지 않게 해달라는 건 오히려 요행(僥倖)에 가까워 보인다. 실제로 마을버스 사고는 매년 200건 이상 벌어진다. 3일에 두 번 꼴로 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라고 보면 된다.


문제는 개선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문제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그에 대한 해법도 분명하지만 이를 실행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허탈한 지점이다. 서울의 경우만 떼놓고 보면, 총 131개 업체 중 30%에 해당하는 40여 개 회사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재정 상태가 열약하면 회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인력을 줄이는 것일 것이다. 또, 운전 실력 등을 고려해 인력을 충원하기보다는 초보 · 고령 기사들을 적은 인건비를 주고 고용할 것이다.



김경우 한양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애초부터 마을버스 업체들이 적자를 감수하고 운행을 시작한터라 서울시가 지원할 의무는 없으나 근본적으로 대중교통이기 때문에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마을버스까지 시가 맡는 건 무리가 있다고 본다. 구청에서 담당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는 입장이다.


"여러분 죄송한데 저 잠깐만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20분만에 점심을 먹어야 해요. 정말 원 없이 잠 한번 실컷 자보는 게 소원입니다."


근무 시간에 치여 화장실도 제때 갈 수 없어 방광염에 걸리는 B 기사. 짧은 시간 내에 식사를 마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C 기사. 이것이 바로 우리들이 생명을 맡기고 있는 마을버스 기사들이 처해 있는 현실이다. 과로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바꾸지 않는다면, 끔찍한 불행의 주인공이 우리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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