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여행기

음악 감상의 성지, 파주 ‘콩치노 콩크리트’에서 완전한 휴식을 취하다.

너의길을가라 2023. 1. 2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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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도시를 가득 채운 수많은 소리들이 지겨울 때가 있다. 무작위로 섞여버린 소리들은 이미 ‘소음’이 되었고, 우리는 무방비로 ‘소음 공해‘에 노출된 채 살아간다. 정체불명의 끈적한 소음들은 얽히고설킨 거미줄마냥 질리게 한다. 우리들을 잠시도 내버려두지 않는다. 잠시라도 쉴 공간이 필요하다. 너무나 절실하다.

콩치오 콩크리트
주소 : 경기 파주시 탄현면 새오리로161번길 17(2층)
영업 시간 : 12:00-19:00(토, 일), 14:00-19:00(월, 화, 금)
휴무일 : 수, 목


파주시 탄현면에 그런 곳이 있다. 콩치노 콩크리트(Concino Concrete), 1930년대 오리지널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세계 최대 LP 음악 감상실이다. ‘음악 애호가들을 위한 공간’이라 불리는 곳이지만, 그리 거창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저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머물기에 적당한 힐링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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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콩치노 콩크리트로 가는 길은 썩 고상하지 않다. 이곳저곳 무분별하게 지어진 무인텔로 난잡한 길을 지나야 하는데, ’이런 곳에..?‘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얼마나 이어졌을까. 잠시 후 한적한 공간이 나왔는데, 그곳에 멋스러운 콘크리트 건물이 우뚝 솟아 있었다. 의구심은 감탄과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콩치노 콩크리트라는 이름은 ‘울려 퍼지다’, ‘화합하다’, ‘연주하다’, ‘함께 노래하다’는 뜻의 라틴어 콩치노(concino)와 건물 재료인 콘트리트의 ‘콘’을 ‘콩’으로 살짝 바꿔 두 단어를 결합한 것이다. 콩치노 콩크리트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데, 250평에 층고 9m 규모의 압도적인 공간을 자랑한다.

내부는 차가운 콘크리트 벽면으로 되어 있는데, 낮에는 큰 창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저녁에는 따뜻한 조명이 내려앉아 분위기가 고급스럽고 아늑하다. 또, 어느 곳에서도 선명한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을 만큼 건축 구성이 훌륭하고, 디자인이 유려하다. 국립현대박물관을 건축한 민현준 건축가가 설계했고, 건축사 사무소 Mpart Architects가 전담했다.​

순수하게 청음(聽音)만을 위한 공간이다보니, 콩치노 콩크리트에서는 음료 등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다만, 작은 생수 한 병만 제공한다. 좌석도 테이블 없이 생수와 휴대전화 같은 간단한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는 의자만 놓여 있다. 원하는 자리에 앉아 음악에 온전히 집중한 채 침잠(沈潛)할 수 있는 공간이다.

주말에는 찾는 사람이 많아 만석이지만, 평일에는 아무래도 방문객이 적어 여러 공간을 만끽할 수 있다. 1층 콘서트 홀에 앉아 차분히 음악에 귀를 기울여도, 창가 쪽에서 바깥 풍경을 감상해도 좋다. 또, 3층의 비밀스러운 공간을 찾아가 은밀한(?) 담소를 나눠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임진강’이 보이는 창가 쪽 자리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임진강의 풍경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그곳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보고 있으니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물밀 듯 몰려왔다. 강 건너에 보이는 땅은 개성시 개풍군인데, 북녘 땅에 내린 노을은 정말 아름다웠다. 갈 수 없는 땅이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앉은 자리에서 도무지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콩치노 콩크리트의 입장료는 2만 원이다. 어찌보면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제한 시간이 없어 얼마든지 머물 수 있다. 또, 클래식과 재즈 등 거장들의 음악을 훌륭한 음향으로 즐길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고,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온전한 휴식을 만끽할 수 있기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참고로 콩치노 콘크리트의 사장님은 의외로 치과 의사인데, 30년 넘게 LP판을 수집한 음악 마니아이다. 평일은 본업에 열중하기 때문에 볼 수 없지만, 주말에는 직접 선곡하고 음악에 대한 설명도 해주신다고 한다. 마음의 휴식이 필요하다면 콩치노 콘크리트를 방문해 음악에 그리고 나 자신에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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