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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음모, 배신 가능한 '피의 게임', 장동민도 놀란 강렬한 수위

너의길을가라 2021. 11. 4. 16:55

'피(혹은 P)의 게임'이 시작됐다. '피'라고 하니 'Blood'가 연상돼 섬뜩하게 들린다. 딱 봐도 자극적이라 누군가는 구미가 당길수도, 누군가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지난달 30일 첫방송된 MBC <피의 게임>은 상금 3억 원을 걸고 최후의 1인을 가리는 서바이벌 리얼리티다. 10명의 참가자들은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게 된다.

왕년에 서바이벌 필드를 누볐던 플레이어들(이상민, 장동민)은 MC가 됐다. 그 빈자리는 전 야구선수(정근우), 경찰(이태균), 의대생(허준영), 여행 크리에이터(박재일), 아나운서(박지민), 래퍼(퀸와사비), 머슬마니아 3관왕(송서현), 미대생(이나영), 한의사(최연승), UDT 출신(덱스) 같이 다양한 직업군의 플레이어들이 채웠다. (최연승은 서바이벌 경험자이다.)

"첫 번째 챌린지는 바로 탈락자 선정입니다. 한 시간 뒤 여러분의 투표로 한 명의 플레이어가 떨어집니다."

차례차례 피의 저택으로 합류한 10명의 플레이어들은 멘붕에 빠졌다. 탐색전을 펼치기도 전에 첫 번째 챌린지가 주어졌고, 그들은 한 시간 뒤에 탈락자를 선정해야 했다. 자신의 생존에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한 명의 플레이어를 선택하라는 말에 플레이어들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그렇게 갑자기 시작된 챌린지, 과연 참가자들은 1시간 후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플레이어들은 주저했다. 룰을 정확히 모를뿐더러 다른 플레이어들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섣부른 선택은 피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성급히 나섰다가 타깃이 되는 게 우려스러웠으리라. 플레이어들은 각자 본인을 찍어 동표를 만들자는 의견과 안전장치가 없어서 불안하다는 의견으로 갈라졌다. 전자는 일종의 신뢰 테스트라고 여겼고, 후자는 나이브한 생각이라 못마땅해했다.

사실 이런 류의 서바이벌 게임에서는 후자의 선택이 훨씬 더 유리할 때가 많다. 애시당초 한 명만 배신해도 판이 깨지기 십상이다. 게다가 어차피 우승자는 한 명이기에 탈락자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피의 게임>은 "피의 게임은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인 게임"이라 "정치, 음모, 배신 모두 다 가능"하고, "생존을 위한 어떠한 행동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들은 선의를 믿기로 했다. 그들은 약속대로 오른편에 앉은 사람에게 투표했고, 모든 플레이어가 1표씩 받게 됐다. 결국 재투표가 실시됐다. 만장일치를 방해(?)한 최연승이 2표를 받은 상황에서 허준영은 이 게임에서 어떻게 할지 감이 안 오는 사람에게 투표했다는 사실을 넌지시 밝혔다. 그 말을 들은 플레이어들은 모두 이나영을 떠올렸다. 가장 말이 없고 소극적인 플레이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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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영의 말은 순식간에 판을 흔들었다. 자신의 캐릭터를 보여주지 못한 이나영에게 8표가 몰렸다.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은 와인과 함께 저녁을 즐기며 다음 챌린지를 준비했다. 최연승과 이태균은 재빨리 팀을 이뤄 투표에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 과반(5명)을 형성하는 데 몰두했다. 수적으로 불리한 여성 플레이어들은 캐스팅 보트를 노렸다. 반면, 정근우와 덱스는 여유롭게 골아떨어졌다.

한편, 반전도 있었다. 탈락해서 집으로 갔다고 생각했던 이나영에게 또 다른 챌린지가 주어졌다. 제작진은 이나영은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지하층으로 안내했다. 지상층에서 플레이어들이 '피의 게임'을 수행하는 동안 지하층에서 이나영은 'P'arasite(기생충) 게임을 진행하게 됐다. 열악한 환경에서 이를 갈며 피자 박스를 접었다. 이를 통해 코인을 벌어 상승할 기회만 엿봤다.  

웹 예능 <머니게임>을 만든 진용진과 MBC의 합작품인 <피의 게임>은 8명의 참가자가 상금을 걸고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콘셉트를 옮겨왔다. <오징어 게임>의 실사판이 될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공개된 <피의 게임>은 기존의 서바이벌 게임에 <기생충>을 오마주한 설정이 추가됐다. 여러모로 어디선가 봤던 그림이라 익숙하면서도 식상한 구석이 있다.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피의 게임>은 어떤 효용이 있을까.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오징어 게임>이 경쟁사회의 실체를 풍자하는 메시지를 영리하게 담아냈다면, <피의 게임>은 그저 상금을 향한 일방적인 욕망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피의 게임>은 아예 불공정과 비합리를 표방하고, 정치, 음모, 배신 등 생존을 위한 어떠한 행동도 가능하다고 천명하고 있지 않은가.


플레이어들은 매일마다 탈락자를 만들어내며 지옥 같은 경쟁 시스템을 버텨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테고, 상상을 초월하는 감정 소모를 겪을 것이다. 시청자들은 그런 플레이어들의 모습을 통해 무슨 생각을 할까. 자극적인 콘텐츠가 판치는 요즘, 웹에서 성공을 거둔 콘텐츠를 가져오는 선택을 한 건 MBC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물론 무한경쟁 사회에 돌입한 우리네 시대상을 담아내겠다는 의지도 엿보였다. 지하층으로 떨어진 이나영에게 '분노는 나의 힘'을 되뇌며 신분 상승의 절박한 꿈을 꾸도록 한 것에서 제작진의 의도가 뚜렷히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할 수는 없었을까. 이런 세상에서도 정치, 음모, 배신이 아닌 다른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는 없었을까.

<피의 게임> 1회는 시청률 1.8%(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미지근한 숫자이다. 다만, TV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피의 게임>은 비드라마 부문에서 점유율 26.1%를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과연 <피의 게임>은 입소문을 탈 수 있을까. 공감과 찜찜함, 시청자들은 어떤 쪽으로 기울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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