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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한 정리'로 위로 얻은 오정연, 악플러도 깔끔히 정리하길

너의길을가라 2020. 8. 2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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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이기는 한데 제 마음은 혼자 살지 않아요. 저는 추억이랑 같이 살아요. 추억이 깃든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추억이 깃든) 물건에 집착하는 건 좀 있죠. 왜냐하면 나의 과거가 기억이 안 날까봐." (오정연)

처음에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던 공간도 하루하루 살아가다보면 어느새 이런저런 물건들이 쌓여가기 시작한다. 세월의 흔적이라고 할까. 그러다가 정리할 타이밍을 한번 놓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사실 누구에게나 '정리'는 쉽지 않다. 정리의 첫걸음은 '비우기'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버린다는 건 생각보다 큰 결단이 필요한 법이다.

tvN <신박한 정리>는 그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나만의 공간인 집의 물건을 정리하고 공간에 행복을 더하는 노하우를 함께 나누'자는 프로그램이다. 정리의 달인 신애라를 주축으로 박나래, 윤균상이 뭉쳐 의뢰인들의 집을 정리해 나간다. 지난 24일 방송된 <신박한 정리>에는 KBS 아나운서에서 카페 사장님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방송인 오정연이 출연했다.


"지금이에요. 도망가세요." (박나래)

오정연은 "추억이 깃든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고 했다.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그리 말하는 걸까. 신애라는 "추억을 얼마나 누리고 있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며 눈으로 보고 판단을 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도착한 오정연의 집은 거실부터 '추억'들이 가득했다. 테이블 위에는 플라모델부터 8개월째 방치 중인 롤링 페이퍼 등이 놓여 있었다. 신애라는 이를 "물건들이 갈 곳을 몰랐"다고 표현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오정연은 집 구조상 거실, 주방, 방 3개가 있는데, 추억을 간직하느라 절반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2개의 방에는 온통 추억들로 가득하다는 뜻이었다. 이른바 '추억방'이었다. 공개된 추억방 안에는 정말 별별 물건들이 다 들어가 있었다. 수능 성적표, 대학교 수첩, 리포트 그리고 KBS와 관련된 여러 물건들이 그것들이었다. 심지어 입간판도 있었다.

본래 옷방으로 사용했던 공간이었지만, 이젠 옷장 문을 열 수도 없을 만큼의 짐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평소에는 들춰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버릴 수 없는 과거의 추억들로 가득했다. 그 방은 오정연의 말대로 "오정연의 역사 방"이 된 셈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건 문제였다. 신애라는 "절대 돌아볼 수 없는 역사방"이라며 정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침대가 있어 게스트룸이라 부르는 또 다른 방의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방 안에서 스페어 타이어가 나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 외에도 온갖 물건들이 담긴 박스들이 산을 이루고 있었다. 오정연은 바로 쓰지 않는 물건들을 방에 놓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가득 차버렸다고 설명했다. 어찌됐든 그 방은 더 이상 손님들이 올 수 없는 게스트룸이 돼 버렸다.

"사실 저는 내세울 건 없지만 이제까지 산 거 하나. 그냥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저한테는 나의 역사고 분신 같고 하나하나. 인생을 앞으로도 열심히 살게 해주는 증표 같은 거예요." (오정연)

그런데 오정연의 집을 둘러보다보니 하나의 공통된 특징이 구체화됐다. 오정연이라고 하는 사람이 보였다고 할까. 그가 물건을 쌓아두고 버리지 못하는 까닭은 그것이 소중한 추억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 항상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았던 그에게 당시의 물건들은 자신에 대한 긍정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 기억들이 담겨 있는 물건들을 쉽게 버릴 수 있었겠는가.

신애라는 무작정 물건들을 버리라고 하기보다 의뢰인의 마음을 먼저 헤아렸다. "오정연 씨 보니까 (물건을 두는 게) 다 이유도 있고 필요한 물건들이 너무 많고, 제대로 쓰실 수 있도록 정리를 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 과거들도 쉽게 보실 수 있게 정리해 드릴 거예요." 오정연은 그 말을 듣고나서야 마음을 놓은 듯했다. 그리고 스스로 버려야 할 물건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사실 제가 짐이 문제라고 했지, 저의 힐링은 얘기를 안 드렸는데.. 그런 것까지 짚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오정연)

정리는 3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는 신애라, 박나래, 윤균상이 오정연과 함께 버릴 물건을 구분하며 '비우기'를 실천했다. 이 과정을 통해 오정연은 버릴 수 있는 힘을 얻어나갔다. 2단계는 오롯이 오정연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홀로 남은 그는 오래된 물건들을 꺼내며 추억을 반추하는 한편 착실히 비워나갔다. 어릴 적 꿈이 담긴 토슈즈는 한 켤레만 남겼고, 대학 시절 스키복도 사진으로 남기고 버렸다.

3단계는 전문가의 몫이었다. 오정연이 집 안에 있던 물건의 절반 가량을 버린 덕분에 공간을 재배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고, 그 결과 오정연의 집은 완전히 탈바꿈 될 수 있었다. 거실에는 오정연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정리할 수 있는 수납장이 생겼고, 부엌도 한결 깔끔해졌다. 게스트룸은 오정연만을 위한 서재로 바뀌어 있었다. 오정연은 집을 "박제해 두고 싶"다며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워낙 맥시멀리스트였던 만큼 변화는 더욱 극적으로 다가왔다. 무작정 버리는 게 아니라 취미와 추억을 소중하게 여기는 오정연의 성격을 고려한 맞춤형 변화였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신애라는 "쉼을 드리고 싶었"다며 촬영 중에 오정연이 숨통이 막힌다는 말을 여러 번 했던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오정연은 "허했던 마음이 꽉 채워졌"다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고마워했다.


비포와 애프터가 뚜렷했던 <신박한 정리> 오정연 편(9회)은 시청률 4.123%(닐슨코리아 기준)로 8회(3.535%)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최고 시청률이기도 하다. <신박한 정리>는 단순히 연예인들이 집을 둘러보고 깨끗하게 정리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그들의 집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고 사람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진정성을 담고 있었다. 오정연 편은 그런 의도가 가장 도드라졌다. (이에 힘입어 정규편성이 확정됐다.)

한편, 오정연이 정리(?)는 방송이 끝난 후에도 이어졌다. <신박한 정리>가 방송된 후, 일부 누리꾼들이 오정연의 이혼 사유를 함부로 억측하는 글을 쓴 것이다. 이에 대해 오정연은 "8년이 지난 내 이혼에 대한 사유를 멋대로 추측하는 일부 무리들이 아직도 있다"며 "정답을 아는 당사자인 내가 볼 때 맞는 얘기는 1도 없고 각자의 상상 속 궁예질 뿐이라 실소만 나올 뿐"이라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또, "짐 많은 창고방 캡처만 뚝 데서 마치 집 전체가 그렇다는 듯 악의적 의도로 포스팅하는 건 애교 수준"이라며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위해 악플러 고소를 곧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신박한 정리>를 통해 얻은 '비움의 기적'을 체험하고 있는 오정연의 이와 같은 온당한 정리(!)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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