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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없는 솔루션, 강형욱은 보호자의 '개념'을 바꿨다

너의길을가라 2022. 6. 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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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사의 기본 역할은 훈련을 통해 반려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훈련이 필요한 건 아니다. 생활환경을 바꾸거나 문제 상황을 조정하는 것만으도, 반려견을 대하는 보호자의 관점을 바꾸는 것으로 충분할 때가 있다. 달리 말하면 '개가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6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는 이 말의 의미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제작진은 한적한 주택가를 뒤흔드는 정체불명의 울음소리를 포착했고, 그곳에서 알래스칸 맬러뮤트 '샐리(암컷, 8살)'를 만났다. 서늘한 눈빛과 섬뜩한 분위기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다음날 제작진은 문제의 장소를 다시 찾았다. 담장 너머의 샐리는 보호자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완전히 다른 개처럼 보였다. 어젯밤 그토록 하울링을 하며 울부짖던 녀석이 맞나 싶었다.

알래스칸 맬러뮤트는 설원을 달리는 썰매견의 대표주자로 유명하다. 이들은 시베리안 허스키보다 힘이 좋아 더 많은 짐을 끌었다. 보호자에 대한 충성심도 큰 편인데, 최근 크로아티아 설산에서 조난당한 보호자를 살린 맬러뮤트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구조를 기다리는 13시간 동안 보호자를 털로 감싸 안아 체온을 유지시켰다고 한다.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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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보호자는 샐리를 입양하기 전에 노견 둘리(역시 알래스카 맬러뮤트)를 키우고 있었는데,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샐리를 입양하고 됐다고 설명했다. 아파트에 사는 젊은 신혼부부가 올린 파양 글을 보고 샐리(3~4개월)를 데려오기로 결정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둘리는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홀로 남은 샐리를 위해 보호자는 여러모로 최선을 다했다.

선물로 근사한 집을 지어주고, 건강을 위해 특식을 제공하고, 하루에 2번씩 산책을 실천했다. 이토록 사랑받는 샐리에게 어떤 고민이 있다는 걸까. 보호자는 '종합선물세트'라며 멋쩍어 했다. 외부인의 기척에 끊임없이 짖고 경계해서 배달 음식을 받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게다가 입질까지 해서 외부인뿐만 아니라 보호자들도 피해자가 됐다. 상처도 가벼운 수준이 아니라 제법 깊었다.

남편 보호자는 샐리가 몸을 만질 때 공격성을 보인다며, 빗질을 유독 싫어한다고 하소연했다. 목욕과 미용은 꿈도 꿀 수 없어서, 목욕은 지금껏 한번밖에 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첫 목욕을 시키고 입질을 당해서 그후로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입질은 음식을 먹을 때도 나타났다. 보호자가 가까이 다가가면 이빨을 드러내며 경계를 했다. 그럴 때마다 보호자는 움찔했다.

"샐리를 그냥 두면 될 문제인데.." (강형욱)



영상을 지켜보면 강형욱은 조심스럽게 의문을 제기했다. 그냥 두면 될 문제라는 것이다. 굳이 밥을 먹을 때마다 샐리 옆에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보호자는 자신이 없으면 샐리가 밥을 먹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강형욱은 여전히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고민은 '하울링'이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하울링 때문에 이웃 주민들도 힘들어 하고 있는 상황이라 해결이 시급했다.

강형욱은 "저한테는 어려운 훈련이에요."라며 말을 아꼈다. 깊은 고민에 빠진 듯했다. 무엇이 강형욱을 심사숙고하게 만드는 걸까.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샐리를 차분히 살폈다. 샐리는 공격성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줄을 놓고 함께 걷자 강형욱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저 낯선 사람의 등장이 궁금해 냄새만 맡을 뿐이었다. 경계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탐색 행위였다.

