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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설픈 '어쩌다 사장3', 더 이상 당혹은 미덕이 아니다

너의길을가라 2023. 11.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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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예능은 '당혹감'을 하나의 카드로 제시한다. 제작진은 출연진에게 프로그램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고지하지 않고, 자신들이 몰래 준비한 '고난'으로 자연스럽게 인도한다. 뒤늦게 사실을 인지한 출연진은 격하게 당황하는 한편, 그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애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라 좌충우돌하기 마련이다. 이때 발생하는 에피소드, 예기치 못한 감동 등이 시청 포인트가 된다.

갑자기 동네 슈퍼의 사장이 된 차태현과 조인성은 그 상황에 어떻게 적응할까. tvN '어쩌다 사장1'은 일주일 동안 강원도 화천군 원천리의 작은 슈퍼를 도맡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단 한 번도 가게를 운영해 본 적 없는 그들은 우왕좌왕하며 실수를 연발했다. 충분히 이해가 됐다. 시청자는 오히려 차태현과 조인성이 진땀 흘리는 모습, 그 빈틈에 열광했다.

갑자기 동네 슈퍼의 사장이 바뀌었는데, 그 주인이 차태현과 조인성이라면 동네 주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깜짝 놀라는 건 당연하고, 매일매일이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에 엄청난 활력이 되지 않을까. 관전 포인트는 또 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엉성했던 차태현과 조인성이 슈퍼 운영과 동네에 익숙해지면서 풍경과 온도가 달라지는데, 그 변화를 지켜보면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진다.

'어쩌다 사장'은 메가 히트를 쳤다. 시즌1은 최고 시청률 6.42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고, 전남 나주 공산면으로 떠났던 시즌2는 최고 시청률 7.535%로 더욱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슈퍼에서 중소형 마트로 사이즈를 키운 전략도 주효했다. 조인성은 '대게 라면'을 만들어 팔며 동네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덕분에 에피소드도 훨씬 풍성해졌다.

1년 반 만에 돌아온 '어쩌다 사장3'는 과감하게 미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태현과 조인성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항구 도시 몬터레이의 한인 마트 영업에 도전했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했던가. '어쩌다 사장3'의 인기는 여전했다. 첫회 시청률 5.95%로 시작한 시청률은 '알바즈'인 한효주, 임주환, 윤경호의 활약까지 더해지며 2회 6.555%, 3회 6.655%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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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사장 3'는 식당과 김밥 코너를 함께 운영했던만큼 위생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으나, 마스크 착용이 미비했던 점 등 부족한 부분이 발생하여 시청자분들께 염려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이에 깊은 사과를 드리며, 이는 전적으로 제작진의 불찰임을 말씀 드립니다."


호평 일색이던 첫회와 달리 2회에서 기류가 변했다.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류의 예능에 치명적인 '위생 논란' 때문이다. 차태현과 조인성은 기존 마트 사장이 판매하던 김밥을 계속 팔게 됐는데, 하루에 300개 이상 팔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가뜩이나 낯선 미국의 포스가와 아날로그 시스템 때문에 당황하던 차에 '김밥 지옥'에 빠져 패닉을 겪게 된 것이다.

평소라면 이 또한 '재미'로 여겨졌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김밥 조리 과정과 식당 준비 과정에서 '위생 논란'이 발생하며 이미지가 급추락하고 말았다. 시청자들은 마스크, 위생모, 앞치마 등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대화를 나누는 출연자들에 눈살을 찌푸렸다. 또, 일회용 장갑을 착용하긴 했지만, 그 상태로 재료를 맛보고 다시 재료를 준비하고 김밥을 싸는 장면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비판은 연쇄적이라, 어느 한 부분이 뚫리면 전체가 흔들리기 마련이다. 일부 시청자는 조인성이 김밥 코너가 주문이 밀려 혼란을 겪는 와중에 느긋하게 손님과 대화만 나누고 있다며 가게 운영 방식에 불만을 토로했다.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해 손님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쯤되니 언어적 장벽이 있는데 굳이 미국 로케이션을 나서야 했냐는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됐다.

'침 묻은 김밥'에 대해 지난 10일 제작진은 뒤늦게 사과하며 고개 숙였다. 하지만 사전 제작으로 진행된 '어쩌다 사장3'는 이미 촬영이 끝난 상태라 문제를 개선할 방법이 없다. 결국 편집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한계이다. 더 이상 '위생 논란'을 방치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그로 인해 일부 장면들이 편집되며 재미가 반감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위생 논란'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지만, 애당초 '어쩌다 사장'이라는 프로그램은 '어쩌다'라는 의외성에 방점을 찍는 만큼, 아무런 준비 없이 특정 상황에 놓인 출연진들의 당황하는 모습에서 웃음과 재미를 찾아 왔다. 모두 비전문가인 만큼 실수의 여지가 있고, 오히려 손님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 역지사지가 당사자뿐만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시즌이 쌓이면서 시청자의 시선도 조금씩 까다로워졌다. 자잘한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좀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 마트도 경영해봤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 외국(미국)까지 나가서 실수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변화한 시청자의 기준에 '어쩌다 사장' 제작진도 적응해야 한다. 당혹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어쩌다 사장'은 여전히 따뜻하고 푸근한, 좋은 프로그램이다. '위생 논란'이 아프긴 해도 그것 때문에 시청을 보이콧 할 정도는 아니다. 제작진과 출연진 입장에서도 반면교사 삼아 다음 시즌에서 개선된 모습으로 돌아오면 된다. 다만, 예능에 있어 이 변화의 지점을 잘 읽을 필요는 있어 보인다. 연예인이 다른 직업의 역할을 수행하는 형식의 예능은 초창기에는 '판타지'에 가까웠다.

다시 말해 '아마추어' 수준도 용인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젠 '(준)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현실을 재현해야 한다. 어설퍼선 곤란하다. tvN '장사천재 백사장'에서 백종원이 해외로 나가 요식업을 하는 것처럼, 나영석 PD의 '서진이네'에서 정유미와 최우식이 셰프에게 음식을 배워 전문가에 준하는 수준의 음식과 태도를 갖추듯이 말이다. 기준이 높아진 만큼 예능도 꼼꼼히 준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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