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139)

너의길을가라 2015. 12. 5.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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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벽보판 앞

현상수배범 전단지사진 속에

내 얼굴이 있었다

안경을 끼고 입꼬리가 축 처진 게

영락없이 내 얼굴이었다

내가 무슨 대죄를 지어

나도 모르게 수배되고 있는지 몰라

벽보판 앞을 평생을 서성이다가

마침내 알았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죄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늙어버린 죄


- 정호승, 「어느 벽보판 앞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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