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칭찬합시다

[버락킴의 칭찬합시다] 5. 문근영, 우리가 이 배우를 신뢰하고 응원하는 이유

너의길을가라 2017. 2. 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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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구획증후군(Acute Compartment Syndrome). 이 낯선 병명(病名)이 3일 하루동안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렸다. 난해한 병명과 함께 언급된 또 하나의 이름이 있었으니, 바로 배우 '문근영'이었다. 구획증후군은 부종으로 인해 근육과 신경조직으로 흐르는 혈액의 흐름이 차단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인데, 통증이 매우 심하고 4~8시간 내에 괴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문근영은 예정돼 있던 <로미오와 줄리엣> 대전 공연을 부득이하게 취소해야만 했다.


문근영의 소속사인 나무 엑터스는 "현재 경과를 지켜보고 있고 2-3일 안에 추가 수술을 해야하며, 향후 1-2차례 수술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절대적인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소견에 따라 예정돼 있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지방 공연을 부득이하게 취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안타까운 일이다. <클로저> 이후 6년 만에 그것도 원캐스트로 출연을 결정했을 만큼 연극에 애착이 컸던 문근영에게도, 그의 무대를 기대했던 팬들에게도 갑자기 찾아온 급성구획증후군은 참으로 야속하기만 하다.



"6년 만에 정말 좋은 기회가 찾아 왔는데 결국 나의 부족함이 다 까발려졌다. 무대에 익숙치 않고 부족한 경험에서 나온 어색함이 모두 드러났다. 매일 매일 하나씩 하나씩 배워 가면서 또 고쳐가면서 노력하고 있다. 혹평이나 질타에 물론 위축되고 창피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과 도전 의식에 기쁘다" <스타투데이>, [인터뷰①]문근영 "연극 혹평·질타..모든 단점 까발려졌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TV와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연기력을 뽐냈던 문근영에게도 '무대'는 낯선 공간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던 습관들을 모두 버려야 했다. 발성부터 몸짓까지 모든 것이 달라져야 했다. 첫 무대가 끝나고 혹평이 쏟아졌다. 평생 연기력 논란과는 거리가 멀었던 문근영에게 그와 같은 반응은 당황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러나 문근영은 역시 '성숙한' 프로였다.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깨끗이 인정하면서도 관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참으로 단단하고 담담하지 않은가. 문근영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87년생인 문근영은 어느덧 30대 배우가 됐다. 1999년 영화 <길 위에서>를 통해 데뷔한 후, 2000년 KBS2 <가을동화>와 KBS2 <명성황후>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그가 어느덧 18년 차 배우가 된 것이다. 특히 <명성황후>에서 이미연의 아역으로 등장했던 문근영은 충격 그 자체였다. 명석한 그는 똑부러지는 연기를 펼쳐 보이며, 대중들에게 자신의 무한한 잠재력을 과시했다.



이후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겨, <장화 홍련>, <어린 신부>, <댄서의 순정>, <사랑따윈 필요없어>에 출연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풍성히 쌓아나갔다. 2008년에는 SBS <바람의 화원>에 출연하며 다시 TV로 돌아왔고, KBS2 <신데렐라 언니>, KBS2 <매리는 외박중>, SBS <청담동 앨리스>, MBC<불의 여신 정이> 등 꾸준히 작품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을 만나왔다. 2015년에는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 출연해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탈피해 '배우'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사도>의 경우에는 작은 배역(혜경궁 홍씨)이라 소속사의 반대가 있었지만, 오로지 송강호와 연기를 해보기 위해 출연을 결심했을 만큼 연기에 대한 열정난 문근영이다. '분량'보다 '좋은 작품'에 방점을 찍는 몇 안 되는 주연 배우다. 겸손함과 도전 정신, 그것이 바로 데뷔 18년 차 배우 문근영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또,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은 배우 문근영의 가치를 더욱 높여 왔다. 문근영이라는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따뜻한 미소가 지어지는 까닭은 단지 그의 외모와 연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배우 차인표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처럼, 문근영에 대한 신뢰 역시 그가 걸어왔던 발자취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된 건 아닐까. 문근영이 지난 2003년부터 '사랑의 열매'를 통해 기부한 금액만 9억 3천여 만 원(2016년 기준)에 이른다. 그가 기부한 금액은 소아암과 희귀 난치질환자의 수술비에 쓰였다. 또, 광주의 빛고을장학재단과 문 닫을 위기에 놓였던 전남 해남의 땅끝공부방에도 수 억 원을 기부했다. 연예계에 데뷔하기 전, 부모님과 했던 "연예 활동 중에 벌어들인 수익금의 일부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겠다"는 약속을 지켜온 것이다.


지난해에는 아프리카 말라위로 봉사활동을 다녀오며,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함께 지켜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송혜교와 그의 팬들을 통해 '팬들은 스타를 닮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듯, 문근영의 팬들도 그의 스타를 닮기는 마찬가지였다. 문근영의 팬 커뮤니티 'DCBH'와 해외 팬들은 문근영의 생일에 맞춰 후원금 700여만 원을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에 전달했다. 스타와 팬들이 만들어가는 선순환, 그 선한 영향력이 참으로 따스하게 다가온다. 


자신의 위치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부단히 도전하는 배우 문근영. "내가 얻게 된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계속 지키고 싶은 욕심이자 저 자신의 약속"이라 말하는 문근영. 어찌 그를 '칭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지금의 그에겐 '응원'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글이 조금이나아 위로와 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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