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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산다>의 배려 없는 편집, 김슬기의 사과가 씁쓸한 이유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7. 5. 13. 20:29



정말 오랜만에 MBC <나 혼자 산다>를 시청했다. 제대로 방송을 챙겨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김슬기' 때문이었다. tvN <SNL 코리아> '글로벌 텔레토비'에서 찰진 욕으로 '국민 욕동생'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그를 눈여겨 보게 됐다. 이후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것을 지켜보면서 매력적인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의 '일상'이 궁금했다. 20대 중반인 그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한편으로는 '걱정'도 들었다. 2013년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했을 당시, 장진 감독은 김슬기에 대해 "대중매체를 통해 보는 것은 오로지 다 연기고 만들어진 것"이고, "같이 이야기하자고 하고, 물어보지 않으면 한마디도 못끼는 성격"이라 말한 바 있었다. 활달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조용하고 소극적인 성격의 그가 '까다로운' 대중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어쩌면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물론 생각지 않은 포인트에서 사고가 터졌지만 말이다.




"편집되어서 나오지 않았지만 고기는 오리고기 200g 차돌박이 200g 샤브용 300g 총 700g 으로 요리했고 방송에 나오지않았지만 치킨 3마리를 배달시켜 먹었습니다. 요리 시작전에 잠들지 않았고 잠깐 쉬는 모습입니다. 시켜 먹는 것보다 직접 요리를 해주고 싶어서 내린 선택이었는데 많은 양의 요리는 처음해봐서 저의 미숙한 점으로 인해 불편하셨던 분들께 사죄드립니다.ㅜ.ㅜ"


여러모로 '웃음'이 나왔다. 물론 유쾌한 성격의 것은 아니었다. 도대체 왜 김슬기는 저런 '해명'을 내놓고, '사죄'를 드려야 했을까. 사건의 스토리는 이렇다. 김슬기는 tvN <오 나의 귀신님>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과 감독 및 스태프를 '집들이'에 초대했다. 손님맞이를 위해 마트를 찾아 장을 보는 장면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음식의 양'이 문제였다. 초대된 사람은 6명이었는데, 그에 비해 음식이 지나치게 적었다. 손님들도, 전현무 등 무지개 회원들도 '음식이 모자란다'고 타박을 하기에 이른다.


멋쩍어진 김슬기도 "한 입씩 하니까 없네요. 미안해요"라고 애교 섞인 사과를 건넸다. 하지만 집들이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즐거웠고, 당사자들은 밀린 대화를 나누며 웃음을 터뜨렸다. 걱정이 됐던지 김슬기는 "우리 집에 이렇게 많은 손님이 온 게 처음이다. 내가 가늠하지 못했다"며 거듭해서 설명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일을 어찌할꼬.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제기했다. 음식이 부족했다는 지적에서부터 손님을 초대해놓고 잠을 자버리는 무성의함과 손님들에게 음식 조리를 돕게 한 건 예의에 어긋났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러자 김슬기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명'을 내놓았고, 급기야 '사죄'하기에 이른다. 고개의 종류와 그램 수까지 '정확히' 명기한 것으로 봐서 그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정적 반응에 상당히 놀랐으리라. 실제로 방송을 보면, 김슬기가 고기를 구입하면서 여러 종류의 고기를 주문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치킨 3마리를 배달시켜 먹었'다고 덧붙인 걸 보니 얼마나 억울한 심정이었는지 짐작이 된다. 


그럼에도 '음식이 부족했다', '손님에게 음식 조리를 돕게 했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던 사람들에게 김슬기의 '해명'은 우습게 들렸으리라. 200g이나 700g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코웃음을 칠 테고, 집들이의 기본 예절이 없는 20대 철부지 쯤으로 몰아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초대받은 손님'이고, 당시 분위기가 '좋았다'는 설명도 소용 없어 보인다. 이미 김슬기는 '찍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당연히 김슬기도 아니고, 시청자도 아니다. 이건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의 책임이다.



김슬기는 해명에서 '편집되어서 나오지 않았지만', '방송에 나오지 않았지만'이라며 '편집'을 언급한다. 제작진은 김슬기와의 인터뷰를 통해 방송의 방향을 잡았을 것이다. 아무리 '리얼 다큐'를 표방한다지만, 일정한 '설정'은 불가피한 일이다. 초반에는 기체조나 영수증 정리 등을 통해 '애늙은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력하고, 중반에는 춤과 노래 연습에 매진하는 열정을 부각시켰다. 그리고 집들이를 '메인' 이벤트로 정했는데, 여기에서 김슬기의 '미숙함'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편집을 해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여전히 의문이 든다. 과연 그게 사과해야 할 일이었을까? '집들이'에 대한 어떤 상이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거기에서 조금 벗어난다고 해서 이처럼 비난을 받아야 하는 걸까? 여러 명을 초대한 경험이 없어서 어느 정도의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지 가늠치 못해 음식의 양이 부족하면 좀 어떠한가. 준비가 원활치 못해 손님들에게 이런저런 부탁을 좀 한들 어떠한가. '대접'을 받기 위해 가는 것이 집들이라는 생각이야말로 지나치게 '올드'한 것 아닐까. 함께 어울리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두 번째 의문은 방송의 내용으로 인해 불거진 문제에 대해 어째서 출연자인 김슬기가 해명을 해야 했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제작진이 미리 나서서 '편집 상의 문제'였다고 밝혔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미 캐치했을 테고, 그에 대해 대비를 했어야 했던 것 아닐까. 결국 출연진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어떤 편집은 굳이 '갈등'과 '문제'를 강조하지 않는다. 하지만 또 어떤 편집은 '논란'이 될 법한 '떡밥'을 던지는 데 주력한다. <나 혼자 산다> 제작진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신들은 '후자'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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