"저는 샐리가 괜찮은 개 같거든요?" (강형욱)



강형욱의 말은 보호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종합선물세트'처럼 문제가 많다고 했는데, 강형욱이 '괜찮은 개'라고 말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남편 보호자는 "어떤 면에서요?"라고 물었고, 강형욱은 "반대로 어떤 면에서 나쁜가요?"라고 되물었다. 보호자는 무는 순간에는 너무 밉다고 대답했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둘리와 비교되는 모습도 함께 언급했다. 그러나 강형욱은 확고했다. 먹을 것에 집착하는 것 같다는 불만에는 먹이를 던져주면 된다고 맞받았고, 미용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마취를 하고 하면 된다고 대답했다. 강형욱의 말은 완전히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그러니 진짜 문제가 보였다. 바로 샐리가 예쁘게 와서 받아먹기를 바라는 보호자이 마음, 자신이 손으로 미용을 해주고 싶은 보호자의 마음이 만든 문제였다.

빗질도 마찬가지였다. 보호자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빗질을 해주는 게 일상이라고 생각했지만, 강형욱은 그렇지 않다며 "빗질을 해주고 싶은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보호자 입장에서 피부 문제가 생기는 걸 걱정할 수는 있겠으나, 샐리가 싫어한다면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 강형욱은 관계 개선이 우선이지 빗질을 하기 위한 관계 개선을 목표로 훈련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호자님은 해주고 싶은 건 있는데 해달라고 하는 건 안 해주는 사람 같아요. 그런데 둘리는 순응하며 살았던 거뿐이고, 샐리는 아닌가 보죠." (강형욱)


강형욱은 맬러뮤트들은 진짜 리더를 원하는데, 현재 보호자의 양육 방법은 '온전히 책임지지 않으면서 온전히 명령도 하지 않'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강형욱은 육아를 할 때 "멋진 아빠처럼 보이려고 하는 행위를 자랑하지 말자."고 다짐한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아들 입장에서 멋진 아빠가 되어야 하는데, 자신의 행위에 스스로 감동하면 곤란하다는 뜻이다.

이경규의 말처럼, 강형욱은 '개를 대하는 개념의 문제'를 다루고자 했다. 입질에 대해서도 문제를 발현시켜 제지하기보다 문제의 원인에 대해 생각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하울링은 어떨까. 강형욱은 다치면 피가 나고 아프다고 소리를 치기 마련인데, 아픈 건 이해하는 데 조용히 하라고 한다거나 같이 있자고 하는 걸 문제행동이라고 규정하는 건 슬프다고 말했다.

강형욱은 아주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바로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것이다. 또, 음식에 대한 소유욕은 개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므로 자신도 밥을 주고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보호자는 샐리의 사회성을 길러주고 싶어했지만, 그 또한 사람의 생각일 뿐이었다. 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면 익숙한 것만 찾기 마련이다. 사회성도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대로 다 해주면 그런 저한테 모든 걸 맡기고, 제가 시키는 대로 개선이 될까요?" (보호자)
"결국 빗질을 하겠다는 마음을 버린다면 그 날이 올 거예요." (강형욱)

강형욱은 상담 이외에 따로 훈련을 진행하지 않았다. 문제를 발현시켜 해결하기보다 원인에 대한 고민에 치중했고, 보호자가 갖고 있던 잘못된 개념들을 바꿔주는 데 집중했다. 보호자는 강형욱의 조언에 따라 샐리를 병원에 데려갔다. 전반적으로 정상으로 나왔지만, 심장사상충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있었다. 다행히 초기라 수술은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동안 집 밖에서 생활해 분리불안이 있었던 샐리는 집 안으로 들어와 보호자와 함께 생활하게 됐다. 샐리는 거실에 편안하게 누웠고, 식사도 방해없이 할 수 있었다. 당연히 하울링도 하지 않았다. 평온한 샐리를 바라보는 보호자도 절로 웃음이 나오는지 행복해 보였다. 강형욱은 말로만 약속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솔루션을 실천에 옮긴 보호자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형욱은 병이 나아지고 집에서 생활하는 게 익숙해지면 문제 행동들은 없어질 거라 확언했다. 강형욱의 솔루션은 많은 깨달음을 줬다. 훈련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 원인이 반드시 반려견에게 있는 건 아니라는 것말이다. 우리가 개를 대하는 관점을 바꿀 때 비로소 반려견과의 관계 개선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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