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여행기

[버락킴의 이스탄불 여행기] 8. 베벡에는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가 있다

너의길을가라 2018. 2. 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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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은 유독 춥다. '춥다'는 말로 그 차가움을 모두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의 매서운 한기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벌어진 사달이라고 한다. 북극의 차가운 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던 제트기류가 약해져 그 한기가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MBC <무한도전>의 유재석, 정준하, 조세호는 '이한치한'으로 추위와 맞서싸웠지만, 방송인도 아닌 우리가 그리 할 필요까진 없으리라. 


이럴 때 이스탄불을 여행했던 기억이 조금은 도움이 된다. 한여름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터키의 9월 햇볕은 엄청나게 강렬했다. 정수리로 쏟아지는 그 뜨거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했고, 그 따가움은 살갗이 익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지하궁전 예레바탄 사라이를 피난처로 삼아 더위로부터 벗어나곤 했다. 당시에는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던 그 햇볕이 이제는 그리워지는 걸 보면 사람의 마음이 참으로 간사하다. 



베벡(Bebek)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곳은 흔히 '유럽풍의 낭만이 숨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풍의 낭만이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즐비하고 여유가 넘치는 공간인 건 분명하다. 최근에 들어 유명해진 탓에 사람들이 제법 많이 찾게 됐지만, 주요 관광지만큼의 북적임은 아니다. 그래서 여행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조금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원한다면 베벡으로 가길 추천한다. 


혹시 베벡이라는 지명을 듣고서 젖병 브랜드의 하나인 ‘베벡’을 떠올린 사람이(흔치는 않겠지만)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유아용품 전문기업 씨케이디커머스가 런칭한 브랜드인데,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냐 하면 터키어로 베벡(bebek)이 '아기, 유아, 젖먹이 아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여담은 이쯤에서 그만하고, 본격적으로 유럽의 낭만이 살아 숨쉬는 베벡으로 가보도록 하자. 



베벡은 이스탄불 중심지로부터 제법 멀리 떨어져 있다. 가는 방법이 어렵진 않지만(오히려 간단하다), 시간이 제법 소요된다. 돌마바흐체 궁전 부근에서 루멜리 히사르 방향으로 버스(40, 40T, 42T)를 타고 약 40~45분 정도를 가야 한다. 차가 많은 저녁 시간대라면 1시간 이상을 각오하는 게 좋다. 오르타쾨이와 보스포루스 대교를 지나 한참을 더 이동해야 한다. 


이동 시간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오른쪽으로 펼쳐져 있는 보스포루스 해협의 뻥 뚫린 풍경들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또, 바다를 가르는 요트와 유람선 등이 가는 길을 심심하지 않게 한다. 버스에서 내리면 길 양쪽으로 쭉 늘어선 레스토랑과 카페들을 볼 수 있는데, 그 길을 따라 걷다보면 베벡만의 독특한 분위기에 젖어들게 된다. '유럽풍의 낭만'이 무엇인지 알 듯하다. 



해안가로 나가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에미뇌뉘에서 워낙 많이 봐왔던 광경이라 더 이상 놀랍지는 않았다. 해안 인근에 공원도 있어 쉬어갈 수도 있었다. 뭐니뭐니 해도 베벡의 백미(白眉)는 '스타벅스'다. 어딜 가나 있는 스타벅스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베벡의 스타벅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도대체 어떻길래 그런 특급 별명을 가지고 됐을까. 궁금증이 생겨 가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베벡을 방문한 여러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실제로 방문해보니 외관이라든지 내부, 그러니까 건물 자체가 특출나게 아름다웠던 건 아니었다. 어찌보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당연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긴 어려울 거라 생각됐다. 솔직히 처음에는 살짝 실망했다. 


베벡의 스타벅스가 이름을 드날리게 된 건, 아마도 카페 안에서 펼쳐지는 뷰(view)가 너무도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보스포루스 해협은 황홀할 정도의 장관을 연출했다. 건물 밖에서 내뱉지 못했던 탄성이 그제서야 터져 나왔다. '이래서 베벡의 스타벅스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거구나!' 1층의 창가와 아래쪽의 테라스는 자리가 쉽게 나지 않지만, 한번쯤 작심하고 노려볼(?) 만하다. 



어느새 노을이 지고 순식간에 어둠이 몰려왔다. 저녁이 되면 베벡에는 사람들이 더욱 많이 몰려든다. 식당에는 음식과 술을 즐기는 손님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다. 거리가 제법 시끌벅적해지고, 분위기도 한층 더 뜨거워진다. 낮과 밤의 차이가 확연했다. 저 분위기에 함께 취해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역시 혼자서는 좀 어려웠다. 


타지에서 맞는 밤은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두렵기도 하다. 어쩌겠는가.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올 수밖에. 이스탄불의 교통체증을 몸소 체험하면서 말이다. 여전히 혼자 가는 여행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베벡은 친구나 연인과 함께 들린다면 더욱 좋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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