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한 인간을 극단적인 고립으로 몰고 가는 걸까. 10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모범생이었던 중1 금쪽이가 하루아침에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방 안에 숨어버린 사연 그 두 번째 이야기가 방송됐다. 집 밖을 아예 나가지 않는 금쪽이는 부모의 닦달에 폭력적인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다. 그 정도가 점점 심해져서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듯했다.
외출이 어려운 금쪽이를 위해 집에서 '역지사지 심리극'을 진행했다. 거울 기법을 적용해 가족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을까. 모자는 두 손을 맞잡고 앉았고, 엄마는 그동안 금쪽이의 힘든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던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다. 아빠도 마찬가지로 금쪽이에게 미안함 마음을 표현했다. 과연 금쪽이는 부모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후 모니터링을 통해 잘못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그런데 금쪽이는 폭력적인 자신의 모습을 보다가 피식 웃더니 괴로운 듯 다시 방으로 들어가 고립을 선택했다. 오은영은 모니터링의 이유를 설명해줬다면 금쪽이가 좀더 편하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었을 거라며 아쉬워했다. 솔루션의 목적을 설명해서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했다는 설명이었다.
엄마는 영상 통화로 바깥 풍경을 담아 금쪽이가 집 밖에 관심을 갖도록 갖은 노력을 다했다. 그럼에도 금쪽이는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답답한 엄마는 금쪽이를 계속해서 닦달했고, 얼마 후 금쪽이는 스스로 외출 시간을 정하는 결단을 보였다. 겨우 현관문 밖으로 나섰지만, 금쪽이는 마트에는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엄마는 그러면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다고 협박했다.
분위기는 급격히 냉랭해졌고, 금쪽이는 귓속말로 폭언을 쏟아냈다. 4개월 만의 외출은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오은영은 이 장면을 어떻게 봤을까. 그는 일상 속 자극에 민감한 금쪽이에게 사람이 많은 마트는 힘들었을 거라 짐작했다. 오히려 금쪽이의 요청대로 가볍게 산책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다만, 오은영이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로 언급한 건 '자율성 존중'이다.
엄마는 솔루션 과정의 시작과 마무리까지 주도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오은영은 이를 두고 자녀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지 않고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라 지적했다. 외출 시간도, 장소도 모두 금쪽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라는 것이다. 금쪽이가 자신의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결국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닦달하고 강요해서 변화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이의 문제는 무거운데 엄마는 늘 가볍게 다뤄요." (오은영)
한편, 엄마가 진지한 대화 중에 웃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금쪽이와 갈등이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정신 병원에 입원 중이던 금쪽이가 이곳에서 나가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했을 때도 전화기 너머로 엄마의 웃음소리를 들어 상처가 됐다는 얘기도 있었다. 엄마는 당황하거나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다고 해명했다. 오해를 부르기 딱 좋은 나쁜 습관이었다.
오은영은 부적절한 웃음 포인트라고 꼬집으며, 그것이 엄마만의 독특한 특징이라 분석했다.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고 문제를 축소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 기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진정한 긍정은 마냥 웃는 게 아니라 해결책을 찾는 적극적인 자세라고 조언했다. 그와 같은 뜬금없는 웃음이 진지한 소통에 방해가 되고 있었기에 금쪽이를 위해서도 개선이 요구됐다.
한편, 금쪽이의 행동에 변화가 감지됐다. 모두가 잠든 새벽, 갑자기 사라진 금쪽이는 한참 후 무탈하게 귀가했다. 오은영은 시선을 덜 받는 시간에 외출을 선택한 것이라 판단했다. 무엇보다 금쪽이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부모가 닦달해서 나가는 것보다 자기 힘으로 실천했다는 게 더 중요했다. 금쪽이는 제작진의 질문에 칭찬받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오은영과의 1:1 면담을 통해 그동안 털어놓지 못했던 속마음을 후련하게 꺼내놓은 금쪽이는 위안을 얻은 듯했다. 자신의 말을 진심어린 마음으로 경청해주는 어른의 존재가 큰 힘이 되었으리라. 집으로 돌아온 금쪽일는 거울을 보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사라진 자신의 표정을 찾는 자체 솔루션을 진행한 것이다. 또, 옷을 갈아입고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마쳤다.
우선, 금쪽이는 부모와 함께 아파트 계단을 걷는 '수직 마라톤'으로 첫발을 뗐다. 세상 밖으로 나가기 전 워밍업 단계였다. 또, 컴퓨터로 엄마가 녹음해 온 일상생활 소리를 반복해 들으며 일상 속 불안을 줄였다. 그런가 하면 아빠와 면도 연습을 하고, 미용실에서 수북하게 기른 머리를 잘랐다. 오랜 친구와 밖에서 외식까지 했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들을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자신감을 얻은 금쪽이의 비상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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