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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유재석을 위한 '놀면'의 패밀리십, 아직 우려가 앞선다

너의길을가라 2021. 8. 2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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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과 자가격리(유재석)로 4주 동안 결방됐던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돌아왔다. 휴식을 마치고 방송을 재개한 '놀면 뭐하니?'는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패밀리십(familyship)'의 도입이다. 2019년 여름 유재석과 김태호 PD가 의기투합해 프로그램을 론칭한 지 약 2년 만에 재정비가 이뤄진 셈이다. 앞으로 '놀면 뭐하니?'는 어떻게 달라지는 걸까.

"제작진하고 프로그램 시작할 때부터 그런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무한도전처럼 고정적인 멤버화는 힘들더라도 패밀리십은 구축이 되어야 한다. 무한도전 멤버들 해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요번에 적극적으로 나서봤어요." (유재석)


이른 아침, 한 식당을 찾은 유재석은 제작진과 수많은 논의 끝에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먼저, 하하가 등장했다. 그는 "여기서 보니까 이상하다. 낯설잖아."라며 '무한도전' 시절 제작진과 반갑게 인사했다. 그 다음 문을 열고 들어온 건 광희였다. 식사를 하던 중, 정준하가 입장했다. 마지막은 조세호였다. 그런데 이 조합이 왠지 낯설지 않았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무한도전'인데?'였다. 비록 시기적으로 조세호와 광희가 함께 '무한도전'을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 5명이 '무한도전' 출신이라는 건 분명했다. 최근 들어 하하와 정준하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무한도전'과 관련해 언급하며 군불을 지피더니 결국 재결합이 이뤄진 건가 싶었다. 아직 좀더 설명이 필요했다.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가 '무한도전'처럼 고정 멤버 체제로 가는 건 힘들겠지만, 적어도 패밀리십은 구축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유재석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100회를 채웠지만, 아이템의 다양성이나 스토리 확장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그 부족함을 패밀리십을 통해 채우려는 시도는 이해됐다. 무엇보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유재석의 성향도 고려해야 했으리라.

"시청자 여러분께서 기존 멤버에 대한 조합에 그리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선택이잖아요." (유재석)


하지만 '무한도전'의 기존 멤버가 모두 합류하는 건 아니었다. 이전부터 '무한도전2' 재결합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명했던 노홍철(힘들 것 같다), 정형돈(최종적으로 힘들 것 같다)은 고사했고, 박명수(라이브 방송)와 양세형(너무 바쁨)은 개인 사정과 스케줄 문제로 불참했다. '놀면 뭐하니?'의 경우 지방 촬영도 소화해야 하므로 함께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놀면 뭐하니?'가 '무한도전2'가 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생긴다.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의 매력을 좋아해서 보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면서 "'무한도전'은 하기 힘들"다고 못박았다. 다시 말해 아이템의 성격상 유재석 혼자 하는 게 낫다면 그리하고, 다른 출연자가 필요하다면 패밀리십 가운데 일부를 활용하겠다는 뜻이었다.

결국 '패밀리십'은 '멤버화'에 비해 유연한 개념으로 그 성격이 상대적으로 옅어 보인다. '무한도전' 멤버들뿐만 아니라 다른 출연자들까지 포괄하는 확장성을 지녔다. 게다가 상호 간의 부담도 덜 수 있다. 이와 같은 변화를 제시하며 '놀면 뭐하니?'는 프로그램 상단에 들어가는 제목을 '놀면 뭐하니?+'로 교체했다. 이는 '같이, with, 더불어'의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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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의 '무한도전'을 포괄한 '패밀리십'을 어떻게 봐야 할까. 과거로의 회귀일까, 미래로의 확장일까. 우선, 혼자가 너무 외로웠던 유재석이 패밀리십을 구축하며 안정감을 얻었다. 제작진도 아이템의 다양성과 스토리 확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무한도전'을 그리워했던 시청자들의 경우에는 반가움을 느낄 수 있으리라.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다만, 뻔한 그림으로 돌아왔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정준하, 하하, 조세호, 광희의 경우에는 이미 '놀면 뭐하니?'에 출연했던 적이 있다. 사실 '패밀리십'이라 규정하지 않아도 필요할 때마다 등장시켜 왔다는 점에서 새롭지 않다. 게다가 유재석은 하하와는 SBS '런닝맨'에서, 조세호와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어서 차별성이 느껴지진 않았다.

시청자에게 더 많은 웃음을 드리는 게 목표라고 했지만, 비슷한 구성의 패밀리십이 생산하는 웃음은 뻔했다. 유재석은 '동네 바보형' 정준하를 놀리는 데 몰두했고, 정준하는 기꺼이 샌드백이 되어 주었다. 하하는 어김없이 이에 동참하며 익숙한 방식에 머물렀다. 굳이 '놀면 뭐하니?'가 아니어도 볼 수 있는, '놀면 뭐하니?'에서까지 봐야 하나 싶은 종류의 식상한 웃음이었다.


지난 21일 '놀면 뭐하니?+' 후반부는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 선수와 유재석, 정준하, 하하가 7년 만에 재회하는 장면으로 꾸며졌다. 유재석은 까불이가 됐고, 정준하와 하하는 서로 실수를 하면 달려들어 물어뜯었다. 물론 과거의 추억이 새록새록 돋는 장면도 있어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없어 지루했다. 탁구도 웃음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다음 주에는 유재석과 정준하, 하하가 'MBC 뉴스'의 스페셜 앵커에 도전할 예정이다. 당장은 확장보다 회귀 쪽에 무게가 실리는 느낌이다. '무한도전'인 듯 '무한도전' 아닌 '무한도전' 같은 '놀면 뭐하니?+'가 과연 지금의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패밀리십을 구축하는 과정의 일방성, 구성된 패밀리십의 식상함. 아직까진 성장보다 회귀에 방점이 찍혀 있어 우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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