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과 짬뽕, 탕수육.. 이 전통적인 조합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그리운 듯합니다. 요즘에는 퓨전 중국집도 많이 생기고, 배달을 시켜서 먹을 수도 있지만, 직접 중국집을 찾았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있죠. 오래된 중국집의 분위기, 그 특유의 느낌 말입니다. 어렸을 때의 기분이 들기 때문일까요?
문득 동네 중국집에 가서 옛날식 중국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쁜 그릇에 담겨 나오는 고급진 스타일 말고, 무심한 듯 투박한 그릇에 담겨 나오는 예스러움이 애틋하더라고요. 짜장의 새까만 소스와 짬뽕의 빨간 국물을 돋보이게 만드는 흰 그릇 말이에요.
민차이
주소 : 서울 양천구 목동중앙본로 119-1 2층
영업 시간 : 11:00 - 21:00
휴무 : 화요일
목동에 위치한 '민차이'는 염창동과도 근거리라 두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주로 찾는 동네 맛집인 듯합니다. 카카오맵 기준 4.7점의 높은 평점을 유지하고 있는데, "민차이 때문에 이사를 가기 싫다."는 내용의 리뷰를 보고 여기에 가야겠다고 결심했죠. 동네 주민을 다른 곳으로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맛이란 어떤 걸까요.
'민차이'는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는 목동중앙본로의 건물 2층에 자리잡고 있어요. 오래된 건물이라 특유의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매장은 깔끔한 편입니다. 중국집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 있어요. 손님들도 연령대가 조금 있는 동네 주민들로 보이는데, 술을 한 잔씩 하고 있는 편안한 분위기였습니다.
리뷰들을 종합한 결과, 간짜장과 탕수육이 맛있다는 얘기가 많더라고요. 짬뽕은 좀 심심한 맛이라 아쉽다는 평이 많았죠. 다만, 최근 들어 맛이 좋아졌다며 꾸준히 맛을 업그레이드하는 듯하다는 긍정적인 설명도 있었습니다. 과감하게 간짜장, 홍합짬뽕, 등심 탕수육(미니), 군만두를 주문했습니다.
탕수육과 군만두를 시작으로 테이블이 점점 채워지기 시작하니 왠지 부자가 된 기분이더라고요. 다 시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군만두는 (잘 아는 맛이지만) 금방 튀겨서 겉이 바삭하니 식감이 좋고, 속이 가득 차 있어서 만족했습니다. 배달시킬 때 따라오는 군만두와는 퀄리티가 달라요.
등심 탕수육은 고기가 두툼해서 씹는 맛이 좋았습니다. 튀김옷이 과하지 않다는 점도 합격점이었고, 잡내가 없어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어요. 소스는 따로 제공되는데, 단 맛이 조금 센 편이라 옛날 중국집 느낌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죠. 아이들은 도무지 거부할 수 없는 맛이죠.
귀여운 완투콩이 올라간 면발에 간짜장 소스를 부어서 잽싸게 비볐습니다. 짜장 소스의 달짝지근한 향이 올라와서 침이 고이기 시작했죠. 첫 맛은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단맛이 그냥 확!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너무 달아서 계속 먹기에는 조금 질리더라고요.
오히려 기대를 가장 안 했던 짬뽕에서 상한가가 터졌습니다. 홍합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보이세요? 아낌없이 재료를 쏟아붇는 사장님에게 감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물은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정확한 간이었습니다. 게다가 자극적이지 않고, 깊이가 있어서 자꾸 떠먹게 되더라고요. 면발도 적당히 익어서 폭풍 흡입하고 말았죠.
개인적으로 식사를 할 때 '가성비'를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이 가격에 이 정도면 괜찮다.'는 태도보다는 '돈을 좀 더 내더라도 맛있는 걸 먹자.'를 택하는 쪽이죠. 하지만 '민차이'와 같이 동네에 가성비 좋으면서 맛도 준수한 중국집을 안다는 건 정말 든든한 일이죠.
첫눈이 폭설로 찾아온 이번 겨울, 유난히 '민차이'의 짬뽕 국물이 많이 생각날 것 같아요. 따뜻한 군만두를 곁들이는 것도, 두툼한 탕수육을 함께 먹는 것도 좋겠죠. 가끔씩은 미친듯이 달달한 간짜장도 괜찮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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