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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공개수배, 역대급 추격전의 민망하고 아쉬웠던 장면들

너의길을가라 2015. 12. 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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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6일 방송된 MBC 예능 <무한도전> '공개수배' 편은 14.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주 방송(12.6%)보다 2.2%P 급상승한 수치다. 오랜만에 기획된 '추격전'에 대한 시청자들의 높은 기대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무한도전>의 추격전은 언제나 옳다'는 말은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무한도전> 추격전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그'가 빠져 있는 데다 매번 유재석과 콤비를 이뤘던 정형돈마저 방송을 쉬고 있는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추격전을 시작하는 건 제작진 입장에서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개수배' 편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레전드'라 불릴 만큼 높은 화제를 끌어모았고, 실제로 방송된 내용만 놓고 보더라도 그동안의 레전드급 추격전과 비교해서 결코 부족함이 없었다. 


'그'와 정형돈의 빈자리는 실제 부산의 형사들을 추격전에 투입하는 것으로 완전히 메웠다. 이것은 그야말로 김태호 PD의 신의 한 수였다. '직업정신'으로 무장한 실제 형사들은 추격전에 사실감을 부여했고, 수많은 추격전을 통해 단련이 된 <무한도전> 멤버들도 실제 형사들에게 쫓긴다는 설정 덕분에 한층 긴장감 있게 상황에 몰입할 수 있었다. 



방송을 통해 확인했던 것처럼 <무한도전> 멤버들은 (대체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부산의 형사들도 번뜩이는 감각과 예리한 추리를 통해 경찰의 힘을 보여줬다. 도망가는 자들과 쫓는 자들 간의 앙상블이 이어지면서 쫀득쫀득한 추격전이 시종일관 펼쳐졌다. 하지만 관점을 살짝 바꾸면, 아쉬운 대목이 몇 군데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한숨을 자아냈던 건 검거한 '피(혐)의자'를 놓치는 장면이었는데, 그것도 두 차례나 됐다. 


형사 1팀은 '웃음 연쇄살인범' 박명수를 검거했지만, 충무시설에서 발견한 '밥 도둑' 정준하를 쫓는 과정에서 박명수를 차 안에 홀로 두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언제든지 도망갈 기회를 노리고 있는 '피의자'가 이 틈을 놓칠 리가 없다. 박명수는 죽기 살기로 도주했고,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형사 1팀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실수는 한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검거를 당한 정준하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도주를 감행했다. 자신을 검거한 형사가 동료 형사와 전화 통화를 하느라 집중하고 있는 틈새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피의자를 두 번이나 놓친 형사 1팀은 인터뷰를 통해 "그때 머리가 하얘졌다. 범인 놓친다는거 말도 안된다. 우리는 몰입하다보니 수갑이 가짜인 줄 잊었다. 진짜 놀랐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 장면들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무한도전> 멤버들의 탁월한 기지(機智)를 칭찬해야 하는 것일까? 노련한 박명수와 정준하가 경찰의 뒤통수를 쳤다? 아무리 예능이라 하더라도 경찰의 입장에서 범인을 놓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무리 장난감 수갑을 채웠다고 하더라도 피의자 도주 방지는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1월 18일 인천 남부 경찰서에서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던 30대 남성 피의자가 수갑을 찬 채로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 11월 27일에는 부산 영도경찰서에서도 스타렉스 형사기동차량에 타고 있던 피의자가 경찰의 눈을 피해 도주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터졌다. 피의자는 차량 안에서 포박용 밧줄과 수갑을 풀고 도주했다. 



피의자 도주에 대한 경찰의 '예민함'이 더욱 높아졌을 상황에서 이번 추격전에서 나타난 실망스러운 모습들은 '예능적'으로는 매우 휼륭했을지 모르겠지만, 경찰의 입장에서는 민망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쪽팔리는' 장면은 그것 말고도 또 있었다. 바로 눈앞에서 도주하는 피의자(황광희)를 쫓다가 놓쳐버리는 순간이었다. 


물론 방송에서는 황광희가 '카메라맨도 따돌릴 정도로' 빨랐다고 설명하고 있고, 그의 도주가 필사적이었다고 둘러댄다. 무거운 카메라를 둘러매고 있는 카메라맨이 맨몸의 황광희를 놓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도주하는 피의자가 필사적이지 않은 경우는 없다. 따라서 이런 쉴드는 무의미하고, 오히려 부끄러움만 가중시키는 꼴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봤던 '추격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격하는 장면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와 달라도 한참 달랐다. 형사는 '잠깐'의 추격전 끝에 이내 포기했다. 체력이 부족해 피의자를 쫓는 데 실패하는 형사의 얼굴은 민망함과 당혹감으로 가득했다.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이 느꼈을 당혹감은 그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다.



<무한도전>과 부산 경찰청의 '콜라보'는 경찰의 입장에서 매우 의미있는 도전이자 기획이었다. 독보적인 사회적 파급력을 발휘하는 <무한도전>을 통해 'SNS를 통한 시민제보 활성화'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였다. 실제로 방송을 통해서 SNS를 통한 시민제보가 범인 검거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드러났다. 시민들이 찍어 올리는 사진은 재깍재깍 범죄 수사에 반영됐고, 이는 곧 검거와 밀착하게 연결됐다. 


또,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좋은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8명의 부산 형사들은 구수한 입담을 선보였고, 그들의 티격태격하는 모습들은 시청자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범죄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은 여전히 경찰에 대한 신뢰라는 측면에선 (예상치 못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웬만하면 '다음 주 방송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을 몽땅 검거하며 만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라고 쓰고 싶지만, 사실 '만회'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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