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2위 전략 이어받은<탐정>, 탄탄한 캐릭터 앞세워 시리즈물로 성공할까?

너의길을가라 2015. 9. 2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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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探偵) : 숨겨진 일이나 사건 따위를 추적하여 알아냄. 또는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


"내가 누군지 알아? 국내 최대 미제살인사건 카페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 강대만이야" <탐정-더 비기닝>의 주인공인 탐정 강대만의 캐릭터는 셜록 홈즈나 소년탐정 김전일, 명탐정 코난에 비할 만큼 매력적인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캐릭터들을 무작정 똑같이 복제하거나 어설프게 따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두 아빠이자 허름한 만홧가게의 주인, 철없는 남편이자 공처가인 강대만(권상우)은 한국적인 상황과 정서가 담긴 '탐정' 캐릭터라 할 수 있다. 


그런 강대만의 캐릭터가 더욱 극대화되는 것은 바로 노태수(성동일)와의 조화(케미) 때문이다. 한때 광역수사대 레전드 형사였지만, 지금은 두 계급이 강등돼 후배 밑에서 밀려날 처지에 놓이게 된 노태수는 '마초'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두 사람의 '치명적인' 공통점이 발견되는데 그것은 바로 공처가(恐妻家)라는 사실이다. 성격뿐만 아니라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에 있어서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 '형님아우'하는 사이로 변해가는 모습은 영화 <탐정>의 핵심적인 웃음 포인트가 된다.




무릎 때문에 경찰이 되는 것이 꿈을 접어야 했던 강대만은 틈만 나면 경찰서를 기웃거리며 형사들에게 이리저리 훈수를 두기 일쑤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려고 애쓰는 강대만이지만, 이런 모습이 마뜩지 않은 노태수는 강대만을 '똥파리' 취급하며 무시한다. 강력계 형사이자 강대만의 절친한 친구인 준수(박해준)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누명을 쓰게 되자, 강대만과 노태수는 어쩔 수 없이 비공식 합동추리작전을 펼치게 된다. 


2006년 제8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58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수상했던 작품인 만큼 이야기의 구조나 전개는 믿을 만 하다. 처음의 흥미로움을 지키지 못한 채 용두사미로 전락하고 마는 추리 스릴러 영화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다만, 연쇄 살인으로 발전되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추리가 다소 복잡한 편인데, 이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인상을 받는다. 여기에서 지체하면 흐름과 속도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던 모양이다.


전반적으로 추리 스릴러와 코미디라는 쉽게 버무릴 수 없는 장르적 속성을 잘 연결했다는 평가를 내릴 만 하지만, 후반부에 이어지는 과한 잔혹성은 옥의 티다. 좀더 경쾌한 분위기를 가져갔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든다. 굳이 좀더 진지하게 파고 든다면, 연쇄 살인이 벌어지는 '이유', 그 동기(動機)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코미디적인 요소 덕분에 이 '갸우뚱'은 묻혀지겠지만.




추리를 잘 하는 강대만이라는 캐릭터도 있지만 아이 아빠로서의 모습이 다른 배우와 차별화해서 잘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아이 아빠이기도 하고 아이와 함께 했던 시간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현장에서 낯선 느낌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했다. 내가 어떤 아빠인지 궁금해 하시는 관객 분들께 실제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더라. 또 무엇보다 가장 중요했던 건 시나리오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는 거다. (권상우)


<서부전선>과 마찬가지로 <탐정>을 보면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애초에 '홍보'됐던 것처럼 가벼운 코미디 영화 정도로 여겼지만, 곧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걸 깨달았다. 이쯤되면 마케팅 팀의 실수, 아니 잘못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영화는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치밀한 추리 스릴러가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과한 '잔혹성'도 갖고 있다. 




어쩌면 추석 시즌에 개봉을 한 영화가 선택할 수 있는, 게다가 <사도>라는 압도적인 경쟁작이 관객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코미디'라는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건 마케팅의 승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혀짧은 권상우는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빠 연기'에 더해 적절한 코미디 연기를 펼친다. 연기파 배우 성동일은 그가 갖고 있는 상반된 매력을 영화 속에 자연스레 녹여냈다. 


27일 하루동안 275,600명의 관객을 동원한 <탐정>은 박스오피스 2위에 올라있다. 총 관객 629,090명으로 <서부전선>이 노렸던 2위 전략을 성공시킨 <탐정>은 '더 비기닝'이라는 제목에서 노골적으로 비친 시리즈에 대한 의지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조선명탐정>이 탄탄한 캐릭터의 힘으로 시리즈물을 성공시켰다면, <탐정>은 그 현대판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 정서에 맞는 탐정은 '코미디'를 적절히 배합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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