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로 전국이 떠들썩한 시점이지만, (모두 한마음으로 힘을 합치면) 언젠가 이 소란도 잠잠해지겠죠? 그리고 우리에겐 어김없이 '기념일'이 다가올 겁니다. 미리 준비를 해두는 차원에서 분위기 좋은 식당을 찾아두는 센스가 필요하겠죠? (저는 코로나19가 지역 감염 단계로 접어들기 전에 다녀왔답니다.)
저에겐 '한강뷰'가 필요했습니다. 한강이 훤히 보이는 창가에 마주보고 앉아 식사를 하는 것만큼 낭만적인 일도 없겠죠. 생일을 맞아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었거든요.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해보니 한강뷰를 보유한 레스토랑이 생각보다 많지 않더군요. 세 군데 정도가 나왔습니다.
1. 아이오유(I.O.U) : 서울 용산구 원효로1길 16
2. 괴르츠(GORTZ) : 서울 마포구 토정로 136-13 우성빌딩 7F
3. 울라(OOLA) :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4다길 31 옵티마빌딩 7층
위의 순서는 마음 속의 우선순위였습니다. 분위기나 메뉴, 방문자 리뷰 등을 고려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아쉽게도 아이오유와 괴르츠는 창가 자리가 모두 예약돼 있더군요. 초조한 마음으로 울라로 전화를 걸었는데, 마침 창가 자리가 있다는 대답을 듣고 곧바로 예약을 했습니다. 나이스!
울라는 마포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옵티마(성형외과) 빌딩 7층이죠. 참고로 8층에는 북카페 '채그로'가 있답니다. 시간의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울라에서 식사를 하고 난 후 채그로로 올라가서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꽁냥꽁냥 하시는 것도 좋겠죠. 자, 그럼 울라로 들어가보도록 할까요?
울라 내부의 분위기입니다. 콘셉트가 확실합니다. 입구 쪽의 목조(木造) 말 장식에서 눈치를 챘겠지만 '나무의 따뜻함'이 강조된 느낌이죠? 조명도 그런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아주 고급스럽다고 할 수는 없지만(사진 맨 아래의 테이블은 좀 엉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것 같네요.
예약된 자리로 안내받아 이동했습니다. 창가 쪽 메인 테이블이었습니다. 자, 이제 눈을 돌려 '한강뷰'를 감상해야겠죠! 사실 내부의 분위기보다 바깥의 풍경 때문에 이곳을 선택했으니 말이죠. 과연 울라의 한강뷰는 기대에 부응할 정도로 예뻤을까요?
그렇습니다.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한강의 모습, 강 건너에 위치한 빌딩들, 다리를 건너 어디론가 향하는 자동차들의 불빛.. 테이블에 앉아 바라보는 한강뷰는 정말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더군요. 잠시 분위기를 만끽했으니 이제 본격적인 식사를 해야겠죠?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메뉴판 두 개를 들고 왔습니다.
울라의 경우, 주말에는 코스만 주문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약 당시 고지를 받았기 때문에 혼선은 없었지만, 'TODAY COURSE(6만 원)'나 SPECIAL COURSE(8만 원)' 중 한 가지로 통일을 해야 한다는 건 몰랐기에 조금 당황했습니다. 'TODAY'는 리조또가 제공되고, 'SPECIAL'은 파스타가 제공됐거든요.
여러 메뉴를 골고루 먹어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다기에 아쉬웠습니다. (스테이크 대신 다른 메뉴를 고를 수도 없어요.) 메뉴가 고정돼 있어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점은 유감이었습니다. 그건 판매자(혹은 셰프)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손님을 위한 건 아니잖아요? 메뉴 선택에 있어서 손님에 대한 배려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ODAY'와 'SPECIAL' 중 무엇을 고를지 살짝 고민을 했는데(유일한 차이는 '세미메인'이 추가된다는 것뿐입니다), '세미메인'으로 관자 요리가 나온다는 말에 'SPECIAL'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레드 와인(파우스티노 끄리안자)도 한잔 시켰어요. 자, 이제 차례차례 나오는 요리들을 감상해 보시죠.
식욕을 돋우는 아뮤즈와 차가운 에피타이저, 오늘의 스프까지 음식의 맛은 만족스러웠습니다. 모양과 색도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죠. 올리브 오일이 올라간 빵과 음료, 누룽지를 베이스로 한 요리 등도 색다른 맛이었습니다. 샐러드도 독특했어죠. 호박 스프도 진해서 맛이 좋았습니다.
이번엔 (크림) 파스타입니다. 버섯이 잔뜩 들어가 있었는데, 식감이나 냄새가 전혀 역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버섯에 좀 약한 편이거든요.) 양이 많진 않지만, 코스 요리에 들어가 있는 파스타는 원래 저 정도의 양이니 놀랄 일은 아니죠. 중화요리점에서 코스를 주문했을 때 자장면/짬뽕이 작은 그릇에 나오는 것과 같은 거죠.
이 녀석이 바로 'SPECAIL COURSE'의 히든 카드인 관자 요리입니다. 관자가 총 2개 들어 있는데요. 레몬을 뿌린 후 입안에 넣으면 (조금 과장해서) 씹기도 전에 관자가 사르르 녹아버립니다. 그만큼 부드럽게 조리가 잘 됐습니다. 소스는 야채 스프 같은 느낌이랄까요? 남은 소스는 빵에 찍어서 먹으면 됩니다.
벌써 배가 조금씩 불러오고 있지만, 본 게임을 시작하지 않을 수 없겠죠? 채끝 스테이크가 도착했습니다. 위의 사진은 레어로 구운 것이고, 밑의 사진은 웰던(well-done)으로 바싹 구운 겁니다. 보통 소고기는 많이 구우면 질겨지기 마련인데, 먹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고기의 질도 굽는 실력도 좋은 듯 합니다.
스테이크까지 다 먹고 나니 정말 배가 부르더라고요. 코스 요리는 음식이 조금씩 담겨 있어 얼마 먹지 않은 것 같은데, 다 먹고 나면 생각보다 훨씬 포만감이 있기 마련이죠. 디저트까지 먹고나니 더 이상 배에 남는 공간이 없었어요.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울라의 경우 음식의 맛에 있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식재료도 신선해 보였고, 맛도 좋았습니다. 에피타이저부터 주메뉴, 디저트까지 풍미만큼이나 데코레이션도 괜찮았죠. 게다가 마음을 촉촉하게 만든 한강뷰도 나무랄 데 없었습니다. (거기에서 벌써 절반은 먹고 들어가니까요.)
다만, 인테리어의 측면에서 조금 아쉽고, 메뉴 선택에 있어 유연성이 부족한 점도 불만스러웠습니다.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최소 6만 원 이상의 코스 요리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의 분위기치고는 조금 가볍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서빙을 하는 직원들의 서비스도 약간 아쉽단 생각이 들었고요.
한강뷰도 좋았고 음식의 맛도 나쁘지 않았지만, 재방문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NO'입니다. 그 정도로 매력적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거든요. 물론 기념일을 맞아 한강뷰의 낭만이 필요하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러볼 만한 식당인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우선순위를 올리기엔 조금 역부족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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