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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 연예

진짜 '어른' 윤여정, 어찌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7. 5. 11. 21:03


누군가는 저런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테고, 누군가는 저런 '할머니' 혹은 '시어머니'를 대입하기도 할 것이다. '언니'도 좋고, '누나'도 좋다. 아, 물론 '동생' 혹은 '후배'라는 대답도 있을 게다. 누군가 내게 '그'와 어떤 관계를 설정하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감히 바라건대 저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리라. 비록 그와 나 사이에는 제법 큰 세월의 간격이 존재하지만,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는 그의 친구들이 대부분 그보다 '훨씬' 젊은 사람들이라고 하니, '나이'가 친구가 되는 데 장애가 될 것 같진 않다. 그만큼 그는 '열려' 있다.



자신의 주분야인 연기뿐만 아니라 예능, 그리고 개표 방송까지 그야말로 종횡무진 자신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그'의 이름은 윤여정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쭉 훑어보다보면, 두 가지 흥미로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발견은 윤여정의 '꾸준함'이다. (13년의 공백 후 ) 그는 정말 열심히 그리고 쉼 없이 일을 해 왔다. 두 번째는 그가 맡았던 캐릭터들이 '전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대개 그 나이의 배우들이 엄마나 이모(고모), 할머니 등 주인공의 주변인물로 제한되는 반면, 윤여정은 여전히 자신만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연예게라는 곳은 철저히 '상업적'인 공간이 아닌가. 속물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돈'이 되지 않으면 결코 '손'을 내밀 리가 없다. 그 정도로 냉정한 영역이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윤여정이라는 '배우'가 지닌 '가치'가 뛰어나다는 의미다. 일흔이 넘은 배우가 여전히 대중들에게 '소비'될 '이미지(와 에너지)'가 남아 있고, 대중들로부터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윤여정은 이 시대의 독보적인 배우이자 스타다. 



도대체 사람들은 윤여정으로부터 무엇을 보는 걸까. tvN <윤식당>을 보면서 '꼰대 없음'에 감탄을 하며, 저들(윤여정과 신구)은 현실에서 만나는 어떤 어른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윤여정의 매력은 '솔직함'에서 비롯된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싫으면 싫다고 말한다.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또 고마우면 고맙다고 말한다. 아는 만큼 말하고, 모르는 것에 대해선 쿨하게 인정한다. 감정 표현을 하는 데 머뭇거림이 없고, 자신의 생각과 논지를 펼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솔직함'과 '무례함'이 맞물리면 꽤나 고약한 냄새가 나지만, 윤여정은 다르다. 그는 잔소리하지 않고, 상대방을 탓하지 않는다.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행한다. 그는 정확하게 '돈값'을 해낸다. 자신의 '나이'와 '경험'을 앞세워 가르치려 들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을 그 주변으로 불러 모은다. '나'를 드러내기 위해 떠들기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경청한다. 타인에게 귀를 기울이다보니 오히려 사람들은 그를 궁금해 한다. 스스로를 '노인'이라 말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윤여정을 개표 방송에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배우'가 개표 방송에 출연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도대체 JTBC는, 아니 손석희 앵커는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시청자 마음을 잘 대변할 수 있는 분이 아닐까… 깐깐하고 까칠한 유권자." 절묘했다. 바꿔 생각해보면, '배우'는 왜 개표 방송에 출연하면 안 되는가, 라고 반문하게 만드는 적절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JTBC는 그동안 '경마식 보도 중계'에 그쳤던 개표 방송의 틀을 깼다. 무겁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마치 지금의 180도 달라진 청와대의 분위기처럼 말이다. 


"낮잠 자다가 받아가지고 깜짝 놀랐어요. 안부 전화인 줄 알았"다던 윤여정은 손석희 앵커의 섭외에 흔쾌히 응했다. 출연 요청을 받고 '무섭고 떨렸다'던 그는 유권자 대표로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70대라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만큼 진보적이었고, 그러면서도 보편적인 감성을 끌어 안았다. 또, 중언부언하는 일 없이 대답은 간결하고 명료했으며 정확했다. "내가 느끼기에는 '정말 필요한 말씀만 딱 하시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는 손석희 앵커의 말대로였다. 



