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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착수한 '비숲2' 조승우, 시청률은 상승.. '이수연은 다 계획이 있구나!'

너의길을가라 2020. 8. 2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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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을 후퇴시킬 힘의 근거가 그들 조직 안에서 돋아난 거지. 우리한텐 천우신조야. 최고의 무기. 오늘 협의회에서 경찰이 무슨 말을 떠들든 검찰은 아무것도 내주지 않아. 본래 우리의 것이니까. 70년을 그랬듯, 이번에도."

아귀가 맞아떨어졌다. 묘한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안갯속에서 흐릿하게 보였던 조각들이 이야기 전체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였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비밀의 숲2>의 시작을 알린 '통영사고'가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시즌 1의 포문을 열었던 박무성(염효섭) 살인 사건에 비하면 그리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작은 겉멋을 부리지 않는 법이다.

'통영사고'는 '전관예우'로 연결됐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오주선(김학선)이 동부지검장 강원철(박성근)을 만나 불기소처분을 '빠른 시일에' 얻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누가 봐도 '사건'이 되기 어려운 사고였지만, 이 절차상의 문제는 수사권 조정을 앞둔 시점에 검찰이 뇌관이 됐다. 이를 수사구조혁신단 단장 최빛(전혜진)이 놓칠 리 없었다. 검찰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최악의 위기에 몰렸다.


전관예우로 마음대로 사건을 종결시키는 검찰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수사종결권을 경찰이 가져야 한다는 논리는 탄력을 받았다. 그러나 논리는 감정 앞에 매번 고개를 숙이는 법이다. 검찰은 자신들의 투명함을 증명하는 대신 경찰도 똑같다, 아니 더 부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찰은 더 믿을 수 없으니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하자고 말이다. 여기에서 서동재(이준혁)가 등장하게 된다.


의정부지검으로 자리를 옮긴 서동재는 형사법제단의 우태하(최무성)을 찾아간다. 경찰의 반격에 곤경에 처한 우태하에게 한마디로 약을 팔러 간 것이다. 시즌 1에서도 생존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그는 단단한 연줄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방으로 밀려나지 않으려면 뭔가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서동재는 '세곡지구대 사건'을 언급했다. 흐름을 뒤집을 만한 사건이었다.

2017년 9월, 세곡지구대에서 근무하던 송기현(이가섭) 경사가 지구대 샤워실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당시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간단히 종결됐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송기현 경사가 포함됐던 팀원들이 유흥업소로부터 상납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송기현이 팀원들에 대한 내사를 진행해 왔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타살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 될 터였다. 우태하는 검찰과 경찰이 미숙한 업무로 인한 지적, 부패 세력을 묵인했다는 비난 등 온갖 문제를 일으켰지만 내부 살인은 없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경찰이 자신들이 비리를 덮기 위해 동료를 죽였다는 게 밝혀지면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곤두박질칠 게 뻔했다. 수사권 조정은 없던 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당시 의정부경찰서 서장이었던 최빛이 관여됐다면 어떨까. 검찰은 그야말로 협상에 있어 막강한 카드를 손에 쥐게 되는 셈이었다. 황시목과 서동재는 함께 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또 다른 '비밀의 숲'이 펼쳐졌다. 수사권 조정이라는 집단의 이해관계 속에서 황시목은 '진실'을 좇아갈 수 있을까. 반대편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한여진(배두나)은 어떨까.

이렇듯 (많은 시청자들이 의아해했던) '통영사고'부터 시작된 일련의 이야기들은 모두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었다. 마치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말이다. 이수연 작가는 과하게 힘을 주지도 않으면서도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들을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주제를 차분히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들었다. 실로 단단한 필력이고, 섬뜩할 정도의 인내심이라 할 만하다.


"지난 시즌은 판타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실 모든 드라마는 판타지이지만, 제가 택한 소재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번엔 내용이 너무 판타지로 흘러가지 않도록 주의했다." (이수연 작가)

검찰과 경찰이 각자 물밑 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드디어 검경 협의회가 열리게 됐다. 4회에서 그 모습이 담길 예정이다. 물론 힘겨루기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협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고, 합의까지 도출될 확률은 극히 낮다. 이수연 작가는 섣불리 어떤 결론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훨씬 복잡하고, 첨예하고, 지독하다.

한편, 시청자들은 <비밀의 숲2> 1, 2회를 두고 조금 아쉽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최빛 역을 맡은 전혜진이 그동안 보여줬던 경찰 캐릭터와 큰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했고, 우태하 역을 맡은 최무성의 발음과 연기가 아쉽다는 지적이 있었다.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은 신선했지만, 그에 걸맞은 존재감을 아직까진 선보이지 못했던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설득력을 보여줄 것인지 관건이다.

그럼에도 3회 시청률은 7.014%(닐슨코리아 기준)로 반등했다. (1회 7.627%, 2회 6.415%) 시청자들은 여전히 <비밀의 숲2>에 기대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사람들은 판타지가 아닌 현실 이야기를 하는 진지한 드라마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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