"저는 5월 4일 날 했습니다. 나이 늙으면 빨리빨리 해요. 저는 노인이잖아요. 노인이에요. 지하철도 공짜로 탈 수 있고, 그런 노인인데. 그냥 이번 일을 보면서 저 정치적이지 않았는데, 가만 있어봐, 저도 뭘 좀 해야 하지 않나, 근데 할 일은 없잖아요. 그래서 나는 아무튼 선거를 해야 되겠다, 내가 참여하고 나서 비평을 해야지, 선거 안 하고 비평하고 그러면 안 될 거 같아가지고. 갑자기 막 그렇게 투표를 빨리 가서 했어요."


<윤식당>을 통해서 '행동'으로 자신을 드러냈다면, 개표 방송에서는 '언어'로서 자신을 좀더 또렷하게 표현했다. 투표 여부를 묻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방안으로 투표를 떠올렸고, '참여도 하지 않고 비평을 하는 건 안 될 것 같았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또, 탄핵과 대선을 불렀던 세월호와 관련한 뉴스가 전해진 후,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감회를 차분히 밝히는 대목에선 가슴이 뭉클해졌다. 


"제 아들하고 같이 보고 있었는데, 제 아들이 저기 탄 사람들이 누구냐고 그래서 아마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일 거라고 그랬더니 엄마 걱정하지 마 뛰어내리면 다 살 수 있어 젊은 애들이라 어린 애들이라 그러고나서 조금 이따가 봤는데, 점점점점 기울기 시작하고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잖아요. 저희 같은 사람,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내 새끼가 거기 타서 내 새끼가 없어졌더라면 정말.. 저분들 심정은 누가 대신할 수 없겠죠. 어떤 사람들은 고만하지 뭐 이런 사람도 있고 그런데 그건 아닌 거 같아요. 내 새끼가 없어지면 난 고만하지 안 될 거 같아요. 그 뼈라도 보고 싶을 거 같아요. 그게 제가 세월호에 대해 느낀 겁니다."


JTBC 개표 방송은 1부 6.216%, 2부 9.438%, 3부 8.174%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KBS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물론 광화문 광장에 '열린 스튜디어'를 설치하고, '촛불'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했던 JTBC의 참신한 발상과 시도가 이뤄낸 성과이겠으나 윤여정의 역할도 큰 기여를 했음이 분명하다. 이번에도 그는 진정한 어른의 의미 그리고 가치를 보여줬다. 윤여정이야말로 우리가 그동안 간절히 찾았던 '어른'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우리가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어른'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특히 '광장'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저는 축제라고 적었는데, 촛불 들고 공감하고 그러는 것도 좋지만, 저는 다음 세대, 저보다 더 오래 사는 분들은 여기 광장에 축제하러 나왔으면 좋겠어서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에게서 '어른'의 참모습을 찾았던 내 눈과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재확인해줬다. 그의 생각은 '다음 세대'를 향해 있었다. 그는 다음 세대가 '광장'에 '축제'를 하러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방송에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참 예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윤여정은 거듭 말하지만, 진짜 '어른'이었다. 


"서진이가 메뉴를 추가하자고 했어요. 젊은 사람들이 센스가 있으니 들어야죠. 우리는 낡았고 매너리즘에 빠졌고 편견을 가지고 있잖아요. 살아온 경험 때문에 많이 오염됐어요. 이 나이에 편견이 없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니들이 뭘 알아?'라고 하면 안되죠. 나는 남의 말을 잘 듣는 편이어서 내가 모르는 분야에서는 전문가, 젊은 사람들의 말을 들어요. 오픈 마인드까지는 아니고 잘 들으려고는 해요. 식당 운영에서는 서진이가 센스가 있으니 그 말을 따른 거죠. 난 남북통일도 중요하지만 세대간 소통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 사회 세대간 소통이 안되는 게 너무 심각하잖아요?" <연합뉴스>, '윤식당' 윤여정 "이서진에게 너무 감동..세대간 소통"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서진에게 감동했다는 말을 전하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말이지 이런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찌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윤여정이 '배우'로서 또, 그 외의 다양한 분야와 역할로 우리 곁에 더 오래 남아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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